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mphony No. 6 in A Major, WAB 106
Anton Bruckner, 1824-1896
▒ 브루크너는 그의 [교향곡 6번]을 매우 사랑했지만, 안타깝게도 이 교향곡은 브루크너의 모든 교향곡들 가운데서 가장 무시되어 왔다. 브루크너가 이 곡을 완성한 것은 1881년이었으나 전 악장의 완전한 초연은 작품이 완성된 지 20년이나 지난 1901년 3월 14일에 이루어졌다. 그 사이 두 차례의 초연 시도가 있었으나 모두 불완전한 것이었다.
지극히 아름다운 아다지오 악장을 지닌 이 교향곡이 오랜 세월동안 인정받지 못한 것은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아마도 브루크너의 [교향곡 6번]을 들어본 적이 없는 오늘날의 음악애호가들이라도 이 교향곡 2악장 아다지오를 들어본다면 처음부터 이 숭고하고 아름다운 음악에 완전히 빠져들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교향곡이 오랫동안 ‘미운 오리새끼’의 신세를 면치 못한 것은 이 작품이 브루크너 교향곡의 전형적인 틀에서 너무 벗어나있기 때문일 것이다.
[교향곡 6번]은 브루크너의 교향곡들 중 전혀 다른 유형을 보인다. [교향곡 3번] 이후의 브루크너 교향곡들은 연주시간 100분에 육박하는 대작들이 대부분이지만 [교향곡 6번]의 연주시간은 [교향곡 5번]보다 20여분이나 단축되어 전 악장의 연주시간이 고작 1시간 남짓이다. 달라진 것은 작품의 길이뿐만이 아니다. 도입부를 들어보면 브루크너의 교향곡이라면 으레 기대하게 되는 현악기의 잔잔한 트레몰로 대신 전신 부호 같은 기묘한 리듬이 등장해 놀라움을 준다. 1악장이 시작되면 바이올린이 높은 c#음에서 톡톡 튀는 듯한 리듬을 반복해 연주한다.
잠시 후 첼로와 더블베이스가 이 리듬에 맞추어 제1주제를 연주하지만 그 선율은 A음을 중심 음으로 하는 프리지아 선법1)에 따른 것으로 매우 고풍스런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1악장에서 가장 중요한 제1주제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이 곡의 중심조성인 A장조를 강하게 확립하기는커녕 오히려 애매모호하게 희석시키며 불안정하게 표류한다. 이런 개시 방법은 전형적인 브루크너 교향곡의 도입부와는 매우 동떨어진 것으로 이국적인 신비로움마저 느끼게 한다.
말러가 그의 [교향곡 4번]에서 갑작스럽게 간결하고 고전적인 음악을 추구했듯, 브루크너 역시 [교향곡 6번]에서 영웅적인 제스처를 자제하고 그 표현도 좀 더 절제했다. 악기편성은 플루트·오보에·클라리넷·바순이 각 2대씩 편성되고 호른 4, 트럼펫 3, 트롬본 3, 튜바 1에 현악5부가 있는 전형적인 2관 편성으로, 브루크너의 후기 교향곡에 비해 결코 크지 않다. 그러나 이 교향곡은 브루크너 교향곡답지 않은 특이한 점 때문에 연주자들에겐 또 다른 어려움이 따르는 작품이기도 하다. 브루크너의 교향곡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는 대개 강한 집중력과 스태미나가 필요하지만 현란한 개인기가 요구되는 일은 드물다.
그러나 [교향곡 6번]은 매우 급격하고 특이한 화성 진행을 보이는 데다 리듬 분할이 독특하여 집중력과 스태미나뿐 아니라 특별한 음향감각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이 교향곡을 연주하는 지휘자와 연주자들에게는 이 작품 특유의 독특한 인토네이션을 부각시킬 수 있는 특별한 감각이 요구된다. 아마도 이 모든 점들이 브루크너가 사랑한 [교향곡 6번]이 널리 인정받기까지 장해물로 작용했으리라.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최근 들어 국내에서 브루크너의 [교향곡 6번]이 종종 연주되면서 이 작품의 가치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I. Maestoso
전신 부호 같은 독특한 리듬으로 시작되는 1악장은 50마디에 이르는 빛나는 종결부로 인해 전 악장 가운데서도 가장 밝고 찬란하다. 하지만 처음에 제시되는 제1주제가 고풍스런 프리지아 선법으로 되어있기에 25마디 째에 제1주제가 전체 오케스트라로 강하게 연주될 때도 장조와 단조 사이에 서있는 듯 모호한 느낌을 준다. 이어지는 경과구와 제2주제는 제1주제의 리듬으로부터 파생되어 통일성을 주며, 오케스트라 전체가 합주를 할 때마다 화사한 음향을 만들어내는 금관악기군의 연주가 특히 돋보인다. 간혹 바그너 음악을 연상시키는 모티브나 화성진행이 언뜻언뜻 비쳐오지만 그것은 [교향곡 3번]에서처럼 노골적으로 들어나지는 않는다.
II. Adagio. Sehr feierlich
2악장 아다지오의 놀라운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것이다. 느리게 연주하라는 뜻의 ‘아다지오’에 덧붙여진 ‘매우 장중하게’(Sehr feierlich)라는 표현지시어는 서정적이면서도 장엄한 이 악장의 성격을 잘 말해준다. 일찍이 음악학자 토비는 이 악장을 가리며 “숭고한 아름다움이 최고조에 달했다”고 말했는데, 이는 이 음악의 핵심을 가장 잘 드러낸 말이라 할 것이다.
III. Scherzo. Nicht schnell - Trio. Langsam
3악장 스케르초는 브루크너가 쓴 다른 스케르초 악장에 비해 관현악의 색채가 다채로워 매우 화사한 음향을 만들어낸다. 특히 중간에 등장하는 트리오 섹션의 음악은 베토벤의 [‘영웅’ 교향곡]에서처럼 3대의 호른이 사냥 호른의 느낌을 자아내며 신선한 느낌을 준다.
IV. Bewegt, doch nicht zu schnell
4악장은 브루크너 자신이 “고난을 거쳐 별들의 나라로”라 표현했듯이 단조로 시작해서 승리의 장조로 끝나는 피날레로, 전통적인 독일 교향곡의 철학을 고스란히 재현해낸다. a단조로 시작하는 도입부는 a단조의 조성을 확실하게 느끼기 어려울 정도로 불안정하게 출발하고 있어 종결부의 A장조 팡파르는 더욱 확신에 찬 승리의 느낌을 전해준다.
발췌 : [네이버 지식백과] 브루크너, 교향곡 제 6번 [Bruckner Symphony No. 6 in A major] (클래식 명곡 명연주, 최은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