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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음악/생상스·브루흐·랄로·비제

생상스 : 교향시 "옴팔레의 물레", Op.31 [Orchestre National de Lille, Jun Märkl]

by 想像 2024.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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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Rouet D'Omphale - Symphonic Poem, No. 1, Op. 31
Camille Saint-Saens, 1835 ~ 1921


 

페테르 파울 루벤스의 〈헤라클레스와 옴팔레〉는 고대 신화의 주제 가운데 성적 역할을 교환하면서 벌어진 아이러니컬한 상황을 재현한다. 헤라클레스는 친구 이피투스를 술자리에서 때려죽인 일이 있었는데, 그 죄과를 씻기 위해 신들의 처분을 달게 받는다. 헬라의 영웅이 감당하기에 가장 난처한 임무가 그에게 맡겨졌는데, 그것은 여왕 옴팔레가 다스리는 리디아의 왕궁에서 근신하는 일이었다.

 

옴팔레와 사랑에 빠진 헤라클레스는 여왕의 각별한 취향에 따라 여자 복식을 걸치고 여염집 아낙네들이 하는 집안 일감을 도맡게 되는데, 루벤스의 그림 〈헤라클레스와 옴팔레〉에서도 헤라클레스는 길쌈 도구를 두 손에 들고 거의 알몸을 노출한 채 앉아있다. 그의 상체 일부와 등뒤 그리고 허벅지 아래로 고운 때깔의 여자 옷이 보인다. 한편 옴팔레는 헤라클레스의 사자가죽 옷을 빼앗아 입고 옹이 진 올리브 나무 몽둥이를 들고 영웅을 부리며 호령한다. 남녀의 역할이 뒤바뀐 것이다. 화면 좌측의 늙은 시녀와 어린 시종들은 옴팔레와 헤라클레스를 번갈아 바라보며 어이없는 표정을 짓는다.

 

생상스는 비슷한 상황을 ‘옴팔레의 물레’라는 교향시로 작곡했다. 이 곡을 듣고 있으면 헤라클레스를 비웃는 옴팔레의 모습이 연상된다. 음악은 헤라클레스가 돌리는 물레를 연상시키는 모티브로 시작한다. 그리고 옴팔레와 여자들이 헤라클레스를 조롱하는 소리가 들린다. 헤라클레스의 물레는 회전 강도를 높이면서 빙글빙글 돌아가고, 그 모습을 본 옴팔레와 여자들은 키득 키득 웃으며 영웅의 몰락을 즐거워한다. 그렇게 음악은 시종일관 밝고 경쾌하게 흘러간다.

 

생상스는 이 곡이 신화의 이야기를 서사적으로 묘사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옴팔레와 헤라클레스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이 느낀 감정을 그저 스케르초로 표현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곡의 테마를 ‘여자의 매혹’이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여자의 매혹’이 아닌 ‘여자의 조롱’을 본다. 특히 중간중간 끼어드는 관악기의 익살스러운 음형과 현악 합주가 서정적인 멜로디를 연주하는 동안 연신 빵빵거리는 관악기에서 이런 기분을 느낀다. 


Saint-Saëns: Symphonic Poems ℗ 2017 Naxos

 

Orchestre National de Lille, Jun Märk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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