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cturnes, L.91
Claude Debussy, 1862~1918
드뷔시는 순간적인 직관(直觀)이 붙든 인상을 색채로 나타내는 인상파 미술의 회화적인 수법을 음악으로 표현한 최초의 작곡가다. 〈녹턴〉는 〈구름 Nuages 〉, 〈축제 Fetes〉, 〈인어 Sirenes〉 세 곡으로 되어 있는데, 특히 〈인어〉는 관현악에 여성합창이 들어 있으며 순전히 보칼리즈처럼 모음인 ‘아∼’로 노래하기 때문에 흡사 인어가 울부짖는 듯하다. 달빛이 비치는 바다에 물결을 타고 헤엄치는 신비스러운 인어들을 그리게 해준다. 이것은 아마도 동화작가 안데르센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드뷔시만이 지닌 환상일 것이다.
드뷔시는 같은 나라 화가 마네가 처음 만든 인상파 미술을 이어받은 모네와 가까이 사귀면서 남달리 몽롱한 그의 그림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 그는 전통적인 화성을 부정하고 장조와 단조에 사로잡히지 않는 독특한 방법으로 환상적인 세계를 그린 작품을 많이 썼다. 특히 피아노 곡들은 몽롱한 색채로 된 모네의 그림과도 같은 인상을 준다.
그러나 관현악곡인 〈녹턴〉는 아일랜드계 미국 인상파 화가 휘슬러(James McNeill Whistler, 1834∼1903)의 그림에서 영감을 얻어 작곡한 것이다. 휘슬러는 워싱턴에서 미술을 공부하고 1850년대에 파리에서 활약하면서 〈청색과 은의 녹턴〉, 〈회색과 녹색의 조화〉, 〈백색의 교향곡〉 등 음악적인 표제를 가진 그림을 많이 그렸다. 그런데 그는 당대 최고의 미술평론가 존 러스킨이 자기 작품을 혹평한 것이 부당하다고 소송을 걸어 승소한 사건으로도 널리 알려진 화가다. 이 소송은 채플린이 자기의 네모난 수염을 히틀러가 표절했다고 제기한 국제소송 못지않은 미술계의 거사였다. 드뷔시는 휘슬러의 그림들을 보고 음악적인 감흥을 받아 〈녹턴〉이란 관현악곡을 썼는데 이 표제는 음악에서 그림이 빌린 것을 역수입한 셈이다. 과연 미술이나 문학에도 조예가 깊은 드뷔시다운 착상이다.이 곡은 애매한 조성(調聲)과 애매한 박자에다가 정묘한 불협화음으로 낮의 환희가 아니라 밤의 깊은 상념을 그리고 있다. 어쩌면 마음의 밤을 그린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1. Nuages
2. Fêtes
3. Sirènes
James Abbott McNeill Whistler의 녹턴 작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