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동산에 올라(이은상 작시, 홍난파 작곡)
이은상 작시(作詩), 홍난파 작곡의 ‘옛 동산에 올라’는 인생의 허무함을 노래한 가곡이다. 지난날을 돌아보는 내용의 가사에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멜로디가 일품이다. 일제강점기 때 한겨레의 심금을 울린 민족의 노래이기도 하다.
‘옛 동산에 올라’는 약간 느린 속도의 4분의 3박자, 라단조, 두 도막 형식의 유절가곡(有節歌曲, Strophic : 가사의 각 절이 같은 선율로 된 가곡)이다. 가사는 1절, 2절로 돼있다. 낭만적 분위기의 통속적 애창가곡이기도 하다. 이은상이 1928년 여름에 발표한 시조시 ‘옛 동산에 올라’가 노랫말이다. 고유한 전통 시형식인 시조의 현대화에 이바지했다는 평가다.
노랫말에 나오는 ‘옛 시인의 허사’란 고려 말 충신 길재(吉再)가 나라가 망한 뒤 지은 시조를 말한다. (‘오백 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서니 /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人傑)은 간 데 없네 / 어즈버 태평연월(太平烟月)이 꿈이런가 하노라’) 이은상은 이 시조구절을 인용, 망국의 한을 노래했다. 시조시를 노랫말로 삼은 가곡으로 역사성이 있다.
여기에 작곡가 홍난파가 멜로디를 붙였다. 그가 미국유학 때인 1932년에 작곡, 이듬해 발표됐다. 홍난파 가곡작품집 ‘조선가요작곡집’을 통해서다. 그는 작곡집에서 “이은상의 시가 마음에 들어 작곡하게 됐다”고 밝혔다.
반주는 펼친 화음으로 이뤄진다. 화성은 으뜸화음, 버금딸림화음, 딸림7화음으로 어우러진다. 3장의 시조형식을 4장의 음악적 형식으로 만들기 위해 한 악구(樂句)의 간주를 뒀다. 간주에선 곡에 변화를 주기위해 4분의 4박자로 바뀐다. 선율은 온음계적으로 부드럽고 서정성을 느끼게 해준다. 한국적 분위기를 나타내기 위해 선율에 이끈 음을 생략시킨 게 특징이다.
노래는 8·15광복 후 음악교과서에 실리며 전국적으로 알려져 국민애창곡 수준의 명곡이 됐다. 테너 엄정행, 바리톤 최현수, 소프라노 곽신형 등 성악가는 물론 문정선을 비롯한 대중가수들도 이 노래를 불러 사랑받았다. ‘홍난파의 클래식 입문서, 옛 동산에 올라’와 같은 책도 나와 노래인기를 말해준다.
내 놀던 옛 동산에
오늘 와 다시 서니
산천 의구란 말
옛시인의 허사로고
예 섰던 그 큰 소나무
버혀지고 없구료
지팡이 던져 짚고
산 기슭 돌아서니
어느 해풍우엔지
사태져 무너지고
그 흙에 새 솔이
나서 키를 재려 하는구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