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ano Sonata No. 15 in D Major, Op. 28 -"Pastorale"
Ludwig Van Beethoven, 1770~1827
베토벤이 1801년 작곡한 중기 소나타 중 하나로 평화롭고 목가적인 작품이다. 베토벤 사후, 1838년 출판업자 아우구스트 크란츠(August Cranz)에 의해 ‘전원’이라는 표제가 붙었다.
귓병이 나날이 악화되어 가던 1801년 베토벤은 12번 ‘장송’(Op.26), 13번(Op.27-1), 14번 ‘월광’(Op.27-2), 15번 ‘전원’(OP.28)에 이르는 4편의 피아노 소나타를 작곡했다. 이 중 12번, 13번은 추정이며, 14번과 15번은 기록으로 남아있다. 특히, 15번의 경우 베토벤이 직접 자필 악보에 작곡 연도를 명기했다. 하지만 언제 작품을 구상했고, 어느 기간 동안 작곡을 했는지는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는 12번부터 중기로 분류되는데, 이 시기의 작품들은 이전과는 확실히 다른 양상을 보인다. 이때부터 베토벤은 독창적이고 파격적인 시도를 통해 선배 작곡가들의 영향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구현해나가기 시작했다. 그 중 14번은 형식이나 내용 면에서 새로운 소나타의 전형을 제시한 획기적인 작품으로 간주된다. 반면 15번은 14번과는 달리 변화보다 안정을 택한 곡이다. 따라서 전편의 분위기는 밝고 온화하며 목가적이다. 즉, 질주하던 베토벤이 잠시 숨을 고른 작품이라고 하겠는데, 평소 좋아하던 산책 중에 영감을 얻어 쓴 것으로 보인다. 이는 베토벤이 연인인 테레제 마르파티(Therese Malfatti)에게 보낸 편지에서 “덤불과 숲을 빠져나와 수목과 풀, 바위 사이를 산책할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하겠습니까. 나처럼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고 밝힌 것이나 이 곡의 스케치에 직접 “아! 신이시여. 얼마나 멋이 있습니까! 이처럼 산림 지대에는 평안이 있습니다.”라고 남긴 글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곡이 완성된 후 베토벤은 이 곡을 빈의 문화예술계에서 두루 신망이 두터웠던 원로 극작가 요제프 폰 존넨펠츠(Joseph von Sonnenfels)에게 헌정하였다. 자필 악보는 베토벤이 태어나 22살까지 살았던 독일 본(Bonn)의 베토벤 하우스(Beethoven House)에 보관되어 있다.
한편, 악보 출판은 1802년 8월 빈의 미술 공예사에서 이루어졌으며, 그 후 베토벤이 사망하고 11년 후인 1838년, 독일 함부르크의 출판업자 아우구스트 크란츠에 의해 다시 출판되었다. ‘전원’이라는 표제는 베토벤이 곡을 완성했을 때는 물론이고, 처음 악보가 출판되었을 때까지도 없었다. 이는 크란츠가 임의로 ‘전원 소나타(Pastorlale Sonata)’라고 명명한 것인데, 그것이 표제로 공인되어 현재까지 이어져 왔다.
Maurizio Pollini, Piano
1악장 Allegro
소나타 형식이다. 베이스의 D음 위에서 부드럽고 온화한 제1주제가 나타나고, 이것을 12마디부터 옥타브 위에서 되풀이한 뒤 40마디부터 상승 악구로 들어간다. 그리고, 이를 다시 반복한 후 경과부를 거쳐 평화로운 제2주제가 등장한다. 계속해서 화려한 패시지가 펼쳐진 다음 제2주제가 다시 나타나고, 새로운 악상이 등장한 후 제1주제에 의한 물 흐르는 듯한 대위법적 전개가 이어진다. 재현부에서는 두 개의 주제가 교차된 다음 제1주제를 코다로 사용해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조용히 끝을 맺는다.
2악장 Andante
우아한 3부 형식의 악장이다. 베토벤의 제자인 오스트리아의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카를 체르니(Carl Czerny)는 이 악장을 베토벤이 평소 즐겨 연주했다고 증언했다. 조성은 D단조이나 어두운 느낌이 없으며, 오히려 밝은 행진곡풍과 낭만적인 발라드풍의 느낌을 준다. 제1부에는 스타카토 반주 음형으로 다정한 주제가 나타나고, 중간에는 다소 애상적인 선율도 흐른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중간부 주제를 다시 환기시킨 후 서서히 마무리된다.
3악장 Scherzo. Allegro Vivace
가볍고 생기가 넘치는 악장이다. 한 옥타브씩 내려오는 8마디의 인상적인 동기로 시작되는 주제가 곡을 이끌고, 트리오로 들어가서는 흡사 농민의 노래를 떠오르게 하는 소박한 주제 선율이 흐른 뒤 반복된다. 그리고, 이것을 반주형과 조성만 바꾸어서 반복하며 토속적인 느낌을 고양시킨 후 끝이 난다.
4악장 Rondo. Allegro Ma Non Troppo
표제와 가장 잘 어울리는, 전원적인 정서가 전편에 흐르는 악장이다. 이 악장에 대해 19세기 독일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카를 라이네케(Carl Reinecke)는 ‘멀리서 들려오는 종소리, 또는 산림들의 속삭임을 연상시킨다.’고 했고, 영국의 음악학자 조지 그로브(George Grove)는 ‘목동의 음악을 떠오르게 한다.’고 평했다.
도입부에 일정하게 반복되는 D음은 종소리를 연상시키는데, 9마디부터 첫 동기가 복잡하고도 정교하게 발전해나간다. 그러면서도 전원적인 분위기를 이어나가며 화려함과 우아함을 더한다. 마지막은 207마디에서 클라이맥스를 이룬 뒤 힘차게 끝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