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mphony No. 38 in D Major, K. 504
"Prague"
Wolfgang Amadeus Mozart
모차르트가 생애에서 가장 짜릿한 성공을 맛본 도시는 어디였을까? 그곳은 고향인 잘츠부르크도, 비엔나도 아니었다. 바로 보헤미아의 수도 프라하였다.
모차르트가 프라하에 도착한 것은 1787년 1월 11일이었다. 프라하에서 [피가로의 결혼]이 대성공을 거두자 툰 백작이 그를 초청했던 것이다. 마침 그가 도착한 날 [피가로의 결혼] 공연이 있었고, 그는 그 자리에 참석하여 청중들로부터 열광적인 갈채를 받았다. 그리고 1월 22일에는 직접 지휘봉을 들어 [피가로의 결혼] 공연을 이끌기도 했다. 그가 비엔나로 떠날 때 프라하 극장의 감독인 본디니는 그에게 새로운 오페라를 주문했는데, 그 오페라는 다름 아닌 [돈 조반니]였다.
모차르트는 프라하에서 음악회를 열어 자신의 다른 작품들을 프라하 청중들에게 들려주기도 했다. 1월 19일 오페라 극장에서 열린 그랜드 콘서트에서 그는 피아노 연주를 선보였는데, 메인 프로그램을 마치고 나서도 30분 가까이 즉흥연주를 펼쳐 보였다. 아울러 그날 공연에서는 모차르트의 신작 교향곡도 연주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프라하 교향곡’이었다.
이 교향곡을 프라하 청중들을 위한 작품이었다고 한다면, 그 이유는 [피가로의 결혼]과의 연관성에서 찾을 수 있다. 이 교향곡의 마지막 악장에 사용된 주제의 시작 부분은 [피가로의 결혼]의 제2막에서 수잔나와 케루비노가 부르는 2중창 선율의 그것과 일치한다. 또 첫 악장의 제1주제와 발전부에도 역시 [피가로의 결혼]에 사용된 동기들이 나타난다. [피가로의 결혼]에 열광했던 프라하의 청중들이 이 교향곡을 들으며 얼마나 즐거워했을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모차르트의 사후에 프라하의 한 신문은 이 교향곡이 프라하 청중들의 호응에 대한 답례로 작곡되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한편 모차르트의 창작 이력에서 보자면, 이 작품은 그의 완숙한 면모가 온전히 반영된 첫 교향곡이라는 의의를 지닌다. 모차르트는 1783년의 ‘린츠 교향곡’ 이래 실로 3년여 만에 새로운 교향곡을 내놓았는데, 그동안 그의 작곡기법에는 많은 변화와 발전이 있었다. 특히 비엔나에서 유행했던 ‘하르모니무지크(관악 앙상블 음악)’의 영향을 받아 관악기의 용법이 더욱 다채롭고 풍부해졌으며, 바흐와 헨델의 음악을 접하면서 체득한 반음계와 대위법이 본격화되었던 것이다. 이 교향곡에는 그러한 면들이 골고루, 선명하게 부각되어 있다.
그 결과 이 교향곡은 종래의 ‘고전 교향곡’이 도달한 적 없는 깊이와 높이에 이르게 되었다. 즉 이 곡에 이르러 교향곡은 비로소 음악회의 시작이나 종료를 알리는 팡파르적인 성격의 악곡이 아니라, 독자적인 가치와 유기적 완성도를 지닌 어엿한 예술작품으로서의 내실을 갖추게 되었던 것이다. 이런 면에서 이 작품은 곧 뒤를 잇게 될 ‘3대 교향곡(제39~41번)’을 향한 튼실한 발판이 되었다.
Berliner Philharmoniker · Karl Böhm
제1악장 Adagio - Allegro
먼저 장대하고 화려한 아다지오의 서주가 나온다. 으뜸음을 당당하게 울리며 출발하는 서주는 드라마틱한 이미지를 자아내는데, 그 장중하면서도 자유분방한 분위기와 흐름, 그리고 d단조로부터 시작되는 변화무쌍한 조옮김은 다분히 [돈 조반니]를 연상시킨다. 알레그로의 주부는 활기찬 제1주제와 유려한 제2주제를 중심으로 진행되며, [피가로의 결혼]을 연상시키는 쾌활함과 유연함, 그리고 대위법적인 풍성함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제2악장 Andante
이 교향곡의 악기 편성을 보면 클라리넷이 빠진 2관 편성에 트럼펫 2대와 팀파니가 추가되어 있는데, 이 안단테 악장에서는 트럼펫과 팀파니가 침묵한다. 이 악장에서도 [피가로의 결혼]의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전편에 흐르는 따스한 기운에서는 목가적 평화를, 중간에 부각되는 강렬한 울림에서는 비극적 격정을 떠올리게 된다. 얼핏 단조로워 보이지만 정서적 깊이와 음악적 아이디어를 겸비한 악장으로, 보다 차분하고 세밀하게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제3악장 Finale (Presto)
부파적인 경쾌함과 아기자기함으로 가득한 피날레 악장이다. 앞서 언급한 ‘수잔나와 케루비노의 동기’로 출발하며, 장쾌한 울림과 쾌적한 흐름 속에서 목관악기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반복기호 준수 여부에 따라 연주시간은 달라지지만, 전곡 가운데 길이가 가장 짧은 악장이다.
발췌 : [네이버 지식백과] 모차르트, 교향곡 제38번 D장조 ‘프라하’ [W. A. Mozart, Symphony No.38 in D Major, K.504 ‘Prague’] (클래식 명곡 명연주, 황장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