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음악/뉴에이지·이지리스닝

[뉴에이지명반] 정재형 [Le Petit Piano]

想像 2022. 3. 21.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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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Petit Piano

정재형


 

1. 오솔길  
2. 사랑하는 이들에게  
3. 여름의 조각들  
4. 달빛 
5. 겨울의 정원 
6. 바람에 이는 나뭇가지 
7. 비밀 
8. 가을의 뒷뜰  


그의 나이 스물여섯 살이 되던 1995년. 두 명의 여성 멤버와 결성한 그룹 '베이시스'로 가요계에 등장한 정재형은 특유의 우울함과 처연한 감성으로 독자적인 음악세계를 구축했다. 그룹이 해체되고 서른이 되던 해에 파리 유학길에 오른 그는 파리고등사범음악원의 영화음악을 전공하며 유학기간 동안 '오로라 공주', 'Mr. 로빈 꼬시기', '지금 사랑하는 사람이 있습니까' 등 영화 OST 음악 감독으로서의 캐리어를 넓혀가며, 스코어 작곡에도 탁월한 감각을 보였다. 그리고 2010년, '작은 피아노'라는 뜻의 [Le Petit Piano]를 발매하며 뉴에이지 피아니스트라는 타이틀을 하나 더 얻게 된다. 앨범 타이틀에서 유추되듯 본 작은 순수하게 피아노만을 위한 소품집으로, 유학생활에서 그가 느낀 고독과 외로움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다분히 사색적인 음반이다.

 

조용하게 시작을 여는 서막 "오솔길"은 아무도 없는 숲 속을 이른 아침에 홀로 거닐고 있는 듯한 평화로운 풍경이 떠오른다. 고요하고 정적인 선율은 "사랑하는 이들에게"로 이어지며 파리에서 고국을 그리워했을 그의 마음이 느껴진다. 정재형은 원래 매우 격정적인 피아노 연주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앨범명이 '작은 피아노'인 만큼 이 앨범에서는 한없이 투명하고 서정적인 터치로 마치 책의 페이지를 넘기는 것처럼 곡과 곡 사이의 연결이 매우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여름의 조각들", "겨울의 정원", "가을의 뒷뜰" 등 9년의 시간 동안 타국에서 보낸 계절의 기록과 고국에 대한 향수, 파리의 낭만이 그의 손끝에서 우리의 마음으로 전해져온다. 듣기 좋은 뉴에이지 음반은 많다. 그러나 본 작처럼 클래식과 뉴에이지 사이에서 완벽한 화합을 이뤄내며 깊이를 가지면서도 부담없이 들을 수 있게 완성된 작품은 흔치 않다. 파리에서의 시간을 음표로 재현한 [Le Petit Piano]는 한 줄의 가사도 없지만 피아노 소리만으로도 그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고독하면서도 다정함을 지닌 피아니스트 정재형을 만날 수 있는 특별함을 놓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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