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문학작품

벚꽃과 벚꽃을 주제로 한 시[詩]

想像 2018. 4. 3.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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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나무의 꽃. 모 가수에게는 연금을 부르는 노래이다 봄에 화창하게 피는 분홍색, 또는 하얀색 꽃잎이 유명하다. 꽃말은 '삶의 덧없음과 아름다움', '순결', '뛰어난 아름다움', '절세미인'. 4월 초, 즉 개나리가 지고 진짜 봄이 맞구나 할 무렵에 피어서 며칠 동안 나무를 뒤덮다가 꽃이 떨어지고 잎이 나며 진다. 만발할 때 거리의 모습이 매우 아름답기에 이때를 위해 벚나무를 심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꽃잎이 워낙 잘 떨어지기 때문에 비가 와도 떨어진다. 그래서 축제기간에 비가 오면 하루에 손실 몇 천만 원을 입는다 한다. 오는 사람도 없을뿐더러 비가 오래 오는 만큼 꽃축제를 할 수 있는 기간도 짧아지기 마련이다.


한반도는 남북으로 길게 뻗은 만큼 지역마다 벚꽃이 피는 시기가 다르다. 벚꽃이 피기 시작하는 날(1981~2010년 평년값)은 서귀포 지방이 3월 25일경, 부산, 대구, 포항 등지는 3월말, 전주, 대전, 강릉 지방은 4월 5일경, 서울 지방은 4월 10일경이며, 인천, 춘천 등지는 서울보다 2,3일 늦다. 과거보다 닷새 정도 일찍 피는 셈이다. 한편 신의주, 함흥 이북의 북부 지방에서는 4월 25일경, 청진 이북지방은 5월 5일 이후에 피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해발 고도에 따라서도 개화 시기가 다른데, 산간 지역의 벚나무들은 평야 지역의 벚나무들보다 5~10일 정도 개화 시기가 늦다. 일본도 비슷하게 대부분 지역에서 4월 초~중순에 만개한다. 다만 홋카이도의  벚나무는 보통 5월 중순에 만개하며, 오키나와와 아마미 군도에 서식하는 대만 벚나무는 1월 말 정도에 만개한다.



벚꽃을 주제로 한 시[詩]



벚꽃이 감기 들겠네 / 김영월


비가 그친 저녁 더 어두워지는 하늘가 

이 쌀쌀한 바람에 

여린 꽃망울들이 어쩌지 못하고 그만 감기 들겠네 


그 겨울 지나, 겨우 꽃눈이 트이고 

가슴 설레는데 아무도 보는 이 없고 

꽃샘추위만 달려드네


우리가 꿈꾸던 세상은 이게 아니었네 

좀더 따스하고 다정하길 바랬네 


윤중로 벚꽃 잎은 바람에 휘날려 

여의도 샛강으로 떨어지고 

공공근로자 아주머니의 

좁은 어깨 위에 몸을 눕히네



벚꽃 축제 / 박인혜 


겨우내 비밀스레 숨어있던 

그들이 환하게 피어났다 벚꽃 세상을 만들었다 


벚꽃을 닮은 사람들이 다가오자 벚꽃은 꽃잎을 

바람에 날리며 환영해준다 벚꽃의 세상이다 


벚꽃 아래 사람들이 옹기종이 모여 앉아 점심을 먹는다 

벚꽃 같은 사랑을 피고자 하는 연인들이 모여든다 


벚꽃 닮은 강아지가 뛰어다닌다 

벚꽃나무와 함께 아이들이 웃는다 


벚꽃 세상의 사람들이 벚꽃 아래에서 벚꽃처럼 즐거워한다 

벚꽃 세상에 모여든 사람들의 마음은 벚꽃처럼 아름답다



밤벚꽃 / 도혜숙


해는 이미 져버린 지 오래인데

벚꽃은 피고 있었다


와∼

벚꽃이 팝콘 같다 아이들 떠들썩한 소리에

갑자기 까르르 웃는 벚꽃


다시 보니 참 흐드러지게 먹음직스럽다



벚꽃 / 김영월


요절한 시인의 짧은 생애다  

흰빛이 눈부시게 떨린다 

살아서 황홀했고 죽어서 깨끗하다



벚꽃 / 이재기


백설기 떡잎 같은 눈 봄날 4월 나뭇가지에

온 세상의 나무를 네가 덮었구나

             

선녀 날개옷 자태인 양 우아한 은빛 날개 펼치며

송이송이 아름드리 얹혀 있구나


 희지 못해 눈부심이 휑한 마음 눈을 뜨게 하고

꽃잎에 아롱진 너의 심성 아침 이슬처럼 청롱하구나


사랑하련다 백옥 같이 밝고 선녀 같이 고운 듯

희망 가득 찬 4월의 꽃이기에... 



