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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지식백과

오페라 배역별 베스트 가수

by 想像 2024. 8.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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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오페라 공연을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필요하다. 노련한 지휘자, 뛰어난 연출가, 솜씨 좋은 무대미술가를 비롯, 우수한 합창단과 발레단 등이 갖춰지고 그들간에 호흡이 잘 맞아야 공연은 성공한다.  그러나 오페라는 상당부분 성악가의 예술이다. 지휘가 어수룩하고 연출이 혼란스러워도 그럭저럭 참아줄만 하지만, 주역가수들의 노래가 영 아니면 그 공연 전체도 실패가 되고 만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스타급 가수를 데려온다고 일이 끝나는 것도 아니다. 영화에도 액션 전문 배우가 있고, 멜로드라마에 특히 강한 사람이 있듯이, 오페라 가수들도 목소리의 폭과 크기, 음색, 외모 등에 따라 나름대로 자신있게 노래하는 배역들을 몇 가지씩 가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별히 한 배역에 뛰어난 가수들에게는 그 배역의 '교과서'니 '전설'이니 하는 칭호가 따라다닌다. 그럼 이제 오페라 주요 배역별로 가장 뛰어난 가수들의 면면을 하나씩 살펴보기로 하자. 

 

 

베르디 오페라의 최고 가수들 

 

역사상 최고의 오텔로 마리오 델 모나코.  베르디 만년의 최고 걸작 <오텔로>는 테너 가수들에게 가장 어렵고 혹독한 역할에 속한다. 주인공 오텔로를 노래하기 위해서는 바리톤과 유사한 낮은 음역과 테너 특유의 고음을 동시에 구사할 수 있어야하며, 또한 엄청난 성량을 뿜어내지 않고서는 두터운 오케스트라를 뚫고서 목소리를 효과적으로 객석에 전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수많은 베르디 전문 테너들조차 오텔로를 노래하는 것만은 피하고자 하였으며, <오텔로> 한 번 부르는 것은 다른 오페라를 네 번이나 부르는 것과 똑같다는 이야기가 설득력있게 나돌기도 했다.   이탈리아가 낳은 최고의 드라마틱 테너 마리오 델 모나코는 전생애에 걸쳐 427회나 오텔로를 노래하는 기적적인 기록을 세우면서 역사상 최고의 오텔로 가수로 군림하였다. 극장을 찌렁찌렁 울리게 만드는 폭발적인 성량과 피를 토하듯 울부짓는 특유의 근육질적인 발성, 웅혼하고 품위있는 중간 음역의 목소리 등은 장군의 당당함이 질투로 무너져 야수적인 폭력으로 변질되는 모습을 너무나도 생생하게 표현했다.   오텔로의 부인이자 비련의 희생양 데스데모나역에는 소프라노 레나타 테발디가 발군이다. 우아한 기품이 있으면서도 폭넓은 소릿결과 긴장감있고 풍부하며 두터운 음색으로 데스데모나의 귀족적인 우아함을 잘 살렸으며, 라이벌인 칼라스와 달리 성량 또한 풍부한 편이어서 델 모나코의 트럼펫과도 같은 강질의 목소리와 잘 어울렸다. 델 모나코와 테발디라는 전설적인 <오텔로> 커플의 공연 모습은 카라얀 지휘, 빈 필 연주의 음반(DECCA)으로도 감상할 수 있는데, 나온지 이미 40년이 넘은 음반이지만 아직도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리골레토>의 호색한 만토바 공작 역에는 루치아노 파바로티만한 테너가 없다. 이탈리아 모데나 출신의 파바로티는 곧고 흔들림없는 깔끔한 목소리와 실로 기적에 가까운 완벽한 고음처리로 젊어서부터 커다란 화제를 모았다. 체구는 무척이나 거대하지만, 그의 날렵하고 섹시한 목소리는 만토바 공작의 방탕기를 표현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아리아 '이것도 저것도(Questa o quella)'와 '여자의 마음(La donna e mobile)', 3막의 유명 4중창 '아름다운 사랑의 처녀(Bella figlia dell'amore)'에서 파바로티의 매력을 십분 느낄 수 있으며, 셰릴 밀른즈(리골레토), 조안 셔덜랜드(질다)와 함께 공연한 데카 레이블의 전곡 음반은 이 오페라의 규범적인 연주라 할 것이다. 

