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음악/20세기 러시아음악

스트라빈스키 : 발레음악《페트루슈카》(오케스트라 버전) [The Cleveland Orchestra · Pierre Boulez]

想像 2020. 11. 13.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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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or Stravinsky,1882~1971

Petrushka, ballet (burlesque) in 4 scenes for orchestra (1947 version)


디아길레프가 신예 작곡가인 스트라빈스키에게 대규모 오케스트라용 발레음악인 <불새>를 위촉한 도박에 가까운 모험이 커다란 성공을 거두자 숨 돌릴 겨를도 없이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서로 전투를 벌이는 듯한 일종의 발레-콘체르트슈튀크(Ballet-Konzertstück)를 작곡해 달라고 작곡가를 설득했다. 이에 1910년 여름 스위스에 머물고 있던 스트라빈스키는 러시아의 꼭두각시 인형인 페트루슈카(영국에서는 Punch, 프랑스에서는 Polichinelle, 이탈리아에서는 Pulcinella)라는 제목을 떠올리게 되어 1장의 러시아 춤과 2장 대부분을 작곡했다. 디아길레프의 요청대로 피아노를 등장시켰고 특히 2장에서 큰 역할을 하게끔 구성했다. 10월에 프랑스로 거처를 옮긴 뒤 1장 나머지와 3장 전체, 4장 대부분을 작곡하고 1911년 3월경에는 작품의 오케스트레이션까지 거의 마쳤다.

 

이렇게 총 1막 4장으로 구성된 발레음악 페트루슈카는 1911년 5월에 작곡이 완성되었고, 다음 달인 6월 13일 파리 샤틀레 극장에서 피에르 몽퇴의 지휘와 발레 뤼스의 무대로 초연되었다. 이 발레의 시나리오를 쓴 알렉산드르 베누아가 무대장치를 제작했고 안무는 미하일 포킨(Michael Fokine, 1880-1942)이 맡았으며 페트루슈카 역은 바슬라프 니진스키(Vaslav Nizinskii, 1890-1950)가 맡았다. 결과는 불새 초연 때보다 더 큰 성공을 거두었다. 사람들은 스트라빈스키의 음악을 즉각적으로 이해하진 못했지만 발레에는 어마어마한 열광을 보냈다. 파리는 물론이려니와 이후 빈 슈타츠오퍼에서도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음악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을 정도였지만, 발레 뤼스의 안무와 스타 발레리노인 니진스키의 탁월한 감정 표현은 단박에 사람들을 매혹시켰다. 특히 사람도 아니고 인형도 아닌 페트루슈카의 기묘하고도 광적인 동작과 공허한 얼굴 표정, 그리고 고통스러운 내면의 파토스를 완벽한 몸짓으로 보여준 천재 니진스키의 연기는 찬탄을 자아냈다. 

 

무대감독 베누아에게 헌정된 이 페트루슈카는 전통적인 발레와는 전혀 다른 음악 언어와 무용 언어를 선보였다는 점에서 대단히 파격적이다. 인형이 발레나 오페라에 등장한 적은 있었지만 전적으로 주인공으로 나선 경우는 없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들이 펼쳐내는 치정극으로서의 비극적인 결말, 현실을 은유하는 듯한 리얼리티는 대단히 충격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한 만큼 이 페트루슈카는 낭만주의 시대 발레 전통과 결별한, 일종의 19세기 전통의 종지부라고 말할 수 있다. 예술을 바라보는 관점이 20세기에 접어들어 드라마틱하게 변했음을 알려주는 이 작품은 주인공의 심리 묘사로 표현되는 고통과 불안, 폭력과 과시로 얻어진 속물근성의 승리, 권력에서 벗어날 수 없는 소시민들의 쳇바퀴적인 삶, 소외되고 버림받은 개인의 잔혹한 결말, 현실에 대한 은유 등등이 20세기 예술의 주제가 되었음을 보여준다.

 

음악 또한 혁신적이지만 스트라빈스키의 다음 작품인 <봄의 제전>만큼 전통과 관습을 파괴하는 작품은 아니다. 러시아적인 정서와 독창적인 화성의 대비가 현대적인 조화를 이루며 안무와 무대장치와 함께 서사적인 클라이맥스와 드라마틱한 전개를 도출하기 때문이다. 피카소가 칭찬한 베누아의 데코르와 다채로운 코스튬, 포킨의 절제된 안무를 중심으로 E.T.A. 호프만적인 환상과 스트라빈스키 특유의 러시아적인 감수성, 동화적인 분위기와 신랄한 현실 비판, 드라마틱한 스토리텔링과 초현실적인 상징 등등이 때로는 무시무시하거나 신비스럽게, 때로는 흥겨우면서도 연극적으로 펼쳐지는 동시에 이 모든 예술적 요소들은 유기적으로 긴밀히 결합되어 있다. 그런 까닭에 음악과 발레, 시각과 청각, 서사와 은유가 창조적으로 결합된, 바그너의 종합예술론과는 전혀 다른 진취적이고 러시아 취향적인 종합예술의 개념을 정립한 효시로 평가받기도 한다. 

 

니진스키가 페트루슈카의 영웅이라면 음악을 작곡하고 많은 부분을 자신의 아이디어(마지막에 지붕 위에서 페트루슈카의 영혼이 등장하는 아이디어도 스트라빈스키 것이다)로 무대를 채운 스트라빈스키는 페트루슈카의 어머니라고 말할 수 있다. 그는 민속적인 요소와 현대적인 요소, 협화와 불협화, 온음계와 반음계, 콜라주와 병치 효과, 불연속적인 음악적 흐름과 상상력과 드라마의 연속성을 적절하게 배합하여 전혀 새로운 음향을 만들어낸 결과 오케스트라 음악에 일대 혁신을 몰고 왔다.

 

오케스트라 버전은 1911년 오리지널 버전과 그보다 조금 작은 편성으로 손을 본 1947년 개정판이 존재하는데, 전체적으로 러시아 춤을 제외하면 독립적으로 떼어내기 힘든 순환적이고 연속적인 구조로 되어 있어 <불새>처럼 연주회용 모음곡으로 만들 수 없었다. 대신 작곡가는 피아노 독주용으로 편곡하여 아르투르 루빈스타인에게 헌정했다. 처음 작곡할 때부터 피아노를 염두에 두었던 탓에 오케스트라 버전의 중요한 요소들을 피아노에 모두 담아내어 원곡 이상의 완성도를 자랑한다.

 

Stravinsky: Petrouchka; Le Sacre du Printemps

 

Tableau I - Fête populaire de la semaine grasse

 

Tableau II - Chez Pétrouchka

 

Tableau III - Chez le Maure

 

Tableau IV - Fête populaire de la semaine grasse, le so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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