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음악/20세기 러시아음악

쇼스타코비치 : 교향곡 제5번《혁명》, Op.47 [Evgeny Svetlanov, USSR State Symphony Orchestra]

想像 2021. 1. 13.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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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mphony No. 5 in D minor, Op. 47

Dmitri Shostakovich, 1906~1975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가운데 가장 유명한 작품일 것이다. 이 작품은 1970년대, 박정희 정권 시절 유일하게 공연이 된 공산권 음악이었다. 작곡가건 연주자건 간에 당시엔 공산국가 국적을 가진 사람들의 작품은 절대로 공연을 하지 못했다. 물론 음반들의 국내 반입도 끔찍할 수준으로 차단했었다.

 

당시 므라빈스키나 콘드라신의 쇼스타코비치 판을 듣기 위해서는 독립운동을 하는 비밀 지하조직의 구성원들 처럼 판을 가지고 있는 사람 집에 은밀하게 모여 작은 소리로 틀어놓고 숨죽여 들어야만 했다. 이것이 역설적으로 쇼스타코비치의 LP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영웅으로 만들어놓기도 하고.

 

1970년대 후반, 뉴욕 필을 이끌고 방한 공연을 준비하던 번스타인. 청와대가 레퍼토리에 쇼스타코비치의 5번 교향곡이 있는 걸 알고, 레퍼토리 교체를 요구하자, 번스타인은 그럼 한국 방문을 취소하겠다고 으름짱을 놓았다. 결국 박정희와 청와대가 이에 굴복, 한국 전쟁 후 최초로 공산권 음악이 남한에서 연주되었던 것이다.

 

이 교향곡은 그가 31세 때인 1937년에 완성된 곡으로 다이내믹한 음향에 델리킷한 감정표현을 볼 수 있는 명작이다. 더구나 이곳은 베토벤 이래의 전통을 고수하는 문제의 야심작이다. 따라서 투쟁에서 승리로 이끌어 가는 베토벤의 이념과 일맥 상통하는 점이 있고, 인간선의 설정과 밝고 명량하며 환희의 세계를 지향하는 경지를 그린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다.

 

Shostakovich: All Symphonies

 

제1악장 Moderato 

 

조금 비극적인 매력을 가진 테마가 카논품으로 나타낸다. 뒤이어 바이올린의 독특한 제1테마와 제2테마가 나타나 발전되다가 코다로 끝난다. 매우 느리게 전개되는 서두 부분에서는 청중이 이해하기 어렵지 않은 멜로디의 악상이 등장한다. 주제부는 당시의 사회 분위기, 정치적 공포감을 표현하기 위해서 급하지 않게 진행된다. 갑자기 등장하는 폭풍과도 같은 알레그로가 개입되면서 사악한 무리들의 겁탈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그러나 음악은 다시 온화롭고 다정한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청중에게 묻는다. 우리는 왜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지 못하는가? 다시 등장하는 악마의 무리들이 공격을 시작하고 그 폭력성은 절정에 이른다. 우리의 영웅은 갈가리 찢겨져서 없어지고, 그가 만일 사악한 무리들이 없는 세상에서 살았다면 얼마나 다른 삶을 살았을까를 말해주는 진혼곡의 소리가 들려오게 된다.

 

제2악장 Allegretto

 

경쾌한 기분의 힘찬 왈츠곡풍이다. 중간부는 민족 무곡풍으로 나타난다. 당대의 평론가들은 본 악장이 말러풍의 왈츠와 유사하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말러는 그의 음악적 전통에 충실한 랜틀러였겠지만 아버지의 음악은 절대로 왈츠가 아니다. 그렇다면 2악장은 영혼이 없는 사악한 무리들의 강한 폭력이고 파괴를 일삼는 기계적 인간들을 표현하는 것이다. 바이올린 솔로의 등장은 이러한 무리의 군화에 짓밟혀 신음하는 어린아이들의 절규이다. 플루트가 바이올린 솔로의 패시지를 다시 연주하면서 그 절박함은 다시금 강조된다. 사악한 무리들의 행진이 다시금 시작되면서 악장은 결국 악한 무리들의 승리를 암시하며 끝나게 된다.

 

제3악장 Largo

 

5번 교향곡의 3악장은 실로 아버지의 모든 교향곡을 통틀어 가장 아름답고 수려한 멜로디의 작품이다. 아버지는 여러 목소리를 한꺼번에 표현하려는 의도로서 바이올린을 3개의 파트로 나누기도 했다. 주인공은 집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내고 내일이면 강제 노동수용소로 끌려갈 한 남자일 수도 있고 내일이면 처형당할 불쌍한 영혼일 수도 있다. 마지막 밤을 집에서 보내는 남자 곁에는 아이의 숨소리가 들리고 아내의 따뜻함도 느껴진다. 그러나 그는 울지 않는다. 대신 그 남자는 깊은 원망을 갖는다. 왜 내가 희생을 당해야만 하는가! 아버지는 절대로 감상에 빠지지 않는다. 그리고 등장하는 첼로 독주는 청중의 가슴을 적시고 악장의 클라이맥스를 지나서 영웅의 격한 감정은 조용히 사라진다.

 

제4악장 Allegro non troppo

 

온갖 슬픔이 사라지고 승리의 개가를 올리는 듯한 서주가 있은 후 행진곡풍으로 장쾌하게 전진한다. 4악장 피날레 부분에 종소리가 있는 것이 이 연주의 특징 가운데 하나입니다. 폭풍의 기세 속에 영웅은 승리한다. 이러한 기세 등등함은 3악장과 유사한 느린 악절의 등장으로 이어지는데 조용함이라기 보다는 뒤를 잇는 그 무엇에 대한 전조일 뿐이다. 전쟁을 예견하며 드럼과 저음 호른의 연주가 뒤를 잇는다. 만일 전쟁이 아니라면 그것은 아버지를 위협하는 사악한 무리들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아버지는 말한다. "너희들 마음대로 나에게 아무 것도 할 수는 없다." 행복도 아니고 승리도 아니다. 단지 강한 인간의 의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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