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문학작품

동백꽃 (시모음)

想像 2020. 3. 9.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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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 - 문정희 

 

지상에서는 더 이상 갈 곳이 없어 
뜨거운 술에 붉은 독약 타서 마시고 
천 길 절벽 위로 뛰어내리는 사랑 
가장 눈부신 꽃은 
가장 눈부신 소멸의 다른 이름이라.

 

동백 피는 날 - 도종환 

허공에 진눈깨비 치는 날에도

동백꽃 붉게 피어 아름답구나

눈비 오는 저 하늘에 길이 없어도

길을 내어 돌아오는 새들 있으리니

살아 생전 뜻한 일 못다 이루고

그대 앞길 눈보라 가득하여도

동백 한 송이는 가슴에 품어 가시라

다시 올 꽃 한 송이 품어 가시라

해운대 동백섬에서

동백꽃이 질 때 - 이해인 

 

비에 젖은 동백꽃이

바다를 안고 종일토록 토해내는 

처절한 울음소리 들어보셨어요?
피 흘려도사랑은 찬란한 것이라고
순간마다 외치며 꽃을 피워냈듯이
이제는 온몸으로 노래하며
떨어지는 꽃잎들 사랑하면서도
상처를 거부하고 편히 살고 싶은 나의 생각들
쌓이고 쌓이면 죄가 될 것 같아서
마침내 여기 섬에 이르러 행복하네요
동백꽃 지고 나면 내가 그대로

붉게 타오르는 꽃이 되려는

남쪽의 동백섬에서! 

 

 

동백꽃 - 김영탁 

 

겨울 바다에서 불어오는 시린 北風에 
몸 내주며 시방 몸하고 있는 
저 동백꽃 
천 년, 천 번의 몸풀기! 
긴 여정에서 돌아온 바람이 
풀무질하면 
상처에 길들여진 몸 그게 부끄러워 
땅에 떨어지는 붉은 
몸꽃

 

 

동백꽃 그리움 - 김초혜

떨어져 누운 꽃은
나무의 꽃을 보고
나무의 꽃은
떨어져 누운 꽃을 본다
그대는 내가 되어라
나는 그대가 되리 

 

 

선운사 동백꽃 - 용혜원


선운사 뒤편 산비탈에는 소문 난 만큼이나 무성하게 
아름드리 동백나무가 숲을 이루어 셀 수도 없을 만큼

많고 많은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었다 

가지가지마다 탐스런 열매라도 달린 듯 
큼지막하게 피어나는 동백꽃을 바라보면 
미칠 듯한 독한 사랑에 흠뻑 취한 것만 같았다 

가슴 저린 한이 얼마나 크면 
이 환장하도록 화창한 봄날에 
피를 머금은 듯 피를 토한 듯이 
보기에도 섬뜩하게 검붉게 검붉게 피어나고 있는가.

 

해운대 동백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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