벚꽃 / 권복례


그 깊은 곳 아무도 보는 이 없는 그곳에서 너는 참 고운 모습으로 

단장을 하고 왔구나 화장을 한 듯 안한 듯한 모습으로 

너는 무슨 표 화장품으로 화장을 했니 나는 참존 화장품으로 화장을 한단다 

그리고 나는 빨간 립스틱은 바르지 않는단다 왜냐고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나면 내가 바라보아도 내가 아닌 듯 하거든 

그래서 나는 아주 연한 립스틱으로 입술을 마무리하지 


바라보아도 오래도록 싫증나지 않는 너처럼 나도 그런 모습으로 살아가고 싶구나 

너 그 깊은 곳에서 무엇으로 치장을 했는지 나만 살그머니 가르쳐주지 않으련 



벚꽃 / 안영희


온몸 꽃으로 불 밝힌 4월 들판 눈먼 그리움 

누가 내 눈의 불빛을 꺼다오.



벚꽃 속으로 / 유봉희


첫사랑의 확인 눈감아도 환한 잠깐 사이에 

잠깐 사이로 꽃잎 떨어져 떨어져도 환한 꽃잎 

살짝 찍는 마침표 하얀 마침표



벚꽃 / 용혜원


봄날 벚꽃들은 쏟아지는 햇살을 받으며

무엇이 그리도 좋아 자지러지게 웃는가


좀체 입을 다물지 못하고깔깔대는 웃음으로피어나고 있다


보고 있는 사람들도마음이 기쁜지행복한 웃음이 피어난다



벚꽃 / 박상희 

 

봄빛의 따스함이 이토록 예쁜 꽃을 피울 수 있을까 


겨울 냉기를 하얗게 부풀려 튀긴 팝콘 


팝콘 같기도 하고 하얀 눈꽃 같기도 한 

순결한 평화가 나뭇가지에 깃들인다 


그 평화는 아름다운 꽃무리가 되어 가슴 가득 피어오른다 

사람들이 거니는 가로수의 빛난 평화를 


4월의 군중과 함께 피어나는 벚꽃은 

말끔히 씻기어 줄 젊은 날의 고뇌



벚꽃 / 안재동


천지天地에 저뿐인 양 옷고름 마구 풀어헤친다 


수줍음일랑 죄다 땅 밑으로 숨기고 

백옥같이 흰 살결 드러내 하늘에 얼싸 안긴다 


보고 또 보아도 싫증 나지 않는 자태 찬란도 단아도 

이르기 부족한 말 수십 여일 짧은 생 

마른 장작 타듯 일순 화르르 온몸을 아낌없이 태우며 


세상천지를 밝히는 뜨거운 사랑의 불꽃 


아무리 아름다워도 찰나에 시들 운명, 순응이나 하듯 

봄비와 산들바람을 벗삼아 홀연히 떠나버린 자리에 

오버랩되는 고즈넉한 그리움 



벚꽃 잎이 / 니향아


벚꽃 잎이 머얼리서 하늘하늘 떨리었다 

떨다가 하필 내 앞에서 멈추었다 

그 눈길이 내 앞을 운명처럼 막았다 

가슴이 막히어서 숨을 쉴 수 없었다 나는 흐느끼었다 

이대로 죽어도 좋아 그 이상은 아무것도 알고 싶지 않았다 

두 번 다시 하늘을 올려다 볼 수 없었다 

벚꽃 잎은 계속 지고 있었다



벚꽃의 꿈 / 유응교

 

가야야 할 때를 알고 가는 일은 얼마나 아름답고 눈이 부신가. 

일시에 큰소리로 환하게 웃고 두 손 털고 일어서는 삶이 좋아라.


끈적이며 모질도록 애착을 갖고 지저분한 추억들을 남기려는가. 

