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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음악/브루크너·말러

말러 : 교향곡 제1번 D장조《타이탄》[Berliner Philharmoniker · Claudio Abbado]

by 想像 2021. 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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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stav Mahler, 1860~1911

Symphony no 1 in D major "Titan"


1888년에서 2년간, 말러(오스트리아)는 부다페스트 왕립 오페라 극장의 지휘자로 활동하면서 이 곡을 완성시켜 초연을 자신이 직접 지휘했다. 당시 그는 독일 낭만파 작가인 장 파울에게 심취되어 있었고, 그의 『거인』이라는 시의 제목을 본떠서 자신의 교향곡 제1번도 ‘거인’이라 했다. 곡을 2악장씩 나누어서 제1부에 「젊은이, 미덕, 결실, 고뇌 등의 나날로부터」 제2부에 「인간의 희극」이라는 주를 달았다. 그러나 말러(오스트리아) 자신의 음악성은 대단히 가요적이었고, 젊음과 패기에 찬 이 대곡도 ‘거인’이라는 이름과는 어울리지 않는 서정적 경향을 띠고 있다. 특히 전작 「방랑하는 젊은이의 노래」의 선율도 주제에 이용되어 그러한 느낌은 더욱 크다. 곡의 구성에는 여러 가지 새로운 기법이 시도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수적 경향을 띠고 있다.

 

 

Berliner Philharmoniker · Claudio Abbado Mahler: Symphony No.1

1악장 Langsam. Schleppend

 

D장조 4/4박자이다. 일단 서주를 지닌 소나타 형식에 가깝지만 엄밀하게 전통적 형식을 따른 것은 아니다. 서주에서는 7도에 걸친 유니즌(같은 음높이를 동시에 울리는 것으로 노래할 때 제창에 해당하는 연주 방식)으로 진행되는 현악기의 오르간 포인트를 배경으로 무대 뒤에서 울리는 트럼펫 소리가 자연을 긴 동면에서 깨운다. 이 서주는 4악장에서 다시 등장하게 된다.

 

제시부의 첼로 주제는 말러의 초기 연가곡 [방랑하는 젊은이의 노래] 중 두 번째 곡 ‘오늘 아침 들판을 건너가네’ 선율에 기초한 것이다. 2주제는 등장하지 않으며, 발전부에서 서주가 재등장한 후 호른 선율에 뒤이어 연주되는 첼로의 선율이 일종의 대용품 구실을 한다. 이 첼로 주제가 1주제와 결합-발전하면서 발전부를 구성한다. 재현부에서는 발전부의 내용이 다시 반복된 후, 고함소리와 함께 연주가 끝난다. 이 악장의 특징적 모티브는 목관악기들의 잦은 변화에 찬 4도 도약인데, 초기 말러 학자인 파울 베커의 말에 의하면 이는 뻐꾸기 소리를 상징(모방이 아니라)하는 것이라고 한다.

 

2악장 Kräftig bewegt

 

A장조 3/4박자. 일종의 스케르초로 말러가 자주 애용했던 렌틀러형식으로 되어 있다. 렌틀러가 교향곡의 정규 악장으로 도입된 것은 이 곡이 처음이다. 왈츠가 도시 중산층의 춤이라면 렌틀러는 시골 서민의 춤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도 그런 성격은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 거칠고 활기찬 스케르초와 유연하고 사랑스러운 트리오가 좋은 대비를 이룬다.

 

3악장 Feierlich und gemessen, ohne zu schleppen

 

d단조 4/4박자. 팀파니의 희미한 연타에 뒤이어 등장하는 더블베이스 선율은 귀에 익으면서도 낯설다. 유명한 동요 ‘마르틴 형제’(영어권에서는 ‘존 형제’)를 단조로 연주한 것으로 일종의 패러디다. 이 대목과 뒤이어 등장하는 ‘카바레 풍’의 밴드 선율이 당시 평론가와 청중을 얼마나 분노케 했는가는 조금만 상상력을 발휘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가장 진지한 음악 장르인 교향곡에서 패러디라니! 게다가 이 저속한 선율은 또 뭐란 말인가!” 3부 형식으로 작곡된 이 악장의 중간부에서 약음기를 낀 바이올린이 연주하는 선율은 [방랑하는 젊은이의 노래] 중 네 번째 곡 ‘그녀의 푸른 두 눈동자’에서 따온 것이다.

 

4악장 Stürmisch bewegt

 

만약 이 교향곡을 처음 듣는 이가 방심한 채로 3악장의 끝부분까지 들었다면 4악장 첫머리의 포르티시모 총주에서 예외 없이 깜짝 놀라게 될 것이다. 말러의 친구가 증언하는 바에 따르면, 초연 당시 “근처에 앉은 한 귀부인은 마지막 악장 첫머리에서 너무 놀란 나머지 들고 있던 것을 전부 떨어뜨렸다”고 한다. 이 악장은 2/2박자로, 비교적 자유로운 소나타 형식이라 할 수 있다.

이 ‘폭풍 같은’ 1주제(‘지옥’ 주제)가 서정적인 제2주제와 대비를 이루면서 제시부를 구성하며, 제시부의 끝에서는 1악장의 서주가 회상된다. 발전부에서는 앞의 두 주제가 다시 등장하기도 하지만 새로운 주제(‘천국’ 주제)가 등장하며 제시부의 끝에서 인용되었던 1악장의 서주가 재등장하는데 말러는 이 부분을 가리켜 ‘영웅의 젊음에 대한 암시’라고 했다. 2주제로 시작되는 재현부의 마지막에서 드디어 ‘천국’ 주제가 개가를 울리며, 이는 그대로 코다(악곡 또는 악장을 끝내는 결미부를 일컫는 말)에서의 영광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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