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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음악/베토벤

베토벤 : 피아노 소나타 27번, Op.90 [Maurizio Pollini]

by 想像 2020. 8.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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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ano Sonata No.27 In E Minor, Op.90 
Ludwig van Beethoven, 1770∼1827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는 총 32곡이 쓰여졌는데,  28번부터는 그의 후기곡으로 분류됩니다.  반면 8번 전원은 전기곡, 14번 월광이나 23번 열정같은 곡들은 중기곡으로 구분되죠. 이 27번은 월광이나 열정, 전원 등에 비해 상당히 절제되고 안정적인 곡인데,  중기의 마지막 곡으로서 후기에 펼쳐질 이상세계를 미리 선보이는 듯 합니다.

 

이 곡은 1814년에 만들어져 모리츠 리히노프스키(Moritz Lichnowsky)백작에게 증정되었습니다. 모리츠 백작은 8번 비창, 12번 장송을 기증받은 칼 리히노브스키 후작의 동생으로, 당시 그는 오페라 가수였던 슈툼머(Stummer)와 두 번째 결혼을 앞둔 때였습니다. 모리츠 백작은 베토벤에게 이 곡이 2악장으로 이루어진 특별한 이유라도 있냐고 물었는데, 그때 베토벤이 "당신의 구애를 나타낸 것이며, 1악장은 '이성과 감정', 2악장은 '연인과의 대화' 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라고 대답했습니다.

 

베토벤은 24번과 더불어 27번의 2악장을 매우 좋아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24번 1악장과 27번 2악장의 느낌은 비슷한 데가 있습니다

 

Beethoven: Complete Piano Sonatas

 

1. Mit Lebhaftigkeit und durchaus mit Empfindung und Ausdruck

 

베토벤은 "활발히, 그리고 시종 감정과 표현을 가지고 너무 빠르지 않게 또한 노래하듯이 연주하라" 라고 악보에 표시해놓고 있습니다. 또한 베토벤의 말에 의하면 제 1주제는 이성, 제 2주제는 감성을 나타내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곡은 제 느낌으로는 인생의 작은 투쟁을 곡으로 나타낸 듯 합니다.  인간은 분명 작은 존재이고, 작은 존재이기 때문에 거대한 세상에 맞서 힘겨운 삶을 살아가야 하는 것이겠지요.. 1악장은 투쟁입니다. 비장한 각오로 세상을 향해 발을 내딪습니다. 세상은 너무도 넓지만 나 또한 패기에 넘칩니다. 첫 멜로디를 들어보세요. 아침에 첫 직장에 출근하는 기분이 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세상은 작은 나에게 상처를 주기 쉽지요.. 리듬이 빨라지면서 호흡이 가빠옵니다.  이윽고 리듬이 변하고.. 나는 정신없이 세상과 맞서다가.. 다시 리듬이 안정되지만 이젠 이전의 기분이 아닙니다. 무언가 좀 더 가라앉은 듯한.. 세상에 대해 조금 알게 된 나이기에 그런 느낌일까요? 하지만 물러서지 않습니다. 아무리 상대가 버거워도 다시 용감하게 싸워 나가야겠지요.. 조금 외로울 수도 있습니다. 분명 베토벤은 외로운 삶을 살았을 것입니다. 자신과의 싸움..  이것만큼 외로운 싸움이 있겠습니까?  하지만 이러한 싸움의 과정까지도 매우 아름답게 들리는 것은 그는 이겨낼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서 일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그의 투쟁이 이젠 힘겹거나 패기에 넘치는 것이 아니라 완숙해져 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2. Nicht zu geschwind und sehr singbar vorgetragen

 

베토벤은 "빠르지 않게, 그리고 극히 노래하듯이 연주되도록" 이라 적어놓고 있습니다. 젊은 슈베르트를 만난 후 그의 음악에 영향을 받은 흔적이 나타나 있다고 평가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런 말을 떠올리면 정말 슈베르트의 입김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2악장으로의 연결.. 마치 하나의 곡이 연주되는 듯한.. 그러나 분명히 다른 느낌의 분위기가 시작되는.. 창문을 열어 놓았을 때 지저귀는 새소리.. 불어오는 바람소리.. 창가에 피어있는 꽃들.. 아침에 떠오르는 햇살... 투쟁은 결국 평화로움으로 바뀌었고,  베토벤은 세상을 끌어안고 싸울 상대만은 아니라는 듯이 창문을 활짝 열어 놓습니다. 첫 시작은 아침에 새어 들어오는 햇살과 같지요..  창문을 여니 들어오는 세상.. 자연.. 세상은 결코 과도하게 다가오지도 않고, 과소하게 다가오지도 않습니다. 그냥 그 모습 그대로.. 편안하게.. 그렇게 다가오지요.. 이젠 너무도 편안해져서 창가에 기대 앉아 잠이옵니다.. 그리고 피날레로 날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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