하늘 아래 봄볕 속에 꿈을 남기고 바람 따라 떠나가는 삶이 좋아라



벚꽃나무 / 목필균 


잎새도 없이 꽃피운 것이 죄라고 봄비는 그리도 차게 내렸는데 


바람에 흔들리고 허튼 기침소리로 자지러지더니 

하얗게 꽃잎 다 떨구고 서서 흥건히 젖은 몸 아프다 할 새 없이 

연둣빛 여린 잎새 무성히도 꺼내드네 



벚꽃 / 송연우


봄의 고갯길에서 휘날리는 꽃잎 잡으려다가 깨뜨렸던 

내 유년의 정강이 흉터 속으로 

나는 독감처럼 오래된 허무를 앓는다 


예나 제나 변함없이 화사한 슬픔, 낯익어라 



벚꽃, 이 앙큼한 사랑아 / 최원정


햇살 한 줌에 야무진 꽃봉오리 기꺼이 터뜨리고야 말 

그런 사랑이었다면 그간 애간장은 

왜, 그리 녹였던 게요 채 한 달도 머물지 못할 사랑인 것을 

눈치 챌 사이도 없이, 무슨 억하심정으로 이 얄궂은 봄날 

밤낮으로 화사하게 웃고만 있는 게요 


한줄기 바람에 미련 없이 떨구어 낼 그 야멸찬 사랑이라면 

애당초 시작이나 말지 어이하여 내 촉수를 몽땅 세워놓고 

속절없이 가버리는 게요 이 앙큼한 사랑아



벚꽃 축제 / 오희정


여한 없이 핀 가지마다

눈이 즐겁고


반쯤 벙글어

손을 꼽게 하는 나무도 있구나


한두 송이 피우다 

이내, 지우는 나무 아래 섰다


내 생은

어느 나무로 피고 있는가?



벚꽃 / 권오범


어떤 감미로운 속삭임으로 

자릿자릿 구워삶았기에 

춘정이 떼로 발동했을까 


튀밥 튀듯 폭발한 하얀 오르가슴 쫓아 

겨우내 오금이 쑤시던 꿀벌들 

실속 차리느라 살판난 강가 


꽃샘이 끼어들도록 방관하더니 

본분 잃지 않고 서두르는 걸 보면 

봄바람아, 너 정말 오지랖 넓다 


화끈한 누드쇼 이끌고 방방곡곡 

사람사태 나도록 쏘삭거리는 일 

참말로 잘하는 짓이다



산벚꽃나무 /  나태주 


뒤로 물러서려다가 

기우뚱 


벼랑 위에 까치발 

재겨 딛고 


어렵사리 산벚꽃나무 

몸을 열었다 


알몸에 연분홍빛 

홑치마 저고리 차림 


바람에 앞가슴을 

풀어헤쳤다.



벚꽃이 필 때 / 용혜원 

 

꽃봉오리가 

봄 문을 

살짝 열고 

수줍은 모습을 보이더니 


봄비에 젖고 

따사로운 햇살을 견디다 못해 

춤사위를 추기 시작했다. 


온몸으로 봄소식을 전하고자 

향기를 내뿜더니 

깔깔깔 웃어 제치는 소리가 

온 하늘에 가득하다 


나는 봄마다 

사랑을 

표현할 수 없거늘 

너는 어찌 

봄마다 

더욱더 화려하게 

사랑에 몸을 던져 

빠져버릴 수가 있는가 


신바람 나게 피어나는 

벚꽃들 속에 

스며 나오는 사랑의 고백 

나도 사랑하면 안 될까



벚꽃 / 이몽희 

    

봄마다 

셀 수도 없이 많은 꽃잎을 들어 보이며 

내가 하는 말 

단 한마디 말 


올해도 알아듣고 

마주 웃어주는 사람 

하나 만나지 못한 채 


펼쳤던 자리를 

거두고 돌아가니 

빈 꽃자리마다 눈물 어린다 


세물나루 

십릿길 

깊어가는 봄



벚나무는 건달같이 / 안도현 


군산 가는 길에  벚꽃이 피었네

벚나무는 술에 취해 건달같이 걸어가네


꽃 핀 자리는 비명이지마는 

꽃 진 자리는 화농인 것인데


어느 여자 가슴에 또 못을 박으려고 …. 


