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enade for Strings in C, Op.48
Pyotr Ilyich Tchaikovsky, 1840-1893
이 사랑스러운 작품은 ‘세레나데’의 장르적 이미지 때문에 종종 과소평가되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 차이코프스키의 가장 뛰어난 작품들 가운데 하나이며 그가 각별히 아끼고 자랑스러워했던 작품이기도 하다. 아울러 ‘러시아적 우수와 정한(情恨)의 아이콘’으로 기억되는 차이코프스키가 남긴 가장 밝고 쾌적한 관현악곡으로서 그의 작품세계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 세레나데는 1880년 가을(9~10월)에 [1812년 서곡](9~11월)과 나란히 작곡되었는데, 그 무렵을 전후하여 차이코프스키는 서유럽의 음악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다. 당시 그는 자주 서유럽을 여행하며 독일, 프랑스, 이태리에 걸친 다양하고 광범위한 음악들을 접했고, 특히 바로크 모음곡의 양식 및 고전파의 간결한 어법과 명쾌한 형식에서 많은 자극과 영향을 받았다.
사실 처음 이 곡을 착수할 때 차이코프스키는 교향곡이나 현악4중주를 염두에 두고 있었으나, 한동안 망설이다가 결국 그 중간 형태인 현악 합주곡으로 가닥을 잡게 된다. 그처럼 고민했던 이유는 아마도 ‘독일적인 형식’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었을 것으로 보이는데, 그가 평생 동안 ‘형식’에 대한 콤플렉스에 시달렸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반면에 ‘세레나데’에서는 상대적으로 느슨한 형식을 취할 수 있으므로 작업을 좀 더 쉽게 풀어 나갈 수 있었으리라.
하지만 이 곡에서 차이코프스키는 이전에 발표했던 교향곡들보다 한층 더 탄탄한 유기성과 만족스러운 균형미를 달성했다. 즉 현악만에 의한 순수한 조직과 형식, 적절한 정돈과 균형을 통해서 드러난, 고전미에 대한 그의 진지한 추구가 여기서 하나의 아름다운 결정체를 이루어낸 것이다.
고전파 세레나데의 악장 수는 적게는 3개부터 많게는 7~8개까지로 다양하지만, 이 곡은 4개의 악장만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것은 역시 초기 구상이 교향곡 또는 현악4중주였던 사실에 기인하는데, 결과적으로 교향곡 또는 현악 4중주의 구성미와 세레나데의 유연성을 절충한 형태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첫 악장에서 소나타 형식보다 단순한 ‘소나티네 형식’을 취한 점, 춤곡 악장에 고전적인 미뉴에트 대신 왈츠를 도입한 점 등에서 이 곡에 임했던 작곡가의 발상과 자세가 ‘낭만주의자’답게 한결 자유로웠음을 읽을 수 있다. 아울러 차이코프스키 특유의 정서적 악상이 담긴 완서악장은 이 곡이 단순히 고전파 세레나데의 모방작이 아니라 다분히 ‘낭만화된 세레나데’임을 말해준다.
1. Pezzo in forma di sonatina: Andante non troppo - Allegro moderato
2. Walzer: Moderato (Tempo di valse)
3. Elégie: Larghetto elegiaco
4. Finale (Tema russo) : Andante - Allegro con spiri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