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음악/브람스

브람스의 변주곡들

想像 2023. 1. 13.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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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의 음악이라고 하면  탄탄한 구조 아래 서정성과 장엄함을 동시에 갖춘 네 개의 교향곡, 고전주의 양식을 충실히 계승하면서도 낭만주의 경향을 녹여낸 피아노 협주곡, 19세기 독일 음악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수많은 실내악 등을 들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브람스가 변주곡을 작곡했다는 사실은 어지간한 클래식 애호가가 아니라면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브람스가 살던 당시 유럽의 작곡가들은 다른 작곡가가 쓴 선율이나 민요 선율 등을 이용해 변주곡을 작곡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브람스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원곡의 선율은 살리면서도 브람스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음악 어법을 활용하여 역사에 남을만한 뛰어난 변주곡을 남겼습니다.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변주곡 Op. 35. (Variations on a Theme by Paganini, Op. 35)

 

브람스는 파가니니의 독주 바이올린을 위한 연습곡인 ‘24개의 카프리스’ 중 24번을 주제로 피아노 변주곡을 만들었습니다. 24번 카프리스는 리스트, 라흐마니노프 등의 작곡가도 모티브로 삼아 피아노곡을 만들었을 정도로 작곡가들의 창작욕을 자극하는 최고의 선율이었습니다. 너무나 유명한 선율을 때로는 화려하게, 때로는 서정적으로 바꿔내는 브람스의 솜씨를 감상하다 보면, 왜 오늘날 그가 19세기 독일을 대표하는 작곡가로 평가받는지 납득할 수 있게 됩니다. 

 

Brahms: Variations on a Theme by Paganini, Op. 35 - Book 1 · Julius Katchen

 

Brahms: Variations on a Theme by Paganini, Op. 35 - Book 2 · Julius Katchen

 

슈만 주제에 의한 변주곡 Op. 9 (Variations on a Theme by Schumann, Op. 9)

 

브람스에게 슈만은 존경하는 대선배였습니다. 그리고 브람스가 평생 연모했던 여인인 클라라의 남편이라는 복잡하고도 미묘한 관계였죠. 브람스는 이런 슈만의 선율을 가지고도 변주곡을 작곡했습니다. 브람스가 20대 초반에 쓴 슈만 주제에 의한 변주곡은 ‘다채로운 작품집’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슈만의 소품집 중에서 한 곡을 골라 변주곡 형식으로 발전시킨 작품입니다. 감수성 풍부하던 청년 브람스의 풋풋함을 느낄 수 있는 음악입니다.

 

Brahms: Variations on a Theme by Schumann, Op. 9 · Julius Katchen

 

하이든 주제에 의한 변주곡 Op.56a/56b

 

하이든 주제에 의한 변주곡은 브람스의 변주곡 중 가장 유명한 작품이자 가장 논란의 대상이 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하이든이 작곡한 선율로 만든 변주곡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최근에는 하이든이 작곡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반론도 제기되고 습니다. 당시 유럽의 악보 출판업자들은 매출을 위해 유명 작곡가의 이름을 도용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것 역시 그러한 경우라는 것입니다. 또 한편으로는 당시 유행하던 일종의 민요 선율을 하이든이 활용한 것일 뿐인데 하이든이 작곡한 선율이라고 와전되어 전해졌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브람스가 이 선율을 주제로 탁월한 변주곡을 만들어냈다는 점입니다. 브람스도 이 작품이 꽤 마음에 들었는지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버전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버전을 함께 출판하기도 했습니다.

 

Brahms: Variations On A Theme By Haydn, Op. 56a · Berliner Philharmoniker · Claudio Abbado

 

Variations on a Theme by Haydn for 2 Pianos, Op. 56b "St. Antoni Chorale" · Martha Argerich

 

헨델 주제에 의한 변주곡과 푸가 Op. 24


좋은 변주곡 주제 선율을 찾기 위한 브람스의 노력은 바로크 시대까지 내려갑니다. 바흐와 함께 바로크를 대표하는 거장으로 평가받는 헨델의 선율을 변주곡 주제로 선택한 것이죠. 브람스는 헨델의 하프시코드 모음곡을 토대로 피아노의 특성에 가장 잘 맞는 변주곡을 만들어냈습니다. 연주 시간만 25분을 훌쩍 넘기는 이 장대한 곡에는 바로크적인 요소가 곳곳에 녹아있습니다. 특히 마지막 25번째 변주가 끝나고 등장하는 길고 긴 푸가는 바로크 시대의 대표적 음악 양식인 푸가에 대한 브람스의 재해석이자 서양음악사의 거목인 헨델에 대한 큰 존경심의 표현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Brahms: Variations and Fugue on a Theme by Handel, Op. 24 · Julius Katch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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