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무생각 (이은상 작시, 박태준 작곡)
이은상 작시(作詩), 박태준 작곡의 ‘동무생각’은 언제 들어도 정겹다. 1922년에 발표, 100년이 다돼 가지만 인기는 여전하다. 4분의 4박자로 아름다운 노랫말, 부드러운 멜로디가 감칠맛을 더해준다. 생동하는 봄에 잘 어울리는 곡이다. 이 노래는 테너 박세원 등 여러 성악가들이 불러 노래의 맛이 약간씩 다르다.
노래가 만들어진 배경엔 경남 마산출신 문인이자 사학자인 이은상, 대구출신 작곡가 박태준이 관련돼 있다. 더욱이 박태준이 노래의 중심에 있다. 작곡도 했지만 노랫말 속의 동무가 옛 학창시절 자신이 짝사랑했던 여학생이다.
박태준은 기독교집안에서 태어나 개신교계 재단이 운영하는 대구계성중학교에 다녔다. 음악에 관심을 가져 졸업 후 대구제일교회 오르간연주자가 됐다. 숭실전문학교에서 음악을 전공, 1921~23년 마산창신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이때 이은상은 같은 학교 국어선생이었다. 비슷한 연배의 두 사람은 매우 친했다. 만나면 옛 추억도 떠올리며 얘기꽃을 피웠다. 어느 날 박태준은 옛 학창시절 얘기를 했다. 1911~16년 계성중학교에 다닐 때 대구 제일의 명문인 대구공립여자보통학교 여학생을 사모했다는 것. 그 여학생은 백합처럼 미녀였다. 그러나 박태준은 내성적인 탓에 말 한마디 붙여보지 못했고, 그녀는 졸업 뒤 일본으로 유학을 가버렸다.
이은상은 그 얘기를 듣고 “잊지 못할 소녀를 예술작품으로 승화시켜 곡 안에 담아두면 박 선생 소원이 이뤄지는 게 아니냐. 가사를 써줄 테니 곡을 붙여보겠느냐?”며 시를 써서 건넸다.
“그러겠노라”고 답을 한 박태준은 곡을 만들었다. 대구 학창시절 학교를 오갈 때 자신의 집 앞(현 섬유회관 부근)을 지나던 그 여학생을 잊지 못했던 그 옛날의 짝사랑이 노래 작곡동기가 된 것이다. 그렇게 해서 1922년 태어난 곡이 국민가곡 ‘동무생각’이다.
노래는 나오자마자 널리 퍼져 삽시간에 젊은이들 애창곡이 됐다. 전반부의 전형적인 동요풍에서 후반부의 변박자에 이르러 감정을 격화시킨 게 사람들을 끌리게 했다.
2009년 6월 17일 대구시 중구 동산동 계명대 동산의료원 의료선교박물관 언덕에 ‘동무생각’노래비가 세워졌다. 비가 선 곳은 가사에 나오는 ‘청라언덕’ 그 자리다.
봄의 교향악이 울려퍼지는
청라언덕 위에 백합 필적에
나는 흰나리꽃 향내 맡으며
너를위해 노래 노래 부른다
청라언덕과 같은 내맘에
백합같은 내 동무여
내가 네게서 피어날적에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
더운 백사장에 밀려들오는
저녁 조수위에 흰새 뛸적에
나는 멀리 산천 바라보면서
너를 위해 노래 노래 부른다
저녁조수와 같은 내 맘에
흰새 갈은 내 동무야
네가 내게서 떠돌때에는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