돈 떨어진 건달같이

봄날은 가네



벚꽃 / 박인걸 


벚꽃나무의 영혼이 

꽃으로 부활하여 

가지 위를 맴돌다 

홀연히 사라진다. 


꽃다움의 극치는 

원죄가 없어서일까 

흠도 티도 없는 

꽃의 원조로구나 


탐욕과 이기를 버리면 

얼굴에 꽃이 피고 

미움만 버려도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우리. 


해맑음과 눈부심이 

강하게 刺戟할 때 

꽃과 마주한 나는 

큰 부끄러움을 느낀다. 



벚꽃이 질 때 /  이남일 


벚꽃잎 사이로 

환한 햇살이 쏟아질 때마다 

그대는 속삭인다. 

당신의 눈길은 참 아름답다고 


벚꽃 나룻길 너머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그대는 속삭인다. 

당신의 손짓이 그리울 거라고 


강물 위에 벚꽃잎 질 때마다 

흔들리는 몸짓으로 

그대는 나즉이 속삭인다. 

다시 올 때까지 

내 향기 가슴에 담아두라고



벚꽃 유감 /  이국헌 


어제 봤던 벚꽃 

밤 내내 내린 비에 

후드득 떨어져 버렸다 

나 보기 싫다 

눈물도 보이기 싫다 

아침에 눈물 싹싹 훔치고 

봄바람에 

흔적 없이 사라져 버렸다 

기다려 달라는 소리도 

눈길 주지도 못했다 

봄빛은 등을 두드리며 

길 떠나라 따갑게 때린다



벚꽃, 그녀에게 / 김종제 


누군가를 저렇게 간절히 원하다가 

상사병으로 밤새 앓아 누워 

죽음의 문턱까지 가 본 적 있느냐 

누군가를 저렇게 원망하다가 

눈물 하루종일 가득 흘려 

깊은 강물 되어 본 적이 있느냐 

누군가를 저렇게 목 빼고 기다리다가 

검은머리 한 세월 

파뿌리 흰머리가 되어 본 적이 있느냐 

누군가를 저렇게 못 잊어 그리워하다가 

붉은 목숨 내놓고 

앞만 보고 행진해 본 적이 있느냐 

누군가를 저렇게 찾아다니며 

사막의 빙하의 길 

오래 걸어 신 다 닳아 본 적 있느냐 

누군가에게 저렇게 

단 며칠이라도 얼굴 보여주려고 

이 세상 태어나기를 원한 적 있느냐 

누군가에게 저렇게 

몸 눕혀 불길로 공양해 본 적 있느냐 

누군가에게 저렇게 목숨 바쳐 

순교자의 흰 피를 뿌려본 적 있느냐 

누군가에게 저렇게 

말없는 눈빛으로 다가가 

속 깊은 우물이 되어 본 적이 있느냐 

누군가에게 저렇게 

천년 만년 바람 불고 눈비가 와도 

그 자리에 그대로 서 본 적 있느냐 

누군가에게 저렇게 

절대적인 꿈과 희망이 되어 본 적 있느냐 

누군가에게 저렇게 전율이 감도는 

노래와 춤이 되어 본 적이 있느냐 

어제 벚꽃, 그녀에게 

숨김없이 옷을 다 벗고 

사랑한다고 고백해 본 적이 있느냐 



벚꽃처럼 져내려도 /  김하인 


남녀가 같이 있는 것만큼 기쁜 일 어디 있겠습니까. 

서로 좋아하고 사랑하기만 한다면 달도 해도 맘대로 방 안에서 띄우고 저물게 할 것입니다. 

서로 그리워만 한다면 함께 누운 곳마다 수풀 생기고 산과 계곡이 낳아지고 냇물과 강이 분만된 새 세상이 매일 아침처럼 돋고 저녁처럼 지는 것을 함께 볼 것입니다. 

서로 사랑하기만 한다면 사랑으로만 살기 원했듯 사랑만으로 죽는 것도 좋습니다. 

벚꽃처럼 화려한 절정에서 한꺼번에 이 세상 모든 게 져내려도 좋습니다. 

함께 있어서 좋은 관계만큼 아름다운 꽃나무도 없고 향기롭게 설레는 일은 도무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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