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음악/드보르작·스메타나

드보르작 : 현악 세레나데 E장조, Op.22 [Academy of St. Martin in the Fields · Sir Neville Marriner]

想像 2021. 1. 13.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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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onín Dvořák, 1841 ~ 1904

Serenade for Strings in E, Op.22


1875년 초, 드보르작은 오스트리아 정부에서 예술가들에게 주는 장학금의 수혜자로 선정되었다. 그것은 그에게 있어서 일생일대의 전환을 의미하는 사건이었다. 즉 호텔과 레스토랑의 악사, 가설극장의 비올라 주자, 성당의 오르간 주자, 개인교사 등으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던 시절을 청산하고 한결 여유로운 생활기반 위에서 작곡에 전념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하게 되었다. 더구나 장학금의 심사위원이었던 요하네스 브람스는 그의 재능을 각별히 주목하여 자신이 거래하던 악보 출판사에 그를 소개해주기도 했다. 바야흐로 30대 중반의 드보르작에게 영광스러운 미래의 서광이 비쳐왔던 것이다.

 

5년 동안 매년 400 굴덴이라는 막대한 장학금에 탄력을 받은 드보르작은 곧바로 폭발적인 창작력을 발휘했다. 일단 1875년 한 해 동안에만 [교향곡 제5번 F장조], [현악 세레나데 E장조], [현악 5중주곡 G장조], [피아노 3중주곡 B♭장조], [피아노 4중주곡 D장조], 대형 오페라 [반다] 등이 완성되었는데, 이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작품이 바로 [현악 세레나데 E장조]이다.

 

1875년 5월 3일부터 14일까지, 불과 열흘 남짓한 기간 동안 작곡된 이 세레나데는 드보르작의 가장 매혹적이고 사랑스러운 작품들 중 하나이다

 

모두 다섯 악장으로 구성된 이 곡은 고전적인 세레나데의 특성을 잘 살리고 있다. 즉 진지하고 극적이기보다는 느긋하고 유희적이며, 쾌적하고 여유로운 저녁 또는 밤에 어울리는 은은한 분위기와 유려한 운치를 지니고 있다. 기본적으로 순수한 음들의 향연이면서도, 많은 부분에서 사랑하는 이와 달빛 아래 정원 또는 오솔길을 거니는 듯한 기분을 자아내며, 다소 느슨한 구성과 형식 속에서 사뭇 다채롭고 풍요로운 맛과 멋이 떠오른다. 아울러 이 곡에는 드보르작이 사랑했던 그의 고향, 보헤미아의 풍경과 정취가 담겨 있으며, 무엇보다 그 특유의 소박하고 진솔한 인간미가 배어 있다.

 

Dvorak & Elgar & Tchaikovsky: Serenades for Strings

 

제1악장: Moderato

 

고전적인 세레나데의 첫 악장에는 보통 소나타 형식이 적용되지만, 드보르작은 단순한 3부 형식으로 구성했다. 그 시작 부분은 무척 은근하고 부드러운 맛을 내는데, 그 이유는 제1바이올린의 화려함이 배제되었기 때문이다. 즉 먼저 비올라의 반주 위에서 제2바이올린이 차분한 선율을 꺼내놓고, 조금 뒤에야 제1바이올린이 화사한 음들을 얹어놓는다. 대체로 은은하고 유려한 선율의 흐름을 이어가는 제1부에 비해, 제2부에서는 점점 리듬의 활력이 더해져 수면 아래에 숨어 있던 춤곡 풍의 분위기가 표면화된다. 제3부에서는 비올라 파트와 첼로 파트가 분할되고 대위선율이 더해지는 등 한층 두터워진 텍스처(음악의 조직)에서 풍성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제2악장: Tempo di valse

 

여러 개의 왈츠 주제가 어우러진 춤곡 악장이다. 주제들의 일부는 쇼팽의 ‘c♯단조 왈츠(Op.64-2)’의 그것을 연상시키며, 트리오에서는 카논(canon) 풍의 반복이 흥미로운 효과를 만들어낸다. 악보에 따라서는 이 악장이 ‘미뉴에트 알레그로 콘 모토’로 지정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제3악장: Scherzo (Vivace)

 

자유로운 구성의 스케르초 악장이다. 카논으로 출발하는 스케르초는 경쾌한 반면, A장조의 트리오는 차분하여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특히 두 차례 등장하는 트리오는 특별한 변화를 수반하여 드보르자크 특유의 창의성을 잘 보여준다.

 

제4악장: Larghetto

 

야상곡 풍의 느린 악장으로 풍부한 서정성과 시적 정취를 지니고 있다. 구성은 단순하지만 현악기들의 특성과 아름다운 음향을 십분 활용한 기법이 돋보이며, 특히 바이올린이 고음부에서 반짝이는 여린 음들을 이어가는 대목에서는 마치 밤하늘에서 별빛이 쏟아지는 환영을 보는 듯하다.

 

제5악장: Finale (Allegro vivace)

 

론도 소나타 형식을 취하여 사뭇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피날레 악장이다. 썩 매끄럽지 못하며 비쭉거리고 흥청거리는 론도 주제는 다시금 카논으로 시작되는데, 드보르자크는 여기서 원격조에서 출발해서 중간에 으뜸조를 찾아가는 (당시 그가 즐겨 썼던) 수법을 사용했다. 또 발전부에서는 라르게토 악장의 주제가 첼로에서 확대되어 나타나고, 재현부 다음에는 첫 악장의 주제가 그리운 듯이 회상되는 등, 이 악장은 흥미진진하고도 아름다운 장면들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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