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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가곡] 명태 (양명문 작시, 변훈 작곡)

想像 2024. 3. 14.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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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 (양명문 작시, 변훈 작곡)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피난지 부산에서 명태를 소재로 한 시에 곡을 붙여 바리톤 오현명(1924~2009)에 의해 ‘명태’라는 곡이 초연된다. 시인 양명문(1913~1985)의 가사에 변훈(1926~2000)이 곡을 붙인 노래다.

공연 후 "이것도 노래야?", "집어치워!"라고 하며 급기야는 객석에서 키득키득 웃음소리까지 나왔고, 노래를 들은 청중들의 반응이 싸늘했다. 서정적인 노래 스타일에 익숙했던 당시 사람들에게 마치 가사를 말하는 듯한 형식의 노래는 생소했던 것이다.

‘명태’에 대한 지독한 혹평에 작곡가 변훈은 큰 충격을 받았다. 변훈은 음악 전공이 아닌 정치외교학도임에도 음악에 대한 관심으로 작곡과 성악을 개인교습 받았었다. 그는 당시 작곡해 놓았던 다른 가곡 악보까지 모두 찢어 버리고 작곡가의 길을 접는다. 그는 다음 해인 1953년 외무부에 들어가 음악을 포기하고 직업 외교관이 됐다. 오랜 세월 작곡의 세계에서 떠나 있던 그는 1981년 주 포르투갈 대사를 끝으로 28년간의 외교관 생활을 마치고 다시 작곡가로 돌아온다.

그런데 1960년대 중반부터 오현명이 부르는 ‘명태’가 갈채를 받기 시작하면서 인기 가곡 반열에 오른다. 오현명은 회고록에서 "변훈의 ‘명태’를 좋아하고 사랑하게 된 것은 그 노래에 깃들어 있는 한국적인 익살과 한숨 섞인 자조와 재치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라며 "명태는 사람들의 살아가는 냄새가 자연스럽게 배어 있는 그런 곡이다. 그 곡에서는 젊지만 전쟁의 소용돌이에 갇혀 자유로울 수 없는 영혼들의 자조 섞인 신세를 명태에 비유한 한탄으로도 엿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의 베이스 저음으로 ‘쐬주를 마실 때~’하며 뱉는 감탄사 ‘캬~!’는 소주를 저절로 당기게 한다. 결국 한국 가곡 ‘명태’는 성악가 오현명이 세상 떠나는 날까지 그의 대명사 격인 노래가 됐다.

 

북어를 안주로 소주를 들이켜는 시인이 양명문 시인 자신이었을 것으로 짐작하며, 전쟁으로 어렵고 위태로웠던 그 시절에 세상살이의 고달픔을 명태의 처지에 빗대어 쓴 것으로 보인다. 

 

검푸른 바다 바다 밑에서
줄지어 떼지어 찬 물을 호흡하고
길이나 대구리가 클 대로 컸을 때
내 사랑하는 짝들과 노상
꼬리치며 춤추면 밀려다니다가

어떤 어진 어부의 그물에 걸리어
살기 좋다는 원산 구경이나 한 후
에집트의 왕처럼 미이라가 됐을 때
어떤 외롭고 가난한 시인이 밤늦게 시를 쓰다가

쐬주를 마실때 (크하!)

그의 시가 되어도 좋다
그의 안주가 되어도 좋다
쫙쫙 찢어지어 내 몸은 없어질지라도
내 이름만 남아있으리라

명태(허허허) 명태라고 (음하하하)

이세상에 남아있으리라


오현명

 

 

김원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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