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미술작품

[명화감상] 들라크루아의《단테의 조각배 (The Barque of Dante)》, 1822

想像 2022. 6. 13.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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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의 조각배(The Barque of Dante, 1822) 

외젠 들라크루아(Eugene Delacroix,1798~1863)

파리 루브르박물관 (Musée du Louvre) 소장  


 

 

낭만주의 미술의 시대를 연 프랑스 화가 외젠 들라크루아(Eugene Delacroix·1798~1863)가 1822년, 처음 파리 살롱에 전시했던 작품이 바로 '단테의 조각배((The Barque of Dante)'다. 들라크루아는 중세 이탈리아의 시인 단테의 '신곡(神曲)' 중에서 단테가 고대 로마의 시인 베르길리우스의 인도를 받아 지옥을 여행하는 장면을 그렸다. 화면을 가득 메운 과장된 인체와 웅장한 색채에서는 미켈란젤로와 루벤스 같은 과거 거장(巨匠)들의 영향이 보인다. 그러나 마음을 세차게 뒤흔드는 감정은 들라크루아만의 것이다.

 

그림을 보자. 중앙에는 두 인물이 서 있다. 왼쪽은 르네상스 이탈리아 시인인 단테이고, 오른쪽은 고대 로마의 시인 베르길리우스이다. 등을 보이며 노 젓는 이는 사공 플레기아스다. 이들 주위로 지옥의 저주받은 자들이 물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몰려들고 있다. 폭풍우가 몰아치듯 하늘은 어둡고 물결은 출렁이며 저 멀리 성벽이 검은 연기 속에 불타고 있다. 단테는 스승 버질의 안내로 지옥을 돌아다닌다. 이 대목은 지옥문을 지나 디스라는 도시로 들어가는 순간이다.

 

단테는 흰 옷에 수도사의 붉은 두건을 쓰고 있다. 왼팔은 베르길리우스에 기댄 채 오른쪽을 보며 구명을 청하듯 손을 흔들고 있다. 베르길리우스은 그 옆에서 갈색 망토를 두르고 월계관을 쓴 채 믿기 어려울 정도의 평정을 유지하는 듯하다. 단테를 다독이듯 그는 그 왼손을 잡고 있다. 요동치는 물결에 배는 금세라도 뒤집힐 듯하다. 다시 그 오른편에 서서 굳세게 노를 젓는 사공 플레기아스의 뒷모습과 그의 몸을 휘감고 나부끼는 푸른 옷은 그들이 탄 배가 얼마나 강한 역풍을 거스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배를 흔드는 건 바람뿐이 아니다. 지상에서 음란과 오만과 탐욕에 젖어 온갖 죄(罪)를 짓고 지옥으로 떨어진 저주받은 영혼들이 뱃길을 가로막았다. 조금의 희망도 허락되지 않는 이곳에서 영원히 계속될 고통 속에 허우적대는 이 중에는 절망에 몸을 맡기고 가라앉는 영혼이 있는가 하면, 광기 어린 눈을 부릅뜨고 서로를 짓밟으며 필사적으로 배 위로 올라타려는 영혼도 있다.

 

‘단테의 조각배’에서 색채는 강렬하고 인물들은 격렬하게 요동치고 있다. 그러면서 극적 효과를 위해 정교하게 배치되어 있고 양식적으로도 우아하다. 이것은 베르길리우스의 태도에서 느낄 수 있다. 역동적·충동적이면서도 합리적이고, 사실적이면서도 상상적·허구적인 이중성은 초기부터 말년까지 들라크루아의 작품에서 지속적으로 나타난다. 고전주의와 근대성 사이에서 그는 균형을 잡고자 했고, 낭만주의는 이런 근대성을 구현한 사조로 여겨졌다. 색채적 강렬성은 이 낭만성을 잘 보여준다. 

 

밀려오는 현실의 파도 앞에서 성난 얼굴로 밀치고 찢고 뜯고 때리는 사람들의 싸움.  이들의 광분과 두 시인 사이의 대조. 어둠과 빛, 광기와 정적, 삶과 죽음의 드라마. 이 모든 것은 선명한 색채 안에 녹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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