 

베르디 오페라에는 참으로 멋진 바리톤 배역들이 많다. <라 트라비아타>의 조르지오 제르몽은 아들을 향한 애끓는 부성애를 '프로벤자 내 고향으로(Di Provenza il mar, il suol)'를 통해 드러내는데, 미국 출신의 신사 바리톤 로버트 메릴은 두텁고 풍부한 울림과 격조높은 표현으로 제르몽역을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리골레토>의 곱추 광대 리골레토는 간악하고 새디스트적인 일면과 딸에 대한 광기에 가까운 사랑이 뒤얽혀있는 대단히 복잡한 인물이다. 이탈리아가 낳은 수많은 바리톤들이 저마다 개성있는 리골레토를 노래하면서 큰 감동을 준 바 있지만, 그 중에서도 티토 곱비는 리골레토의 굴욕적인 삶과 딸 질다에 대한 왜곡된 극단적인 애정을 특유의 뒤틀린 음색으로 가장 감동적으로 형상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라핀이 지휘하고 칼라스와 디 스테파노가 공연한 음반(EMI)에서 곱비 리골레토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 

 

  <일 트로바토레>의 남성적인 루나 백작역에는 에토레 바스티아니니가 최고다. 터프하고 끈질긴 음색과 호탕한 표현력, 강인하고 긴장감 넘치는 고음으로 그가 무대에 서면 이 오페라의 주인공은 만리코가 아닌 루나 백작이라는 착각까지 들 정도다. 프랑코 코렐리, 레온타인 프라이스, 줄리에타 시묘나토, 카랴안 지휘 등 황금 캐스팅과 함께 한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실황(DG)을 통해 바스티아니니의 남성적 매력에 한껏 취해볼 수 있다. 

 

중후한 음색과 진지한 연기로 유명한 피에로 카푸칠리야말로 베르디 바리톤의 이상형이라 할 것이다. 카푸칠리는 리골레토, 맥베스, 로드리고 등 다른 배역도 잘 불렀지만 역시 그의 본령은 시몬 보카네그라다. 아바도가 라 스칼라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녹음한 <시몬 보카네그라> 음반(DG)은 베르디 오페라의 기념비적 연주에 해당한다.     

 

 

마리아 칼라스와 주세페 디 스테파노

 

흔히 루치아(<람메르무어의 루치아>), 비올레타(<라 트라비아타>), 노르마(<노르마>), 토스카(<토스카>)를 마리아 칼라스의 4대 배역이라고 부른다. 이 중에서도 드루이드족의 여제사장으로 조국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노르마역이야말로 칼라스의 카리스마를 남김없이 보여주는 최고의 배역이라 할 수 있다. 칼라스는 좀처럼 공연되지 않던 이 오페라를 거의 사반세기만에 무대로 끌어올렸는데, 마리오 델 모나코와 프랑코 코렐리 등 당대 최고의 드라마틱 테너들과 파트너를 이뤄가면서 밀라노의 라 스칼라 극장과 런던의 코벤트 가든 왕립 오페라 극장 등 전세계 오페라 극장을 휩쓸고 다녔다. 특히 1막에 나오는 저 유명한 아리아 '정결한 여신(Casta Diva)'에서, 칼라스는 마치 밀물과 썰물이 빠르게 교차되는 듯한 굴곡이 큰 진행과 뼛속으로부터 스며나오는 듯한 절절한 고뇌와 비원의 음성연기로, 20세기 오페라 역사에 가장 위대한 한 페이지를 장식할 수 있었다. 프랑코 코렐리, 크리스타 루드비히 등 당대 최고의 1급 가수들과 함께 한 음반(EMI)에서 칼라스 노르마의 그 숨막히는 카리스마를 생생히 느껴볼 수 있다. 

