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olin Sonata No. 3 in D Minor, Op. 108
Johannes Brahms, 1833∼1897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3곡은 19세기 로맨티스트들에 의해서 만들어진 가장 아름다운 실내악이자 가장 이상적인 고전적 형식미를 갖추고 있는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연주하고 있는 저 수 많은 연주회나 음반들을 통해서 우리가 쉽사리 만족하지 못하거나 감동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역시 해석의 문제, 즉 주관적인 해석과 객관적인 해석의 균형이라는 대전제에 근접하고 있는 연주가 드물기 때문이다.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는 적어도 8곡 이상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렇게 많은 곡을 썼으면서도 결과적으로 3곡만이 오늘에 전해지는 이유는 순전히 자기검증에 철저한 이 작곡가의 습관 때문이다. 출판하기에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판단한 작품들을 과감하게 폐기했기 때문이다.
제 3번은 제 1번보다 10년이 늦은 1888년에 완성된 작품이다. 브람스는 1886년부터 3년간 해마다의 여름을 투운이라는 휴양지에서 보낸다. 첫 해는 그런 데로 즐겁고 행복한 휴양생활을 보냈다. 그러나 그 이듬해, 친구들이 병들거나 병사하는 소식을 잇달아 들으면서 어쩔 수 없이 인생의 무상함을 뼈저리게 느끼고 체념과 체관에 빠져든다. 특히 하이든 연구가로 유명한 폴(Carl Ferdinand Pohl 1819-1887)의 부음에 큰 충격을 받았다.
당연하게 이 때의 심정이 작품에 영향을 주기에 이른다. 그의 음악은 내성적이고 향하고, 스타일은 복고풍으로 옮아간다. 물론, 조성도 단조를 택한다. 바이올린 소나타 제 3번 d단조가 바로 이 무렵의 작품이다. 형식에 있어서는 대위법이 채택되고 겹리듬이 중용 되고 있다. 완연한 복고풍인 것이다. 성격적으로는 덤덤하다 못해 체념으로 가득 차 있다.
완성은 1888년, 사적인 초연은 베른의 문필가 비트만의 사저에서 행해졌고, 공식적인 초연은 부다페스트에서 1888년 12월 22일, 작곡자 자신의 피아노와 헝가리 태생의 명 바이올리니스트 후바이(Jeno Hubay,1858-1937)의 바이올린 앙상블로 행해졌다. 한편, 브람스의 후원자였고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였던 한스 폰 뷜로에게 헌정 되었다. 악보의 출판은 1889년이다.
1. Allegro
1악장 Allegro는 열정적인 표현을 머금은 작품 전체의 성격을 결정짓는 제1주제로 시작하고, 제2주제는 갈망의 느낌이 강한 성격을 띠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처음 도입 악구의 느낌과 훌륭한 대비를 이룬다. 특히 이 악장의 중심부분은 독특한 형태를 갖고 있다. 전개부에서 일반적으로 등장하는 조성변화 대신에 피아노 파트의 페달음을 사용하며 1/4박자로 지속적으로 반복하는 저음A의 리드미컬한 진행으로 균형을 맞추어나가는 모습이 바로 그것이다. 브람스가 고안해 낸 음향적인 신비로움 덕분에 이 중심부분은 극적인 첫 주제와 마지막 피날레 사이에서 서정적이고도 신비로운 휴지부로서의 역할을 맡는다.
2. Adagio
2악장 Adagio에서의 표현력과 서정적인 아름다움은 그 길이를 아쉬워할 여지를 주지 않을 만큼 대단히 강렬하다. 1악장 Allegro에서 처럼 단선율의 흘러내리는 듯한 프레이징이 진행되다가 36마디부터 두 개의 주제로 나누어지기 시작하는데, 여기부터 바이올린이 주도적으로서 신중한 피아노 반주를 제압하는 듯하다. 그러나 이 두 개의 악기는 결코 맞서지 않고 교묘한 방식으로 조화를 이루며 독특한 영감 혹은 형언하기 힘든 고결함을 자아낸다. 정성스러운 필치와 일말의 인내심을 갖고 꿈꾸는 듯한 클라이맥스를 이룬 다음, 이내 잦아들며 악장 처음에 제시된 단순함의 세계로 되돌아온다.
3. Un poco presto e con sentimento
3악장 Un poco presto e con sentimento는 일종의 스케르초로서 서정적인 응집력이 강한 느린 악장과 폭발적인 피날레 악장 사이에 위치한 일종의 변덕스러운 휴지부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형식은 이미 1악장 구성에서 경험한 바, 일종의 감정적인 휴식의 재현부라고 말할 수 있다. 평론가 에두아르드 한슬리크는 이 F샤프 단조의 짧은 3악장을 브람스의 작품 가운데 가장 독창적인 것 가운데 하나로 평가하기도 했다.
4. Presto agitato
4악장 Presto agitato는 에너지감 넘치는 타란텔라 풍의 피날레로서, 1악장의 열정적이고 극적인 음의 언어를 다시금 재현하며 음향의 폭발적인 클라이맥스를 일구어낸다. 피아노 파트는 이전의 1번과 2번 소나타보다 훨씬 집약적이고 다이내믹하며 비르투오소적이기까지 하여 바이올린 파트와 불꽃 튀기는 접전을 벌인다. 그의 초기 피아노 소나타인 F단조 Op.5의 피날레 악장에 등장하는 코랄 형식의 주제와 유사한 음향을 들려주는 한편 이 악장 코다 부분의 비극적인 기운은 피아노 5중주 F단조 Op.34의 종결부분도 연상시킨다.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이 작품은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가운데, 보다 확장해서 말하자면 낭만주의 시대에 작곡된 모든 바이올린 소나타 가운데 가장 독창적인 표현력과 독보적인 아름다움을 머금고 있는 걸작 가운데 하나로 널리 사랑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