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ano Sonata No.22 In F, Op.54
Ludwig van Beethoven, 1770∼1827
이 작품은 그가 피델리오의 작업에 열중하는 틈틈이 완성시킨 것이다.크게 눈에 띄지 않는 작품으로 비평 또한 긍정적인 것은 별로 없다. 악상 또한 그 시대에 걸맞지 않게 지나치게 검소하다. 이 곡이 생겨난 배경과 헌정 또한 알려지지 않고 있다.
1. In Tempo d'un Menuetto
론도 형식에 가까운 이 악장에서는 두 주제가 내내 겨룬다. 차분하게 등장하여 상냥하게 노래부르는 멜로디와 사납게 포효하는 듯한 거친 멜로디.. 베에토벤의 소나타에선 늘 두 가지 주제가 대립하는 것 같다. 때론 영혼과 운명 사이의 투쟁으로... 감정과 이성이 겨루는 모습으로... 한 영혼 안에서의 상반된 두 가지 모습이 그의 음악 안에 축소되어 적나라하게 표출 되는게 아닌지.. 서로 반발하고 투쟁하고, 때로는 서로 얽혀진 채 포옹하면서 그려내고 있는 감정의 흐름은.. 퍽이나 절묘하게 느껴진다.. 베에토벤을 대할 때 흔히 말해지는 위대한 인간의 열망, 빛나는 의지의 정신... 이에 대한 감탄의 느낌은 한쪽으로 접어 놓아도 좋으리라... 다만 그 패세지와 패세지 사이에서 묻어져 나오는 고뇌 가득한 한 인간의 감정의 흐름과 처절하도록 꿈틀거리는 모습을 온전히 느끼면서.. 망연토록 가슴 뭉클해질 뿐이다... 그의 음악에 심취할 때 때론 저으기 쓸쓸해지기까지 하는 건 무슨 이유에서 일까..? 고뇌를 안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의 음악은 가장 친근한 벗이 될른지도 모르는 일이다...
상냥한 주제 다음에 등장하는 거친 멜로디는 그야말로 격렬하도록 미치고 날뛰는 것 같다. 무려 악보의 한 페이지 하고도 또 그 반을 차지하는 분량... 2주제가 조용히 사라지면서 다시 나타나는 1주제는 더우기 사랑스럽고 아름답기만 하다. 그리고 2주제가 또다시 몰아치지만 예전의 격렬함이 한풀 꺽인듯한 모습이다.. 더우기 푸근해진 모습으로 자신있게 다가오는 1주제... 한결 진정된 2주제를 감싸안고 사라진다... 브렌델은 전기 논문에서 1주제를 미녀, 2주제를 야수에 비유하여 이 악장에서 미녀에게 차츰 길들여져 가는 야수라는 스토리를 상상하고 있다.
2. Allegretto
16분 음표로 이루어진 6도의 펼친 화음이 쉴새없이 질주한다. 가볍고, 무중력하게.. 끝없이 종알거리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