 

칼라스와 커플을 이루며 오페라 역사상 최고의 파트너쉽을 자랑한 테너가 있었으니, 시칠리아 태생의 주세페 디 스테파노가 그 주인공이다. 달착지근한 샴페인같은 표현력과 지중해의 뜨거운 태양과도 같은 정열적인 음색의 소유자 디 스테파노는 칼라스와 콤비를 이루며 수많은 명반과 명연을 쏟아냈는데, 특히 그의 에드가르도(<람메르무어의 루치아>)는 동시대 어떤 테너들보다도 더 뛰어난 것이었다. 밀고 당기는 절묘한 리듬 감각, 천부적인 카리스마, 감미롭고 우아한 시적인 감수성으로 표현해 낸 그의 에드가르도는 성악 예술의 최고봉을 보여준다. 

 

 

바그너 오페라의 최고 가수들 

 

바그너의 4부작 음악극 <니벨룽의 반지>에서 고뇌로 가득찬 보탄을 노래하는 한스 호터의 모습은 더 이상 이 세상의 사람이 아니다. 호터가 지닌 끝을 알 수 없는 깊이와 신비롭고 고요한 음색은 마치 구도자와 같은 경건함과 엄숙함을 전해주면서 관객들의 깊숙한 내면세계에 호소한다. <니벨룽의 반지> 세계 최초 스튜디오 녹음(솔티 지휘, DECCA)에서 보탄을 노래한 것을 비롯, 1950년대 이후 최고의 보탄으로 군림했다. 

 

보탄의 딸 브륀힐데를 노래한 가수로는 아스트리드 바르나이를 특기할만하다. 스웨덴 태생의 이 위대한 바그너 가수는 곧잘 비르기트 닐손과 비교되기도 하는데,  투명하게 뻗어나가는 닐손의 목소리와는 달리 바르나이는 덩어리진 음색과 절절한 표현력으로 육화된 인간의 자유정신을 직설적으로 쏟아내어 엄청난 감동을 던져주었다. 한스 크나퍼츠부쉬 지휘의 실황음반과 카라얀 지휘 1951년 <발퀴레> 3막 실황음반(EMI) 등에서 바르나이 예술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 

 

  <반지>의 불완전한 인간 영웅 지그문트로는 페터 호프만을 잊을 수 없다. 발성의 유창함과 목소리의 강인함에서 라몬 비나이, 존 빅커스, 제임스 킹 등이 앞설지 모르나 호프만 특유의 시적인 독일어 대사처리는 바그너가 꿈꾸던 바로 그것이다. 

 

  지그문트의 아들 지그프리트는 르네 콜로가 발군이다. 뮤지컬 가수에서 영웅적인 바그너 테너로 극적인 변신에 성공한 콜로는 특유의 유창한 표현력과 섬세한 감수성을 앞세워 한없이 시적이기만한 소년 영웅 지그프리트의 모습을 창조했다. 

 

 소년같은 순수함과 중후한 신비감을 동시에 지닌 유니크한 카리스마의 소유자 볼프강 빈트가센과 투명하고 힘찬 수정같은 목소리의 소유자 비르기트 닐슨은 사상 최고의 트리스탄 - 이졸데 커플로 손꼽힌다. 두 사람이 칼 뵘의 지휘로 녹음한 1966년 <트리스탄과 이졸데> 실황녹음(DG)은 바그너 음악극 사상 최고의 연주 가운데 하나로, 일체의 군더더기없이 비극의 정수를 궁극의 언어로 풀어헤치는 두 사람의 연주를 통해 바그너 성악의 진수를 남김없이 맛볼 수 있다. 

