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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매거진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Carlo Maria Giulini, 1914 ~ 2005)의 음악 세계

by 想像 2025. 6. 26.

 

1914년 이탈리아의 소도시 바를레타에서 태어난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는 여느 이탈리아인과는 다른 성장기를 보냈습니다. 그는 이탈리아 북부의 도시 볼차노에서 어린시절을 보냈는데, 이곳은 이탈리아 영토였지만 오스트리아 문화권에 가까운 곳이었습니다. 때문에 줄리니 또한 독일어를 사용하는 환경에서 유년기를 보내게 되는데, 출신은 이탈리아이지만 그가 독일, 오스트리아 음악에 강점을 보였던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도 있겠습니다. 2차 세계대전이라는 광풍에서 자신을 지켜낸 1950년대부터 지휘자로서의 활동을 본격적으로 이어나간 줄리니는 1953년에 오페라라는 장르를 대표하는 극장인 라스칼라의 음악감독을 맡게 됩니다. 이곳에서 치열한 시간을 보낸 뒤 그는 자국인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유럽과 미국에서도 널리 그 이름을 알리게 되는데요. 이후 줄리니는 미국을 대표하는 오케스트라인 시카고 심포니와도 좋은 관계를 맺어 1969년부터 72년까지는 악단의 수석 객원지휘자로 활동했고, 1973년부터는 유럽을 대표하는 악단인 빈 심포니의 상임지휘자를 맡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그를 원하는 악단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가진 재능이 분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줄리니는 한 악단을 오래 맡아 이어 나가는 일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음악 아닌 일까지 애써 할 이유를 그가 찾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줄리니는 될 수 있으면 음악만을 바라보기를 바랐던 음악가였습니다.

이런 줄리니의 태도에 일찍이 감화된 인물이 있었습니다. 바로 지휘자 정명훈입니다.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 2위 등 일찍이 굵직한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둔 정명훈은 일찍이 자신의 진로를 지휘쪽으로 결정했습니다. 지난 1979년부터 LA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부지휘자로 활동하게 된 정명훈은 거기서 악단의 음악감독이었던 줄리니를 만나게 됩니다. 각자가 맡은 역할이 다를 뿐 통상 부지휘자를 음악감독의 제자로 여기는 경우는 없습니다만, 정명훈은 일찍이 줄리니의 음악성과 인품에 감탄해 그를 스승이라 생각했습니다. 처음에 자신을 '피아니스트'로 생각했던 줄리니에게서 '당신은 지휘자입니다.' 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무척 기뻤다고 회상하는 정명훈. 그의 이번 라스칼라 음악감독 선임으로 스승과 제자가 유서 깊은 오페라 극장의 음악감독으로 활동하게 되었으니 이 또한 정말이지 특별한 인연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라고 하면 역시 베르디와 모차르트의 오페라 작품과 베토벤, 브람스 같은 독일 작곡가들 작품 연주를 떠올릴 수 있겠습니다. 세상은 그를 대체로 오페라와 고전주의를 대표하는 작곡가들의 교향곡에서 탁월한 지휘를 선보인 지휘자로 기억합니다.

이와 동시에 줄리니는 (생각보다) 폭넓은 레퍼토리를 보유한 지휘자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이들이 그다지 관심 가지지 않는 작품에도 남다른 애정을 쏟는 인물이기도 했죠. 세자르 프랑크의 '교향곡'이 그 대표적인 작품입니다. 다른 지휘자들보다 이 작품에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었던 줄리니는 낭만주의와 고전주의의 장점만을 고루 취한 이 작품을 상징하는 지휘자로 기억됩니다.

피아니스트 클라우디오 아라우와 함께한 브람스의 '피아노 협주곡 1번'과 '2번' 녹음도 빼놓을 수 없는 앨범입니다. 보통 브람스의 피아노 협주곡이라 하면 길렐스 같은 피아니스트들이 주로 추천되는데, 잘 알려지지 않은 앨범에서 아라우는 놀라울 정도로 뛰어난 연주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연주하는 모든 작품을 흠 없이 연주하는 시대의 거장 아라우의 연주는 언제나 그렇듯이 믿고 듣는 수준이며, 줄리니가 지휘하는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또한 피아노 독주만큼이나 중요한 관현악 파트를 유려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생전 수많은 레퍼토리를 녹음했던 지휘자이니만큼 줄리니라는 인물을 단기간에 알아가는 일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 분들에게는 최근에 발매된 앨범 [The Remastered Legacy]가 좋은 길잡이가 될 것입니다. 장기인 베토벤과 브람스는 물론 비제와 드뷔시, 라벨 같은 프랑스 작곡가, 그리고 차이콥스키과 무소륵스키, 그리고 스트라빈스키를 아우르는 폭넓은 레퍼토리에서 놀라게 되고, 자극적인 해석 대신 음악의 정수만을 선보이겠다는 태도에서 한 번 더 감탄하게 되는 훌륭한 컴필레이션입니다.

 

(출처 :  https://www.melon.com/musicstory/inform.htm?mstorySeq=16184&startIndex=0 )

 


 

 

  Carlo Maria Giulini [Beethoven: Symphonies Nos. 8 & 9 "Choral" (Remastered 2025)]

 

 

 

 

  Carlo Maria Giulini [Franck: Symphony & Psyche and Eros]

 

 

 

 

  Claudio Arrau, Philharmonia Orchestra, Carlo Maria Giulini [Brahms : Piano Concertos Nos. 1 & 2]

 

 

 

 

▶ Carlo Maria Giulini [The Remastered Lega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