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음악/슈베르트

슈베르트 : 피아노 소나타 21번, D. 960 [Wilhelm Kempff]

想像 2020. 10. 11.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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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ano Sonata No. 21 in B-Flat Major, D. 960
Franz Peter Schubert, 1797∼1828


 

슈베르트는 항상 진지했고 스스로에 대한 째찍질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사실 그것만으로도 그는 충분히 위대한 예술가였다. 다양한 작품을 창작하던 슈베르트는 그 동안의 작품에 대해 가차없는 자아비판을 가하기 시작했는데 그의 나이 29세 때였다. 그는 자신이 존경하는 베토벤과 비교해서, 자기의 작품들은 즉흥적이고 표피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리하여 그는 베토벤의 대위법을 다시 공부하여, 베토벤이 주는 복합적이고 심층적인 감동을 담은 작품을 써야 한다고, 아니 쓰겠다고 스스로에게 약속했다. 그것은 '위대한 약속' 이었다.

 

그리하여 남긴 곡이 그의 가장 위대한 유산으로 평가되는 마지막 세 곡의 피아노 소나타들이다. 꺼져가는 생명의 심지 앞에서 인간으로서 그리고 예술가로서의 마지막 갈망을 모두 담아서 열정적으로 써낸 작품들, 그 세 곡은 모두 그가 죽은 해인 1828년에 쓰여졌다.

 

종말이 가까워질수록 인간의 의식은 더욱 또렸해지고 죽음에 다가 갈수록 예술가의 영감은 더욱 불타오르는 것인가? 세 곡의 피아노 소나타를 쓴 것은 세상을 떠나기 두 달 전의 일이다. 이 세 곡은 '슈베르트 최후의 3대 소나타'로 불리는 대곡들이며, 모두 슈베르트가 죽고 난 이후에 출판된 유작들이다. 그것들은 제19번 C단조 D.958, 제20번 A장조 D.959, 제21번 B플랫장조 D.960 이다.

 

제21번 B플랫장조 D.960의 네 악장은 슈베르트의 필생의 동반자라고 말할 수 있는 방랑자의 드라마가 가장 짙게 깔려 있는 작품으로서 가히 슈베르트의 마지막 여행기라고 말할 수 있다. 결국 이 작품을 완성하고 두 달이 지난 뒤 슈베르트는 삶의 여행을 마치고 죽음으로의 새로운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피아노 소나타 B플랫장조 21번 D.960은 슈베르트의 곡 중에서도 최고의 대작이란 평가를 듣는다. 베토벤과 같이 뛰어나고 깊이있는 피아노 소나타를 쓰겠다던 슈베르트가 19번과 20번을 그가 목표하던 베토벤적인 곡을 탄생시켰다면, 마지막 21번은 '슈베르트적인 피아노 곡' 이라는 완벽하면서도 독특한 경지를 이룬 금자탑이라고 할 수 있다.

 

슈베르트는 진정으로 피아노를 사랑한 사람이었다. 그는 평생 단 한번도 자신의 피아노를 가져본 적이 없었지만 최고의 피아노곡 소나타 제21번을 남겼다. 자신과의 위대한 약속을 지킨 것이다.

 

Wilhelm Kempff Schubert: The Piano Sonatas

 

제1악장 Molto moderato

 

소나타 형식으로 느낌이 다른 두 개의 주제가 교대로 나온다. 20분이 넘는 이 큰 악장은 피아노란 악기 하나가 보여주는 원숙한 구조적 아름다움으로 듣는 이에게 장대한 건축물과 같은 경외심을 불러 일으킨다.

 

 

제2악장 Andante sostenuto

 

가요풍의 안단테 악장이다. 슈베르트의 낭만성이 아낌없이 나타난, 보덴호수의 파란 물처럼 깊고 맑은 서정성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악장이다.

 

 

제3악장 Scherzo: Allegro vivace con delicatezza

 

 

제4악장 Allegro ma non troppo

 

교향곡처럼 다시 소나타 형식이다. 특히 4악장의 뒷부분에 보여주는 장대한 코다는 이 곡의 마지막일 뿐 아니라 슈베르트의 작품세계 아니, 그의 짧고 숨가빴던 예술세계의 끝을 향하여 치열하고 장엄하게 치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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