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olin Concerto in D Major, Op. 35, TH 59
Pyotr Ilich Tchaikovsky, 1840∼1893
누가 붙인 별명인지는 알 수 없으나 베토벤, 브람스, 멘델스존 그리고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들은 '4대 바이올린 협주곡'이라는 칭호를 누리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멘델스죤 (E단조)을 제외한 세 곡의 협주곡이 모두 D장조로 쓰여진 것인데, 이것은 아마도 바이올린이 가장 아름다운 울림을 낼 수 있는 조성이 D장조이기 때문일 것으로 생각된다. 그 중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그 화려함과 애절한 멜로디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있는 곡이며, 베토벤이나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에 비해 이 장르의 작품을 처음 접하기에 좀 더 적당하다고 생각된다.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그의 피아노 협주곡 1번과 마찬가지로 처음 작곡될 당시 많은 말썽을 일으켰었던 작품이었다. 이 곡은 차이코프스키가 결혼생활에 실패하고 심한 우울증 증세에 빠져서 이탈리아와 스위스 등에서 요양생활을 하던 중에 작곡되었다 (1878년, 당시 38세). 이 기간은 그가 교향곡 제 4번과 "에프게니 오네긴" 등을 작곡한 시기이기도 한데, 이 때 그는 바이올리니스트인 코데크라는 친구와 함께 지내게 되면서 그의 도움으로 이 곡을 완성할 수 있었다. 초고가 완성된 후 차이코프스키는 당대 러시아 바이올린계의 거장이었던 레오폴드 아우어 교수에게 헌정할 목적으로 그에게 작품에 대한 자문 및 초연을 맡아줄 것을 구했다. 그러나 뜻밖에도 그의 답변은 차갑기만 했다. 아우어는 차이코프스키에게 "기교적으로 보아 도저히 연주가 불가능하다"고 하면서 초연을 거부했던 것이다.
실망한 차이코프스키는 이 곡을 3년 동안이나 발표하지 않고 묻어두었는데, 아돌프 브로드스키라는 러시아의 바이올리니스트가 이 곡을 칭찬하면서 발표할 것을 적극 권하여 1881년 12월에 빈 필과 한스 리히터의 반주로 브로드스키에 의하여 초연되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초연당시의 평은 무척 나빴다. 지휘자나 오케스트라 단원들부터 이 곡에 호의적이지 못했고 브로드스키의 완성되지 못한 기교는 청중들에게 실망을 안겨주었으며, 결정적으로 독설가였던 평론가 한슬리크는 이 곡에 대해 다음과 같이 혹평하였다.
"우리는 천하고 품위없는 얼굴만 봤고 거칠은 고함소리만 들었으며, 싸구려 보드카의 냄새만 맡았다. 프리트리히 피셔는 짜임새없는 그림을 비평할 때 '보고 있노라면 냄새가 나는 그림이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차이코프스키의 이 곡은 음악작품에도 들어서 냄새가 나는 작품이 있을수 있다는 두려운 생각을 우리에게 처음으로 알려주었다."
한슬리크의 혹평을 들은 차이콥스키는 실망을 금치 못했으나 이 곡의 가치를 굳게 믿고 있던 브로드스키는 유럽 각지에서 이 곡을 계속 연주하여 결국 청중들의 인기를 얻는데 성공하였고, 나중에는 아우어 교수도 이 곡의 가치를 인정하여 스스로도 연주함으로써 대성공을 거두고 그의 제자들에게도 적극적으로 가르치게 되었다. 그리하여 이 곡은 많은 공로를 가진 브로드스키에게 헌정되었다.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한슬리크가 말한 것처럼 강렬한 러시아적인 냄새가 나는 것이 특징이다. 1악장의 야성적인 주제나 2악장의 슬라브적 애수가 어린 선율, 3악장의 광포한 리듬과 열정적인 끝맺음 등은 러시아외의 유럽 작곡가들에게서는 발견할 수 없는 독특한 민족색채가 넘치는 것들이다. 또한 아우어 교수가 처음에 연주가 불가능할것이라 예견했을 정도로 어려운 기교를 요구하는 난곡이기도 하다. 그러나 요즘의 신예 바이올리스트들은 거의 대부분이 이 곡을 자유자재로 연주함으로써 자신의 기교를 세상에 과시하고 있으니 세월이 무상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제 1악장, Allegro moderato - Candenza
소나타 형식의 악장이다. 서주에서 잠시 주제가 암시된 후 바로 바이올린에 의해 낭랑히 울려펴진다. 전개부에서는 화려한 바이올린의 테크닉의 향연이 펼쳐지며 폭발하듯 터져나오는 오케스트라의 야성적인 외침은 짜릿한 쾌감을 느끼게 한다. 카덴짜 (독주자가 반주없이 자신의 기교를 최대한 과시하는 즉흥연주를 하는 부분. 고전파 이후 상당수의 작품에서는 작곡자가 대부분 카덴짜까지 겸해서 작곡해두는 것이 대부분이나 일부 연주자들은 자신만의 카덴짜를 연주하기도 한다)가 끝나면 다시 처음의 주제가 반복되고 곡이 절정으로 치달으면서 끝나게 된다.
