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Symphonies
Anton Bruckner, 1824-1896
Tracklist
Symphony No. 1 in C minor
1. 1. Allegro
2. 2. Adagio
3. 3. Scherzo. Schnell
4. 4. Finale. Bewegt, Feurig
Symphony No.2 In C Minor
5. 1. Moderato
6. 2. Andante
7. 3. Scherzo. Mäßig Schnell
8 4. Finale. Mehr Schnell
Symphony No.3 In D Minor
9. 1. Mehr Langsam, Misterioso
10. 2. Adagio, Bewegt, Quasi Andante
11. 3. Ziemlich Schnell
12. 4. Allegro
Symphony No.4 In E Flat Major "Romantic"
13. 1. Bewegt, Nicht Zu Schnell
14. 2. Andante Quasi Allegretto
15. 3. Scherzo. Bewegt
16. 4. Finale. Bewegt, Doch Nicht Zu Schnell
Symphony No.5 In B Flat Major
17. 1. Introduction. Adagio – Allegro
18. 2. Adagio. Sehr Langsam
19. 3. Scherzo. Molto Vivace (Schnell)
20. 4. Finale. Adagio – Allegro Moderato
Symphony No.6 In A Major
21. 1. Majestoso
22. 2. Adagio. Sehr Feierlich
23. 3. Scherzo. Nicht Schnell
24. 4. Finale. Bewegt, Doch Nicht Zu Schnell
Symphony No.7 In E Major
25. 1. Allegro Moderato
26. 2. Adagio. Sehr Feierlich Und Sehr Langsam
27. 3. Scherzo. Sehr Schnell
28. 4. Finale. Bewegt, Doch Nicht Schnell
Symphony No. 8 in C minor
29. 1. Allegro Moderato
30. 2. Scherzo. Allegro Moderato
31. 3. Adagio. Feierlich Langsam, Doch Nicht Schleppend
32. 4. Finale. Feierlich, Nicht Schnell
Symphony No.9 In D Minor
33. 1. Feierlich, Misterioso
34. 2. Scherzo. Bewegt, Lebhaft
35. 3. Adagio. Langsam, Feierlich
▒ 브루크너의 교향곡을 듣고 있으면 관현악 편성이 커서 웅장한 느낌은 있으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나 말러의 관현악처럼 화려하고 다채로운 소리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한 마디로 브루크너의 교향곡은 재미있는 음악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루크너의 교향곡을 들을 이유는 충분합니다. 끈기와 인내를 갖고 그의 음악 속에서 서서히 변화해나가는 역동적인 에너지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클라이맥스에 이르러 어마어마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으니까요.
그렇다 해도 브루크너 교향곡의 진정한 가치를 깨닫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건 사실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음악을 접한 사람이라도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뒤늦게 브루크너 교향곡의 매력을 발견하는 일이 많습니다. 아마 브루크너 당대 사람들도 그랬던 모양입니다. 브루크너의 교향곡은 ‘브루크너의 개시’와 ‘브루크너의 휴지’ 등 갖가지 용어들을 만들어내며 분석과 비판의 대상이 되어왔습니다. 겸손한 완벽주의자였던 브루크너는 당대 음악평론가들의 평가에 매우 민감했습니다. 또한 그 자신의 작품에 스스로 만족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교향곡을 완성한 뒤에도 수없이 개정을 되풀이했습니다. 그 끊임없는 개정작업 덕분에 브루크너의 교향곡의 여러 버전들이 생겨났고, 브루크너 사후에도 하스와 노바크 등 여러 편집자들이 브루크너가 남기고 간 여러 악보들을 바탕으로 각기 다른 에디션의 악보를 출판했습니다. 그 때문에 브루크너의 교향곡을 들을 때는 몇 년도 버전의 어떤 에디션인지까지 구별해야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처럼 끊임없는 비판과 계속되는 수정작업에도 불구하고 브루크너는 꽤 많은 교향곡을 남겼습니다. 오늘날까지 전해지는 브루크너의 교향곡은 초기의 습작 교향곡 2곡을 포함해 모두 11곡입니다. 브루크너가 작품 번호 조차 붙이지 않았던 [교향곡 f단조]는 브루크너가 린츠의 지휘자인 오토 키츨러에게 작곡을 배우고 있을 무렵에 작곡한 습작이고, 그 이후에 작곡한 d단조의 교향곡 역시 습작으로 ‘교향곡 0번’이라는 특이한 번호를 붙어있습니다. 브루크너는 이 교향곡들이 본격적인 교향곡의 시작을 알리는 처녀작이라 생각했던 것이지요. 그리고 42세가 되던 1866년에 브루크너는 마침내 [교향곡 제1번]을 완성했습니다. 그 이후 [교향곡 8번]까지 완성한 후, 1896년에 그가 세상을 떠나는 마지막 날까지 [교향곡 제9번]의 피날레를 작곡하다가 채 완성하지 못한 채 숨을 거두었습니다.
