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stav Mahler, 1860~1911
Symphony No. 10
1911년 5월 18일, 구스타프 말러가 이 세상을 떠났을 때, 그의 서랍 속에는 아직 발표되지 못한 작품 세 편이 남아 있었다. 그중 두 편은 이미 완성되어 있었던 [대지의 노래]와 [교향곡 제9번]으로, 각각 1911년 11월 뮌헨과 1912년 6월 빈에서 브루노 발터의 지휘로 초연되었다. 반면 나머지 한 편은 미완의 토르소로 남겨져 있었는데, 오늘날 [교향곡 제10번]으로 알려진 이 작품이 빛을 보기까지는 무척 길고 파란만장한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문제는 말러가 남겨놓은 악보가 너무도 불완전하다는 데 있었다. 전체 다섯 개 악장 가운데 첫 악장을 제외하면 그 자체로는 연주가 불가능한 상태였던 것이다.
잠시 작곡이 진척된 정도를 살펴보면, 일단 제1악장만은 관현악 총보로 끝까지 진행되어 있었다. 그러나 마무리가 부족하여 세세한 템포 지시, 악상 기호, 다이내믹 및 프레이징 표시가 누락되어 있었고, 군데군데 목관 파트의 공백이 길게 이어지는 등 관현악법 면에서도 성긴 구석이 있었다. 그래도 그 정도면 그대로 연주가 가능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나머지 악장들은 사정이 달랐는데, 제2·3악장은 관현악 총보가 남아있으되 일부만 작성되어 있었고, 제4·5악장은 그 이전 단계인 약식 총보까지만 진행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 세상에서의 마지막 여름휴가였던 1910년 8월 이후 작업을 진척시키지 못한 말러는 자필악보를 파기하라는 유언을 남기고 운명했다. 그러나 유산 상속권자였던 그의 아내 알마는 남편의 뜻을 따르지 않았다. 이후 말러의 자필 악보을 기반으로 연주가능본을 만들기 위한 작업들이 이어져 왔는데 현재 이 작품의 ‘5악장 판본’은 데릭 쿡 외에도 클린턴 카펜터, 조 휠러, 레모 마제티 주니어, 루돌프 바르샤이 등에 의해서 만들어진 다양한 형태가 존재한다.
그러나 그중에서 말러 애호가들을 ‘충분히’ 만족시킬 만한 판본은 하나도 없다. 누가 감히 말러의 작품을 대신 ‘완성’시킬 수 있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