일반적인 바이올린 협주곡이 오케스트라가 먼저 제1,2 주제를 연주한 다음 바이올린이 그것을 받아서 주제를 연주하게 되는 형식인데 비해서 이 곡에서는 오케스트라의 짧은 서주에 이어 바로 바이올린이 제1주제를 연주하게 됩니다.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제1악장은 바이올린의 화려한 기교와 오케스트라의 장쾌함이 절묘하게 어울린 소타나 형식의 악장으로 서주에서 시작되는 주제 부분이 카덴짜(즉흥 연주부분)와 서로 밀고 당기며 계속해서 반복되다가 마지막에 절정에 이르게 되면 숨가쁘게 전개되는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의 연주들이 정말 눈부신 감동을 느끼게 합니다. 가슴속이 서늘할 정도로 장쾌함이 밀려 와서 문득 정신을 가다듬으면 바로 1악장의 연주가 끝이 난 것이지요. 여기에서 1악장을 감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제 2악장, Canzonetta (Andante)
'칸쪼네타 (작은 노래)' 라고 되어있는 A-B-A의 3부형식으로 되어있다. 애수어린 멜로디가 곡전체를 지배하며 깊은 감동을 자아내는데, 이는 매우 슬라브적인 정서가 풍부한 선율이다. 곡은 명확히 끝나는 부분이 없이 3악장으로 연결된다.
슬라브적 애수 어린 선율이 너무나도 아름다운 악장입니다. '칸쪼네타(Canzonetta)' 로 되어있는 A-B-A의 3부 형식인데, '칸쪼네타'는 이탈리아의 포퓰러송을 뜻하는 칸초네(canzone)의 축소형으로 주로 16~17세기에 유행했던 가벼운 기분의 작은 가곡작품을 뜻하는 말로, 그냥 '작은 노래' 라고 하면 된다는군요. 흐느끼듯 아름답고 애수어린 멜로디가 곡전체를 지배하며 깊은 감동을 자아내는데, 듣는 이들로 하여금 절로 황홀한 매력에 빠지게 하는 이 2악장은 차이코프스키만의 매우 슬라브적인 정서가 풍부하게 나타나는 선율이라고 평가됩니다. 특히 오늘 여러분께서 감상하시다가 어? 이상하다....라고 생각하실만큼 이 곡은 명확히 끝나는 부분이 없이 첼로 등 현악기들의 저음을 바탕으로 혼(Horn)과 함께 애절함을 장식하다 끝난 것 같지도 않게 연기처럼 사라지고 맙니다. 이어서 깜짝 놀랄만큼 강렬한 음량이 터지면서 곧바로 열광적인 3악장 연주와 연결됩니다.
제 3악장, Finale (Allegro vivacissimo)
자유로운 소나타형식의 악장이다. 전악장에서 이어진 곡은 갑자기 분위기가 확 바뀌면서 열광적인 리듬의 축제로 변한다. 중간에 잠시 우수어린 선율이 고개를 내밀다 제시부의 첫선율이 다시 나타나기를 되풀이 하다 점점 열기를 고조시켜 나가면서 마지막에는 환희에 찬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의 총주로 끝맺는다.
피날레. 화려하고 여유로운 소나타형식의 악장입니다. 2악장에서 이어진 곡은 깜짝 놀라게 할 만큼 갑자기 분위기가 확 바뀌면서 열광적인 리듬의 축제로 변하게 됩니다. 중간 부분에서 클라리넷, 바이올린 등의 선율로 잠시 우수어린 연주가 이어지다가 제시부의 첫선율이 다시 나타나기를 되풀이 하면서 점점 열기를 고조시켜 나간 후 마지막에 환희에 넘치는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의 총연주로 화려한 대미를 장식하게 됩니다. 이제 3악장도 감상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