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nse Macabre - Symphonic Poem, No. 3, Op. 40
Camille Saint-Saens, 1835 ~ 1921
피겨 스케이팅의 요정 김연아 선수의 쇼트 프로그램 배경음악으로 사용되며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멜로디를 기억할 수 있게 된 [죽음의 무도]. 카리스마 넘치는 안무와 역동적인 율동, 맨 마지막누군가를 응시하는 날카롭지만 유혹적인 시선까지, 검은 원피스를 입은 김연아 선수의 악마에 홀린 듯한 연기와 살을 에는 듯한 완벽한 테크닉의 이미지는 [죽음의 무도]에 등장하는 악마들의 축제에 다름없다. 경기에서는 피아노와 바이올린 구성으로 편곡한 버전을 3분 정도로 압축하여 사용했지만, 원곡은 7분여에 이르는 대규모 오케스트라를 위한 장대한 곡으로 19세기 낭만주의 음악정신을 대변하는 작품이다.
19세기 프랑스 작곡가 카미유 생상스(Camille Saint-Saëns, 1835 ~1921)가 작곡한 [죽음의 무도(Danse Macabre) Op.40]은 1874년에 작곡이 끝나고 1875년 1월 24일 파리에서 초연이 이루어진 작품으로, 그의 여러 교향시 작품들 가운데 가장 성공적인 평가와 대중적 환호를 받았다. 몽티니 드모리 부인에게 헌정한 이 곡은 왈츠 리듬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작품으로서 프랑스의 시인 앙리 카자리스(Henri Cazalis)의 시에 바탕을 두고 있다. 새벽을 알리는 닭의 울음소리로 산산이 흩어져가는 해골들이 깊은 밤 시간 동안 벌이는 광란의 춤을 유머러스하면서도 그로테스크한 터치로 그려낸 곡이다. 이 작품은 생상스가 1872년경 피아노 반주와 성악을 위해 작곡한 가곡으로부터 착상을 얻어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 스타일을 염두에 두고 오케스트레이션한 것이다.
하프의 스타카토로 밤 12시를 가리키는 짧은 도입부에 이어 죽음의 악마를 상징하는 바이올린 독주를 중심으로 두 개의 주제선율이 발레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첫 번째 주제는 스페인풍의 리듬으로 악마들의 짓궂은 분위기를 묘사하고, 두 번째 주제는 명상적이고 반음계적 우수를 띄며 하강하는 선율로 밤의 고요함을 암시한다. 왈츠의 분위기는 점점 열기를 띄고 변주를 거치며 푸가로 확대, 발전해나간다. 광란의 축제가 한참 무르익을 무렵, 수탉의 울음소리를 묘사한 오보에의 스타카토가 등장하면서 죽음의 무도는 황급히 끝을 맺는다.
이렇듯 악마들의 희극적인 심상을 새로운 방식으로 표현해낸 [죽음의 무도]는 단순히 생상스와 카자리스가 홀연히 창조해낸 주제는 아니다. 죽음의 무도는 중세 시대의 죽음에 대한 풍자에서 비롯되었다. 전염병과 전쟁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갔던 당시, 중세인들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자 죽음을 모든 것을 하나로 묶어주는 삶의 일부이자 보편적 현상으로 묘사하는 풍속을 가지고 있었다. 죽음의 무도 이야기에는 예전부터 전래되어 내려오던 설화들을 바탕삼아 황제, 왕, 젊은이, 아름다운 아가씨(모두 해골들) 등이 전형적으로 등장한다. 이들을 중심으로 무덤가에서 유령과 악마가 함께 춤을 춘다는 내용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내용은 전설로 구전되어 내려오는 한편 판화, 유화와 같은 미술작품으로 재탄생하여 19세기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예술 소재로 각광 받아왔다.
낭만주의의 만개와 더불어 음악에 있어서도 죽음이라는 개념은 새로운 모티브로 떠올랐다. 자연스럽게 죽음의 무도 또한 낭만주의의 광기를 표현해낼 수 있는 훌륭한 소재로 재조명받았다. 이후 20세기까지 많은 작곡가들이 죽음을 소재로 음악을 작곡했다. 이 분야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는 리스트는 생상스보다 30여 년 앞서 같은 제목의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죽음의 무도(Totentanz)]를 작곡한 바 있다. 그러나 자신의 작품보다 더 유명해진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에 감동한 리스트는 피아노 솔로로 편곡하여 이 작품을 널리 알리는데 기여하기도 했다. 한편 20세기 초반 위대한 피아노 비르투오소인 블라디미르 호로비츠는 리스트의 피아노 편곡에 난해한 테크닉과 다이내믹한 요소를 또다시 첨가해 이 작품에 더욱 농밀한 표현력과 고도의 예술성을 불어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