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ur Seasons, Violin Concerto No. 3 in F Major, RV 293 "L'autunno"
Antonio Vivaldi, 1678∼1741
▒ 수많은 클래식 명곡 가운데서도 가장 유명한 작품을 꼽는다면 아마도 비발디의 [사계]가 아닐까 싶습니다. 휴대폰 벨소리로부터 대중가요의 전주에 이르기까지 [사계]의 멜로디는 우리 생활 곳곳에 스며들어 있지요. 과연 [사계]의 매력이 무엇이기에 이렇기 인기가 있는 걸까요?
음악으로 사계절의 변화를 그려낸 비발디의 탁월한 묘사력
비발디의 [사계]는 완전한 편성의 오케스트라로 연주하는 곡이 아니라 현악기를 중심으로 구성된 작은 오케스트라로 연주하는 음악이지만 대편성 관현악 못지않은 풍성한 화음과 상큼한 선율로 우리의 귀를 사로잡습니다. 또 쳄발로라 부르는 옛 건반악기의 챙챙거리는 소리를 듣는 것도 이 곡을 듣는 재미 중 하나죠. 그러나 무엇보다도 [사계]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사계절의 변화를 그려낸 탁월한 묘사능력이겠지요. 작곡가 비발디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변화를 눈에 보이지 않는 음악으로도 아주 멋지게 그려냅니다. 비발디가 [사계]에서 표현해낸 새소리와 천둥소리, 개 짖는 소리를 들으면서 계절의 느낌을 떠올리다보면 음악을 듣는 재미가 몇 배로 늘어납니다.
비발디는 [사계]의 악보를 출판할 당시 각 계절마다 14행시로 이루어진 소네트를 붙였습니다. 이 소네트의 작가가 누구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시구에 베니스의 방언이 사용된 점이나 비발디의 편지에 자주 나타나는 베니스식 철자법이 사용된 것을 보면 비발디 자신이 이 시를 직접 지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바커스의 술”과 같이 고대 신화에 등장하는 구절로 보아 이 시를 기존의 문학작품에서 따왔을 가능성도 엿보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이 유명한 명곡에 시를 붙인 작가가 누구인지는 수수께끼로 남아있지요.
[사계] 악보엔 이름 모를 시인의 소네트뿐 아니라 악보 군데군데에 비발디가 쓴 몇 가지 해설이 있습니다. 그래서 악보를 펼쳐놓고, 악보를 따라가며 음악을 듣다 보면 비발디의 재치있는 메모를 발견하게 되는 기쁨도 있지요. 이를테면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사람을 묘사한 악구에 ‘주정뱅이’란 말을 적어놓는 식이지요. [사계]를 들어보면음악으로 표현된 계절의 변화가 무척 인간 중심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이 작품에서 봄과 가을은 인간에게 안락함을 주는 계절로, 여름과 겨울은 인간을 위협하고 공격하는 계절로 그려집니다.
가을 (L'Autunno)
1악장 : 마을 사람들은 춤과 노래로 복된 수확의 즐거움을 축하한다. 바커스의 술 덕택으로 떠들어댄다. 그들의 즐거움은 잠으로 끝난다.
‘가을’에서는 ‘여름’을 지배하고 있던 자연과의 투쟁이 사라지고 다시 유쾌하고 즐거운 축제 분위기로 바뀝니다. 1악장에선 마을 사람들이 춤추고 노래하며 가을축제를 벌입니다.
풍요로운 가을의 축복에 취해 술을 너무 많이 마셔버린 ‘주정뱅이’도 등장해 흥미롭습니다. 주정뱅이를 묘사한 부분을 들어보면 몸을 가누지 못하고 비틀거리는 모습이 떠오를 정도로 실감납니다.
2악장 : 일동이 춤을 그치고 노래도 그친 뒤에는 조용한 공기가 싱그럽다. 이 계절은 달콤한 잠으로 사람에게 큰 즐거움을 준다.
2악장에 이르면 1악장에서 먹고 마시며 즐기던 주정뱅이들이 만취한 상태로 곤한 잠에 빠집니다. 비발디는 사람들이 깊은 잠에 빠진 모습을 약음기를 낀 현악기의 꿈결 같은 소리로 표현해냈습니다. 소리를 약하고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약음기를 낀 탓인지 현악의 음색은 몽롱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쳄발로 소리가 더 또렷하게 들려옵니다.
3악장 : 새벽에 사냥꾼들은 뿔피리와 총, 개를 데리고 사냥에 나선다. 짐승은 이미 겁을 먹고 총과 개들의 소리에 지칠 대로 지치고 상처를 입어 떨고있다. 도망칠 힘 조차 다하여 궁지에 몰리다가 끝내 죽는다.
3악장이 시작되면 먼저 경쾌한 사냥 음악이 3박자의 경쾌한 음악으로 펼쳐집니다. 이윽고 실감나는 사냥 장면이 음악으로 묘사됩니다. 독주 바이올린은 사냥꾼에게 쫓기는 동물들의 긴박한 음악을 연주하면 응답하는 현악기들은 총소리와 개 짖는 소리를 흉내 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