Piano Concerto No. 25 in C Major, K. 503
Wolfgang Amadeus Mozart, 1756 ~ 1791
이 C장조 협주곡은 오늘날 모차르트의 20번대 피아노 협주곡들 중에서 가장 덜 알려진 존재이다. 이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인데, 왜냐하면 이 곡이야말로 모차르트가 전성기였던 1784년에서 1786년 사이에 탄생시킨 12편의 ‘위대한 피아노 협주곡’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했던 작품이기 때문이다. 비록 오늘날에는 다소 부당하게 외면당하고 있지만, 이 협주곡은 분명 그 의의에 걸맞게 눈부신 위용과 충실한 내용을 자랑하고 있는 걸작이다.
이 협주곡의 대중성이 떨어진 이유는 아마도 다른 인기곡들에 비해 독주부의 화려함과 감칠맛이 덜한 데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첫 악장의 선율의 도입 및 전개 방식이 다양하고 복잡하다는 점도 한몫 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부분들이 바로 이 곡 고유의 개성이자 매력 포인트라 할 수 있다.
이 곡의 독주부가 상대적으로 덜 두드러지는 이유는 그만큼 관현악과의 짜임새가 긴밀하기 때문이다. 선율이 복잡해진 이유도 비슷한 맥락에서 파악할 수 있다. 모차르트는 평생에 걸쳐 협주곡에서 관현악부의 비중을 꾸준히 높여나갔고, 빈 시절에는 특히 관악기들을 적극적으로 부각시키면서 독주부와의 긴장 및 조화의 구도를 강화시켜 나갔다. 이 ‘C장조 협주곡’은 전작인 ‘c단조 협주곡(제24번)’과 더불어 그런 추구가 정점에 도달한 사례이다.
다시 말해, 일련의 협주곡들에서 모차르트는 독주 피아노와 관현악의 통합을 높은 수준에서 구현해 보였고, 동시에 바로크 시대부터의 리토르넬로 형식에 의한 협주곡 양식과 고전파 시대의 소나타 양식을 융화시켰으며, 그런 작업은 이 협주곡에서 궁극적인 완성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하겠다. 이런 면에서 이 협주곡은 훗날 베토벤이 선보이게 되는 ‘교향악적 협주곡’의 직접적인 선구로 보아야 할 것이다.
제1악장 : 알레그로 마에스토소 (Allegro maestoso)
장대하고 화려한 첫 악장은 관현악이 팡파르 풍으로 힘차게 울리는 C장조의 으뜸화음으로 시작된다. 그 찬란함과 당당함은 역시 으뜸화음(E♭장조)으로 시작되는 베토벤의 ‘황제 협주곡’의 그것을 방불케 한다. 비록 ‘황제 협주곡’처럼 곧바로 피아노 독주에 의한 카덴차가 나오지는 않지만, 첫 화음 이후에 펼쳐지는 풍부하고 다채로운 악상 전개는 더없이 흥미진진하면서도 오묘한 대조와 심오한 깊이를 보여주며, 이런 경향은 악장 전체에 걸쳐 지속된다.
이 관현악에 의한 제시부에서 제1주제에 이어 등장하는 c단조의 부주제에 대해서는 프랑스 국가인 ‘라 마르세예즈’와 닮았다는 지적도 있지만, 그보다는 차라리 [피가로의 결혼]의 주인공인 피가로가 1막에서 부르는 아리아 ‘사랑스러운 나비야, 더 이상 날지 못 하리’와의 연관성을 찾는 편이 낫지 않을까? 직선적이고 선동적이기보다는 탄력적이면서 은근한 재기와 익살을 머금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발전부는 온전히 이 부주제에 기대어 진행된다.
이 악장에서 가장 매력적인 선율은 산뜻한 돈꾸밈음으로 출발하는 G장조의 제2주제이다. 강력한 제1주제와는 대조적으로 경쾌하고 유려하며 사랑스러운 노래로 가득한 이 선율이 피아노에서 등장하고 나서야 음악이 본궤도에 오른 것처럼 느껴질 정도이다. 특히 이 선율을 오보에, 파곳, 플루트 등이 이어받아 피아노와 조화를 이루며 여유롭게 펼쳐 보이는 정경은 매혹적이기 이를 데 없다.
제2악장 : 안단테 (Andante)
우아한 기품과 서정적인 미감으로 은은하게 빛나는 완서악장이다. 사뭇 현란했던 제1악장과는 달리 주제들은 가지런히 펼쳐지며, 피아노는 차분하면서도 다채롭게 노래하며 관현악의 악기들과 감흥 풍부한 대화를 나눈다. 특히 호른을 비롯한 관악기들과 피아노가 이루는 균형과 조화가 돋보이며, 모차르트의 특출한 음향적 상상력을 여실히 확인할 수 있는 악장이라 하겠다.
제3악장 : 알레그레토 (Allegretto)
쾌활한 피날레는 론도 소나타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론도 주제 제시부에서 경묘한 현악 합주와 익살스러운 관악 합주의 대비도 절묘하지만, 무엇보다 피아노가 처음 등장해서 장식적인 선율을 연주하며 들려주는 음향효과는 때로는 천사의 종소리를 떠올리게 할 만큼 황홀하다.
이후에도 이루 다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아이디어들과 매혹적인 장면들이 끊임없이 펼쳐지는데, 그 정경들은 귀족적인 위엄에서부터 서민적인 소박함까지, 그리고 목가적인 자연미에서부터 인생의 희로애락까지를 모두 아우르고 있다. 모차르트 특유의 다주제성의 극치를 보여주는 이 악장은 론도 형식의 다채로운 유연성과 소나타 형식의 드라마적 성격을 천의무봉의 경지로 융화시킨 사례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