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 [Frédéric FranÇois Chopin, 1810∼1849]
폴란드 작곡가·피아니스트. 바르샤바 출생. 주요 작품의 대부분이 피아노곡인데, 개성적이며 참신한 기법은 서정성을 기조로 웅장함·기품·멜랑콜리 등 다채로운 성격을 겸비하여 <피아노의 시인>으로 칭송받는다. 아버지 니콜라스는 16세 때 폴란드로 이주해 온 프랑스인이며 어머니 유스티나는 폴란드의 몰락한 귀족 출신이다. 양친을 비롯한 가족 모두가 음악을 애호하였는데, 쇼팽은 4∼5세부터 누이 루드비카에게 피아노의 초보를 배웠으며, 1816년부터는 A.W. 지브니에게 배웠다.
7∼8세 무렵부터 작곡에 흥미를 느껴 민속무곡이나 론도 등 피아노곡을 작곡했는데 17년에 작곡한 폴로네즈는 작곡 뒤 곧 출판되어 가장 초기 작품으로서 전해진다. 18년 2월 24일, 최초의 공개연주회를 열어 대성공을 거두었고 <모차르트의 후계자>라 불리며 귀족사회의 총아가 되었다. 이윽고 스승 지브니를 능가하여 바르샤바음악원의 원장 J. 엘스너의 지도를 받았고 26년에는 바르샤바음악원에 입학하였다.
엘스너의 교육법은 독창성을 주안으로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것이었다. 그것은 쇼팽의 개성적인 작곡어법의 형성에 매우 유익하였으나, 동시에 생애를 통하여 대위법 등의 기술 습득에 대한 갈망과 규모가 큰 작품의 구성으로 고심하게 되는 원인도 되었다. 2학년 때 작곡한 모차르트 주제에 의한 《라 치 다렘 라 마노의 변주곡》은 뒤에 R. 슈만에 의해 소개되어 쇼팽의 명성을 높인 작품이다. 이 무렵은 유럽악단에의 진출과 자작자연(自作自演)에 의한 음악활동의 포석으로서 협주형식의 피아노작품을 집중적으로 작곡하였는데, 《론도 아라크라코비아크(1828)》 《피아노협주곡 제2번 F단조(1830)》과 《피아노협주곡 제1번 E단조(1830)》 등으로서 K. 체르니 등의 명기주의(名技主義)와 J.N. 훔멜 등의 서정미를 다분히 의식한 기교적이며 화려한 작풍이 특징적이다.
음악원을 졸업하고 더욱 폭넓은 활동을 위하여 빈으로 가기로 작정하고 바르샤바를 떠났는데, 고국의 반러시아폭동과 독립혁명 실패의 소식에 비분과 절망으로 상심하였다. 그 자신은 고국의 위기에 대해 동지들과 행동을 같이 하지는 않았으나, 이 사건은 젊은 영혼에 결정적인 그림자를 드리워 그의 창작의 근본에 흐르는 비극성과 허무주의의 근원이 되었다. 쇼팽은 예술가로서 살 것을 명확히 자각하고 귀국을 단념, 다시 고국에 돌아가지 않았다.
31년 9월 중순에 파리로 이주, 불우한 시대였으나 그의 음악세계로서는 중요한 수년간의 시기를 보내게 되었다. V. 벨리니 등의 음악을 통하여 선율이 가지는 의미에 대한 영감을 얻어 피아노라는 악기로 인간의 목소리와 같은 부드러운 멜로디를 노래하는 표현방법을 연구하여 악센트의 이동과 리듬의 고안, 화성상의 혁신과 음색변화, 3부형식을 발전시켜 독자적인 음악적 발상을 담는 등 개성적인 음악어법을 확립하였다. 당시 파리는 온갖 문학인·지식인·예술인의 집회장소가 되어 있었는데 쇼팽도 32년 파리에서 개최된 데뷔연주회에서 성공하여 이들과 교분을 맺었다.
36년에 F. 리스트의 소개로 여류작가 G. 상드를 만났으며, 2년 뒤에는 함께 지내기 시작하여 9년간 계속되었다. 이 사이에 폐결핵을 앓고 있던 쇼팽의 요양을 위해 옮긴 마요르카섬에서 《24개의 전주곡(1839)》을 완성하였다. 그 후에도 건강이 계속 악화되는 가운데 리듬의 세련·복잡화, 형식의 확대, 환상성의 중시 등 창작력은 더욱 원숙해져서 《피아노소나타 제 2 번 B 단조(장송, 1839)》 《환상곡(1841)》 《피아노소나타 제 3 번 B단조(1844)》 《환상폴로네즈(1846)》 《발라드 제 2번 (1839)》 《발라드 제 3 번(1841)》 《발라드 제 4 번(1842)》 등의 걸작을 잇따라 발표하였다. 48년 2월혁명을 피하여 런던과 스코틀랜드를 여행하였는데 안개와 한기 때문에 건강이 더욱 악화되어 다시 파리에 돌아와 궁핍과 고독 속에서 세상을 떠났다.
쇼팽은 피아노의 성능이 급속히 개량되어 발달하던 시대에 창작기의 정점을 맞았으므로 작품은 연주법이나 페달 기법의 확충과 밀접하게 결부되어 있다. 특히 에튀드(연습곡)는 고도의 음악적 착상이나 그 성과가 나타나 있어, 연주기술을 연마하기 위한 연습곡임과 동시에, 그가 발견한 피아노 표현의 연주법상의 비결에 여러 가지 형식을 가미한 기념비적인 명곡이 되었다. 선배 작곡가 중에서는 J.S. 바흐·W.A. 모차르트·J. 필드의 녹턴(야상곡)양식 등을 애호, 이에 대한 연구의 성과를 작곡에 도입하였다. 폴란드의 민속무곡인 마주르카나 폴로네즈의 리듬과 정신은 그의 큰 지주가 되어 그것들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명곡을 많이 작곡하였다. 연주하기 쉬운 왈츠나 녹턴, 연주하기가 어려운 에튀드까지 다양하게 있으며, 피아노작품 이외에도 첼로소나타와 가곡이 많이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