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클래식음악/쇼팽

쇼팽 : 전주곡(Preludes) 대표곡

by 想像 2022. 8. 18.
반응형

"쇼팽이 작곡한 음악 가운데 가장 뛰어난 곡이 어떤 곡이냐?" 라는 질문을 받게 된다면 가장 흔히 들을 수 있는 대답이 바로 이 전주곡일 것이다.  전주곡에서 쇼팽의 어떤 음악은 정열적이고 과격하며 (16번), 또 어떤 곡은 경쾌하고 목가적이며 (3번, 23번), 혹은 유쾌하고 (11번), 어떤 곡은 절망적이다 (24번, 18번). 위에서 열거한 몇 가지 성격 외에도 전주곡집에는 쇼팽의 수많은 표정이 남김없이 드러나 있으며 이 곡들을 하나의 연속적인 음악으로 연주했을 때에는 형이상적인 애매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쇼팽의 전주곡(Prelude)은 이전에 작곡되었던 순수한 의미의 전주곡은 아니다. 쇼팽 이전에는 항상 푸가 앞에 붙는 짤막한 도입곡으로 사용되거나 모음곡의 첫머리를 장식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곡이었으며 그러한 이유에서 '전주곡'이라고 번역된 것이다. 쇼팽의 전주곡은 그 자체로서 독립된 음악이므로 '전주곡'이라는 보편적인 해석은 옳지 않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 바탕에 깔려 있는 음악적인 발상은 바흐의 전주곡과 전혀 다름이 없다. 작곡 양식을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니지만 24개의 모든 조에 걸쳐 작곡되었다는 점이라든가 하나의 아이디어에 기초하여 한 곡이 완성된다는 점이 특히 그렇다. 바하의 전주곡과 공통되는 또 하나의 사실은 24개의 모든 조성으로 작곡을 실시하면서 각각의 조성에 대해 작곡가가 가지고 있던 인상, 혹은 즉흥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를 음악적으로 표현했다는 점이다.

 

24 Preludes, Op. 28: No. 15 in D-Flat Major "Raindrop"

 

<빗방울전주곡>. 곡 전체를 통해 끊임없이 들려오는 A-flat(혹은 G-sharp)음 때문에 '빗방울'이라는 제목이 붙은 유명한 곡이다. 꼭 A-flat음이 아니라도, 이 곡은 비오는 날의 분위기에 너무나 잘 어울린다. 창문 밖으로 비 오는 거리를 내다본다거나, 처마 밑에 서서 떨어지는 비를 바라보고 있는 듯 한 지극히 매력적인 분위기가 이 곡에 살아있다. 중간부에서 곡은 c-sharp단조로 전조되어 먹구름이 낀 듯한 불안정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사실 이러한 불안정함도 무척 편안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24 Preludes, Op. 28: No. 4 in E Minor

 

<무덤가>. 2,3,4마디에 붙어 있는 C음은 충분히 끌어 주어 구슬픈 선율을 잘 살려 줄 필요가 있다. 쇼팽 스스로 이 곡을 매우 좋아했다고 하는데, 실제로 그의 장례식에서 연주되기도 했던 곡이다.

 

 Preludes, Op. 28: No. 16 in B-Flat Minor

 

<나락의 골짜기 밑바닥을 향한 길>. 악상기호대로 거칠게 질주하는 곡이다. 맹렬한 박력을 지니고 있으며(Op10-4의 c-sharp단조 연습곡과도 통하는 데가 있다) 리드미컬한 왼손의 반주가 주는 스피드감은 그야말로 압권이다. 종종 분노에 가까운 감정을 느끼게 하지만, 곡의 끝맺음은 극히 상쾌하다. 이 곡은 전주곡집 전체를 통해 하나의 클라이막스를 이루고 있으며 어떤 의미에서는 전환점의 역할을 맡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Preludes, Op. 28: No. 20 in C Minor

 

<장송 행진곡>. 마찬가지로 베토벤의 c단조는 비극적이고, 웅대한 조이지만 쇼팽의 c단조는 비장하고 구슬픈 느낌의 조성인 것 같다. 남성적이고 도덕적인 베토벤과 여성적이고 퇴폐적인 쇼팽의 대조적인 특성이 조성에 대한 성격에서도 나타나는 것이다. 곡 전체에 일관되게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으며, 또 단조로운 악상 속에 다양한 표정이 숨어 있다.

 

24 Preludes, Op. 28: No. 24 in D Minor

 

<젊은 피, 일락, 죽음>. 왼손의 격렬한 움직임이 주체할 길 없는 분노를 드러내고 있는 것 같다. 선율은 정열적이며, 계속해서 나타나는 스케일이 터질 듯 한 감정을 해소하고 있는 것 같다. 트릴, 스케일, 하강하는 아르페지오, 3도 등등 다양한 기교들이 등장하고, 크게 움직이는 왼손의 움직임 위에 정열적인 선율이 노래되다가 갑작스런 하강에 뒤이은 커다란 세 개의 D음으로 곡을 끝맺는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