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음악/드뷔시·라벨·포레·사티

드뷔시 : 《어린이의 세계》중 "골리워그의 케이크워크(Golliwog’s Cake-walk) [Samson François]

想像 2023. 1. 11.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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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ldren's Corner (L. 113) : 6. Golliwogg's Cake-walk

Claude Debussy, 1862~1918


Samson François / Debussy: Children's Corner, Estampes & Suite bergamasque

 

【 음 악 해 설 】

 

감수성이 풍부하고 예민한 드뷔시는 사교계에 나가기보단 상상의 세계에 잠기기 좋아했으며, 나이 먹어서도 소년처럼 천진난만한 성품이 은근히 남아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그 공상을 <어린이 세계>에 고스란히 담았다. 사랑스러운 딸 슈슈(Chou-Chou)에게 줄 선물로 작곡한 6가지 모음곡이다. 딸의 동화적인 상상력을 키워주고 싶었으리라고 추측된다.

 

<어린이>가 붙은 모음곡들은 여기저기 많지만, 드뷔시의 <어린이 세계>는 어른의 시선으로 바라본 어린이의 세계다. 드뷔시는 그저 관찰에 지나지 않고, 어린이가 본 세계에 동화되고자 한다. 이 점에서 또 슈만의 <어린이 정경>과 약간 다르다. 슈만의 어린이 정경은 어린 시절의 추억을 아련하게 회상하는 부분에 주안점을 둔다면, 드뷔시가 작곡한 어린이 세계는 이미 나이가 들어버린 어른이 어린이의 동심에 접근해서 어린이들만이 가진 세계를 느끼는 게 목적이다. 회상의 정서보다는 현재 함께 호흡하는 느낌?

 

보통 어린이용 작품은 교육적인 측면이 강조된다. 그에 비해 드뷔시의 어린이의 세계는 은유적이고 독립적이라 기존 어린이를 다룬 곡과 비교하면 상당히 독특한 구성이다. 곡 제목을 되뇌면서 명상하면 어떤 이미지가 영상처럼 떠오른다. 어린이의 영역을 시적으로 묘사했다는 점에서 독창적이다. 

 

즉, 어린이가 연주할 것을 염두에 둔 연습곡으로 작곡된 게 아니라는 점에 가치가 있다. Corner라는 제목에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듯이 어린이의 공간을 엿보는 곡들이다. 어린이와 한 세계에서 호흡하는 어른이 어린이를 관찰하다가 그 영역으로 서서히 들어가는 작품이라고 보면 이해가 쉽다. 유머러스하고 환상적이며 매력이 가득한 곡이다. 

 

프랑스인인 드뷔시가 모음곡들의 원제를 모두 영어로 적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당시 프랑스는 영국을 높이는 분위기가 강했기에, 프랑스인의 숭상 풍조를 희화화했다고 볼 수도 있다. 슈슈의 어머니 엠마 클로디스는 아기를 영국 유모에게 맡겼으며, 영국제 판화들로 방을 치장했다.

 

슈슈, 즉 클로드 엠마는 당시 내연녀(..)였던 엠마 클로디스와의 관계에서 생긴 딸이다. 우여곡절은 많았지만 둘 다 배우자와 관계를 정리하고 잠시간 안정감을 느꼈다고 전해진다. 이 곡을 헌정받은 클로드 엠마는 아버지를 닮아 영특하고 음악적 재능이 보였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드뷔시는 이 곡을 완성한 지 10년 후인 1918년에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났고, 클로드 엠마도 13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병에 걸려서 아버지를 따라갔으며, 곡만 남았다 ㅠ_ㅠ 소녀로 남은 슈슈에게 헌정한 곡인지라 더 의미가 있다.

 

제6곡 : 골리워그의 케이크워크 Golliwog’s Cake-walk

 

가장 유명한 곡. 흑인 어릿광대 인형의 춤이다. 케이크워크란 플로리다 흑인들에게 19세기 말~20세기 초에 유행한 재즈 요소의 래그타임에 맞춘 춤으로, 잘 추는 사람에게 데코레이션 케이크를 선물로 주는 것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뒤엉킨 곱슬머리, 튀어나올 듯 커다란 눈과 두꺼운 입술, 커다란 골격. 자세가 비뚤어진 기괴한 인형은 걷기만 해도 익살스럽다. 인형은 타악기를 두들기고 몸을 으쓱거리며 아메리카 니그로의 춤을 춘다. 육중한 몸을 흔들면서 춤추는 모습은 누가 봐도 우스꽝스럽다. 둔한 인형은 어긋난 리듬으로 뒤뚱뒤뚱 움직여대고, 아이는 이 언밸런스한 제스처를 보면서 정말 우습다고 느낀다. 리드미컬하고 다소 그로테스크한 이 곡은 강약의 조화와 재즈 요소가 유쾌하게 드러난다. 춤곡으로도 자주 쓰이고 가장 흔히 연주되는 걸작 중의 걸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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