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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음악/멘델스존·베를리오즈

베를리오즈 : 서곡《해적》[Orchestre de l'Opéra Bastille · Myung-Whun Chung]

by 想像 2022. 7.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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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erture "Le corsaire", Op. 21

Louis Hector Berlioz, 1803 ~ 1869


 

Orchestre de l'Opéra Bastille · Myung-Whun Chung [Berlioz: Harold En Italie]

이 활기차고 흥미진진하며 더없이 베를리오즈다운 서곡의 유래는 184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8월 베를리오즈는 프랑스 남부의 아름다운 휴양지 니스에서 여름휴가를 보냈는데, 그곳에서 지중해를 바라보던 그의 머릿속에 13년 전의 추억이 떠올랐다.

 

1831년이면 베를리오즈가 로마에서 유학하고 있었던 시절이다. 당시 그는 마리 모크라는 여인과 사랑에 빠져 결혼까지 약속한 사이였는데, 그녀의 어머니는 그를 탐탁치않게 여겨 두 사람의 결혼을 반대하고 있었다. 결국 그 해 봄, 그는 그녀가 어머니의 술책에 넘어가 다른 남자와 결혼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고, 그녀의 어머니와 남편을 죽여 복수하리란 결심을 하고 권총과 변장도구 등을 준비해서 길을 떠났다. 하지만 파리로 향하던 도중 상황이 꼬여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고, 그는 니스에서 만난 폭풍우를 계기로 마음을 고쳐먹고 다시 로마로 돌아갔다.

 

격정적이고 파란 많았던 젊은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면서 베를리오즈는 한 편의 서곡을 작곡했고, 그 서곡은 '니스의 탑'라는 제목으로 발표되었다. 그러나 1845년 1월 파리에서 치러진 초연은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다. 그래서 그 이듬해 베를리오즈는 작품의 제목을 미국의 작가인 제임스 페니모어 쿠퍼의 소설 제목을 따서 '붉은 해적'으로 변경했다. 하지만 그 곡은 연주되지 않았고, 베를리오즈는 1846년에서 1851년에 걸쳐 작품을 개정했다.

 

개정된 작품은 다시 한번 제목을 바꿔 '해적' 이라는 연주회용 서곡으로 공개되었다. 이 마지막 제목은 영국의 시인 바이런의 극시에서 따온 것이었다. 베르디의 오페라로도 만들어진 바이런의 [해적]은 속세의 위선에 염증을 느껴 해적이 된 콘래드라는 인물의 파란만장한 모험담을 다룬 이야기로, 속편인 [라라]와 더불어 바이런의 낭만주의적 성향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베를리오즈는 바이런을 특히 좋아해서 그의 서사시 [차이들 해럴드의 편력기]을 바탕으로 교향곡 [이탈리아의 해럴드]를 작곡하기도 했다.

 

작품의 성립과정이 복잡한 만큼, 이 곡을 바이런의 극시와 직접 결부시키는 것은 무리인듯 하다. 다만 음악을 들어보면, 곡이 시작되자마자 부각되는 어지러운 흐름에서는 폭풍우가 이는 바다의 이미지를 떠올릴 수가 있으며, 이어지는 차분한 흐름에서는 폭풍우가 지나간 뒤 평온한 바다의 모습 또는 그것에 투영된 주인공의 우수 어린 속내를 감지할 수 있다. 이처럼 극명한 대비를 이루는 도입부가 지나고 나면 음악은 본론으로 넘어가 다시 처음의 활기찬 모습으로 돌아가며, 이후 음악은 저음부에서 제시되는 영웅적인 주제선율을 중심으로 변화무쌍하고 극적인 흐름을 엮어 나가다가 그 정점에서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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