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ntasy in F minor, D. 940 (Op.103) for piano duet
Franz Peter Schubert 1797∼1828
【 음 악 해 설 】
슈베르트는 60여 편이 넘는 많은 양의 피아노 듀엣을 작곡했는데, 안타깝게도 이들 작품 대부분은 현대의 음악 애호가들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왜냐하면 살아생전에 작곡가로 제대로 인정받지 못 했던 슈베르트는 출판이나 콘서트를 목적으로 두고 작곡하지 않고(그의 작품 대부분이 그러했지만) 친구들과 함께 음악을 공유하기 위해 만든 작은 모임인 슈베르티아데에서 연주하기 위해 작곡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많은 피아노 듀엣 대부분은 푸가나 론도, 변주, 알레그로, 안단티노, 행진곡 등등과 같이 단악장의 짧은 작품들이 대부분인데, 이 가운데 비교적 규모가 큰 작품으로는 네 손을 위한 소나타 C장조 D812 [그랜드 듀오]와 [환상곡 F단조 D940]을 꼽을 수 있다. 특히 환상곡은 그의 피아노 듀엣 가운데 가장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작품으로서 슈베르트 특유의 서정적이고 비애감이 깔린 주제 선율이 깊은 감동을 준다. 한편 슈베르트의 또 다른 환상곡인 [방랑자 환상곡] C장조 D760이 남성적이고 비르투오소적이며 오케스트라적이라면, 이 피아노 듀엣을 위한 환상곡은 여성적이고 서정적이며 가곡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환상곡 D940]은 슈베르트의 마지막 해인 1828년 1월부터 4월 사이에 작곡되었다. 후기 슈베르트만의 독특한 분위기가 지배적인 이 작품은 후기 피아노 소나타들의 느린 2악장과 [겨울 나그네]의 정서와 궤를 함께 한다고 말할 수 있다. 애상적이고 어두운 발걸음을 연상케 하는 주제와 행복한 추억을 떠올리는 듯한 발랄한 주제의 대비, 그리고 어둡고 격정적인 심경을 대변하는 포르티시모와 갑자기 체념한 듯 무심하게 잦아드는 피아니시모의 대비가 계속 이어진다는 점에 있어서 그러하다. 한국에서는 최근 한 케이블 방송의 드라마 ‘밀회’에 이 환상곡이 사용되어 대중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기도 하다.
음악은 네 개의 각기 다른 부분이 쉼 없이 연결되어 있고 첫 주제 선율은 소나타 형식의 주제처럼 여러 에피소드들이 뒤섞이며 발전과 융합, 단절과 반전을 거듭하다가 마지막에는 장대한 푸가로 끝을 맺는다. 특히 이 환상곡은 폴리포닉적인 기법을 토대로 네 개 악장의 소나타가 하나로 통합된 듯한 구조를 갖고 있어 눈길을 끄는데, 이는 슈베르트가 만년에 성취한 위대한 음악적 업적으로 손꼽을 수 있다. 무엇보다도 빈번하게 등장하는 첫 주제 선율이 음악 전체의 구조에 강력한 통일성을 부여한다는 점, 마지막 푸가의 2주제가 첫 부분의 동기로부터 파생되어 나와 순환적인 일체감을 높인다는 점은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Op.27 No.1]이나 모차르트의 [환상곡 F단조 K608]을 연상시킨다.
첫 부분의 주제 멜로디는 표현력 강한 아고긱 아포지아투라(agogic appoggiatura, 미묘한 변화를 주는 꾸밈음)에 의해 강렬한 인상을 준다. 이는 같은 시기에 슈베르트가 작곡한 현악 5중주 C장조의 느린 악장과 닮은 꼴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아 두 악장 모두 헝가리어의 리듬을 연상케 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1828년 5월 9일 비엔나에서 슈베르트는 이 환상곡을 친구인 프란츠 라크너와 함께 초연했고, 이에 앞서 2월에 스코트 앤 손스 출판사에 출판 가능한 작품 목록을 보내는 과정에서 이 환상곡을 자신이 피아노를 가르쳤던 헝가리 명문 귀족인 카롤리네 에스테르하치 공작부인에게 헌정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악보 초판본은 슈베르트가 세상을 떠난 뒤 반 년 뒤인 1829년 3월 16일 디아벨리 출판사에서 간행되었다.
환상곡을 작곡할 당시 비엔나에서는 파가니니가 연주회를 열며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켰는데, 당시 바이올린 협주곡 2번 B단조를 들은 슈베르트는 친구인 안셀름 휘텐브레너에게 느린 악장에서 “천사가 노래하는 것을 들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 영향 때문인지 환상곡의 느린 두 번째 부분에서 슈베르트는 현악기의 포르타멘토를 연상케하는 음향적 효과를 빈번하게 사용했다. 특히 이 가운데 날카롭고 비장한 붓점 리듬과 바르카롤 같은 트릴의 베이스 음형, 햇살처럼 부드러운 장조의 고요함이 대비를 이루는 모습이 인상적으로서 성격 대비를 통해 극적인 긴장감을 배가시키는 작곡가의 노련하고 세련된 스토리-텔링 작법을 확인할 수 있다.
세 번째 부분은 스케르초로서 열정적이고 맹렬한 행진곡풍의 리듬과 장조의 소박하고 전원적인 리듬이 트리오 형식으로 위치해 있고, 마지막 네 번째 부분은 푸가를 중심으로 첫 부분의 주요주제가 앞뒤로 배치되어 있어 구조적 완결성과 안정성을 주도록 설계되어 있다. 특히 스케르초 부분과 피날레의 가교 역할을 하는 푸가는 첫 부분에 등장하는 행진곡풍의 두 번째 주제에 의한 이중 푸가로서 점차 복잡하고 정교하게 확장되다가 클라이맥스에 다다른 뒤 음악은 갑자기 단절된다. 잠시 동안의 적막함을 뒤로하고 다시 침잠하는 주요주제가 등장하며 피날레를 맞이하는데, 앞선 반복 패턴과는 달리 이번에는 반음계적으로 새롭게 처리되어 보다 신랄한 느낌을 주며 끝을 맺는다.
(출처 : 네이버캐스트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66&contents_id=5544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