 

 

비제 오페라의 최고 가수들 

 

카르멘은 크게 나눠, 거칠고 반항적인 요부형과 발랄하고 자유분방한 스타일의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그리스 태생의 메조 소프라노 아그네스 발차는 후자를 대표하는 최고의 카르멘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그녀의 훌륭한 파트너인 스페인 테너 호세 카레라스는 그 이름마냥 돈 호세역을 너무나 잘 불러, 이 커플이 만들어 낸 <카르멘>은 잘츠부르크 음악제를 비롯 세계 저명 오페라 극장에서 연전연승의 거듭된 성공을 거두었다. 발차의 자신감있는 발성과 카레라스의 애절한 표현력은 카라얀 지휘 DG 음반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마스네  오페라의 최고 가수들 

 

로베르토 알라냐의 거센 도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아직도 알프레도 크라우스를 최고의 베르테르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 자신의 말을 빌자면, "나는 베르테르를 노래한 적이 없다. 나는 베르테르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이 스페인 태생의 위대한 테너는 특유의 단정한 스타일과 독특하고 섬세한 감성으로 수많은 프랑스 오페라에서 최고의 성가를 올렸다. 

 

 

모차르트 오페라의 최고 가수들 

 

  <피가로의 결혼>에 등장하는 꾀많은 하인 피가로는 많은 바리톤과 베이스들이 탐을 내는 선망의 배역이다. 이탈리아에서 태어난 체사레 시에피는 음성, 연기, 외모 등 오페라 가수로서 갖춰야 할 3박자를 모두 갖춘 재주꾼으로, 특히 그의 피가로는 듬직한 권위가 느껴지면서도 시종 여유있는 웃음과 기발한 재치를 잊지 않아 인상적이다. 수잔나는 풋풋한 매력의 에디트 마티스, 백작부인 역에는 순백의 음색을 지닌 군둘라 야노비츠를 꼽을만하다. 

 

  <마술피리>의 왕자 타미노역에는 요절한 천재가수 프리츠 분더리히가 첫 손에 꼽히며, 밤의 여왕은 소프라노 에디타 그루베로바가 제격이다. 또한 인자한 자라스트로역에는 따뜻하게 퍼져나가는 목소리로 유명한 쿠르트 몰을 잊을 수 없다. 

 

 

R. 쉬트라우스  오페라의 최고 가수들 

 

리하르트 쉬트라우스의 오페라 <장미의 기사>에 등장하는 먀살린역에는 오페라 역사상 가장 우아한 소프라노 엘리자베스 슈바르츠코프 이외에는 달리 생각나는 가수가 없다. 한없이 고결하면서도 내면의 우울함을 쟂빛 음색으로 담아내는 슈바르츠코프의 위대한 예술혼 앞에는 그저 엎드려 절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푸치니 오페라의 최고 가수들 

 

  <마농 레스코>의 열정적인 연인 데 그뤼 스페셜리스트는 단연 플라시도 도밍고라 할 것이다. 도밍고하면 워낙 여러 방면에서 다재다능하기도 하지만, 특히 그의 데 그뤼는  라이벌인 파바로티나 카레라스를 완전히 압도할뿐더러, 선배 가수들 중에서도 도밍고만한 연주력을 선보인 가수는 아무도 없다. 

 

  <라 보엠>의 가난한 시인 로돌포역에는 스웨덴 출신의 유시 비욜링을 추천할만하다. 상대역 미미는 리릭 스핀토 소프라노의 교과서인 미렐라 프레니를 따를 자 없겠다. 

 

  <투란도트>의 칼라프 왕자는 프랑코 코렐리가 최고다. 짜릿하고 웅장한 음색, 그리스 조각같은 외모, 격정적으로 치솟는 고음 등 테너가 갖춰야 할 모든 장점을 한 몸에 지녔던  코렐리는 비르기트 닐손과 커플을 이뤄 감동적인 칼라프 왕자를 연기했다. 영화 <킬링필드>에도 삽입되었던 3막의 테너 아리아 '공주는 잠 못 이루고 Nessun Dorma'의 목소리 주인공이기도 한 코렐리는 극장을 날려버릴 듯한 큰 성량과 열정적인 표현력으로 가는 곳마다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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