습작과 미완성을 포함해 모두 11곡에 달하는 브루크너의 교향곡은 뭐라 말할 수 없는 신비로움으로 가득합니다. 그 웅장하면서 장엄한 소리는 브루크너가 즐겨 연주했던 오르간과 매우 닮았습니다. 브루크너의 교향곡은 마치 오르간의 스톱(오르간에서 일정한 음색과 높이에 대응하는 파이프를 가리키는 용어)을 바꾸듯 하나의 차원에서 새로운 차원으로 갑작스럽게 이동합니다. 이는 브람스 교향곡의 논리적이고 지성적인 전개 방식과는 전혀 다릅니다. 예상치 못한 반전으로 계속해서 새로운 차원을 열어가는 브루크너의 음악은 낯선 신비감을 전해주기도 합니다.
브루크너의 음악이 다른 작곡가들의 음악에 비해 특별한 것은 아마도 그가 독실한 가톨릭 신자라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을 겁니다. 브루크너는 신앙심이 대단해서 강의를 하다가도 삼종기도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리면 강의를 중단하고 그 자리에서 무릎 꿇고 기도를 바쳤다고 합니다. 브루크너는 작곡이라는 행위 자체도 하느님을 경배하는 것으로 생각해 음악을 통해 ‘거룩한 하느님 안에서의 영원한 평화’와 신과의 합일을 추구했습니다. 그러니 그의 교향곡이 종교적 신비감과 명상적이고 비감각적인 음향을 표현하고 있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브루크너의 종교적 배경을 이해한다 하더라도 브루크너의 음악을 처음 들으면 여전히 어렵게 느껴질 겁니다. 브루크너 교향곡을 들을 때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 주된 선율인지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지요. 브루크너 음악은 깊이 연구한 음악학자 에른스트 쿠르트도 브루크너의 교향곡에선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주제’나 ‘멜로디’라고 부를만한 것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브루크너의 음악 속엔 그보다 더 특별한 것이 담겨있습니다. 그것은 누구나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선율이 아니라 계속해서 성장하고 진화해가는 에너지의 파동이며, 무한의 경지로 돌입하는 듯 길고 긴 크레셴도입니다. 특히 브루크너 교향곡을 마무리하는 종결부에서 서서히 상승해가며 점진적으로 으뜸화음을 확산시켜가는 과정을 듣고 있노라면 저도 모르게 그 거대한 음향 덩어리에 완전히 압도될 겁니다. 금관악기를 강화한 오케스트라의 음향은 너무나 거대하고 장엄하여 화성적안 포화상태를 이루고, 현악기의 끊임없는 트레몰로는 신비와 황홀의 극치를 만들어냅니다. 그래서 음악학자 파울 베커는 “브루크너는 신비주의자이며 그 존재의 기본 상태는 황홀”이라 말하기도 했습니다. 브루크너 교향곡에서 거대한 오르간처럼 울려 퍼지는 브루크너 사운드의 참맛을 알게 된다면 누구라도 이 말에 동의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