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ano Concerto No. 1 in E Minor, Op. 11: II. Romance (Larghetto)
Frederic Franois Chopin, 1810∼1849
▒ 아름다움에 대한 새로운 차원을 제시한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은 낭만주의 협주곡 양식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작품으로 평가받았음에도 불구하고,피아노와 오케스트라 사이의 불균형이 단점으로 오랫동안 지적받아 왔다. 쇼팽 스스로도 오케스트라 반주 없이 솔로 파트만 연주했던 것을 미루어본다면, 그가 오케스트라 부분을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파리 시절에도 주위에서 폴란드 고유의 양식을 대변할 만한 오페라를 작곡하라고 부추겼지만, 자신의 미숙한 관현악 기법을 알고 있었던 쇼팽은 솔로 피아노를 위한 작품에 더욱 집착했다. 그러나 이를 안타깝게 여겼던 많은 작곡가들이 그 관현악 파트를 보강하고자 했다. 그 대표적인 개정판으로 쇼팽의 친구이자 후원자였던 프란츠 리스트의 제자 칼 타우지히(Karl Tausig)가 교정한 [1번 협주곡]과 카를 클린트보르트(Karl Klindworth)의 [2번 협주곡]을 꼽을 수 있다.
쇼팽은 피아니스트로서 단 30여 회의 대중 연주회를 가졌다. 이 가운데 절반 정도는 협주곡을 연주했는데, 특히 1번을 자주 연주했다. 1830년 11월 폴란드를 떠난 그는 빈, 브레슬라우, 뮌헨, 파리를 경유하며 개최한 연주회에서 [1번 협주곡]을 연주했지만 그 이전에 작곡한 [2번 협주곡]만큼 뜨거운 반응을 얻지는 못했다고 한다. 1832년 2월에 가진 정식 파리 데뷔 연주회에서야 비로소 [1번 협주곡]은 그가 기대했던 수준의 찬사를 이끌어내게 되었다. 이후 성공적인 평가를 받은 [1번 협주곡]은 파리에서의 쇼팽의 위상을 확고하게 하는데 큰 기여를 하게 된다.
현재 작품번호는 제1번 e단조가 Op.11로 앞서 있지만, 사실은 제2번 f단조 Op.21이 한 해 먼저 작곡되었다. 이렇게 작곡 순서와 출판번호가 뒤바뀐 이유는 쇼팽이 먼저 작곡한 2번에 비해 나중에 쓴 1번을 더 만족스러워했기 때문에 이를 먼저 출판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2악장 -로망스
라르게토 빠르기표에서 암시되었듯이 낭만적인 서정성의 효시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다운 악장이다. 약음기를 단 바이올린에 의해 짧은 서주가 제시된 뒤 칸타빌레 주제의 피아노가 등장하며 아름답고 깊은 내면의 소리를 표현해 낸다.
이 악장에 대해선 쇼팽 자신이 1830년 5월 15일자 편지에서 「ㆍㆍㆍ낭만적이고 조용하며, 반쯤 우울한 마음으로 즐거웠던 무수한 추억들을 상기시키는 장소를 바라보는 듯한 인상을 일으키게 하려고 했어. 예를 들면, 아름다운 봄의 달빛이 어려 있는 밤처럼ㆍㆍㆍ나는 그 반주를 약음기를 단 바이올린이 맡도록 작곡했어. 효과가 잘 나면 다행이지만, 이제서야 알겠어」 라고 적고 있다.
곡은 녹턴풍의 성격을 가진 우아한 음악이다. 약음기를 단 바이올린이 연주하는 피아니시모의 짧은 서주에 이어 피아노가 칸타빌레의 주제를 연주한다. 주제는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후반부는 B장조로 시작한다. 그리고 그것은 겹침음과 여러 가지 장식 기교로 꾸며지며, 현과 파곳이 대선율을 연주한다. 주제가 모두 연주된 후, 바이올린에 의한 두마디의 간주를 거쳐 주제의 첫머리 부분이 장식을 새롭게 하여 다시 피아노로 연주된다. 이어서 중간부로 들어가, 약간 어두운 c#단조의 새 주제가 아지타토로 나타난다. 이것이 끝나면 주제 후반부가 G#장조로, 이 또한 복잡한 장식으로 파곳의 대선율을 동반하면서 되돌아 온다. 피아노가 하행하는 인상적인 카텐차를 연주한 후, 관현악이 E장조로 주제를 재현함과 동시에 피아노가 음계와 아르제이오로 구성된 셋잇단음표의 경쾌한 움직임으로 그것을 장식하면서 조용히 연기처럼 사라지고, 아타카로 다음 악장이 이어진다.
2악장은 쇼팽이 사랑하던 성악가 Konstancja Gladkowska를 생각하며 작곡한 피아노 협주곡 No.2의 2악장과 거의 비슷하지만, 2번의 2악장보다는 극적인 대조를 보이지 않고, 멜로디 라인이 더 지속적으로 흐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