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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매거진

유자 왕 (Yuja Wang) [SHOSTAKOVICH Piano Concertos | Solo Works] (2025)

by 想像 2025. 5. 9.

SHOSTAKOVICH Piano Concertos | Solo Works
Yuja Wang

 

Shostakovich: The Piano Concertos; Solo Works ℗ 2025 Deutsche Grammophon GmbH, Berlin

 

 

 

Tracklist 

 

Dmitri Shostakovich

Piano Concerto No.1 for piano, trumpet & strings, Op.35
Yuja Wang, Thomas Rolfs, Boston Symphony Orchestra, Andris Nelsons
01. I. Allegro moderato
02. II. Lento
03. III. Moderato
04. IV. Allegro con brio


Piano Concerto No.2 in F, Op.102
Yuja Wang, Boston Symphony Orchestra, Andris Nelsons
05. I. Allegro
06. II. Andante
07. III. Allegro


24 Preludes and Fugues, Op. 87
Yuja Wang
08. No. 8a, Prelude in F-Sharp Minor
09 No. 2a, Prelude in A Minor
10. No. 2b, Fugue in A Minor

Twenty-Four Preludes, Op.34
Yuja Wang
11. No. 5 in D Major. Allegro vivace

24 Preludes and Fugues, Op. 87
Yuja Wang
12. No. 15a, Prelude in D-Flat Major
13. No. 15b, Fugue in D-Flat Major


▒  작곡가로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이전, 쇼스타코비치는 진지하게 피아니스트가 될 생각을 품고 있었습니다. 지난 1927년에 있었던 제1회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출전은 그 꿈의 실현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쇼스타코비치의 시도였습니다. 비록 순위 안에는 들지 못했지만 쇼스타코비치는 특별 언급(honorable mention)을 받는 성과를 보여주며 피아노 연주에 남다른 재능이 있다는 것만큼은 많은 이들에게 알렸습니다. 그렇기에 쇼스타코비치의 피아노 작품을 들어보면 이 작곡가가 피아노라는 악기를 상당히 깊고 넓게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현대적인 어법을 가까이하면서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에 대한 존경심까지 쇼스타코비치는 표하고 있습니다. 

 

앨범은 <피아노 협주곡 1번 Op. 35>로 시작합니다. 보통은 ‘피아노 협주곡’으로 알려진 이 작품은 사실 피아노와 트럼펫, 현악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이라는 제목을 지닌, 트럼펫의 활약이 눈부신 작품이기도 합니다. 지난 1991년부터 보스턴 심포니의 단원으로 활약한 악단의 트럼펫 수석 토머스 롤프스와 함께 이 작품의 독주자로 나선 유자 왕은 이 작품에서 어딘가 모를 유머를 느낀다고 하는데요. 명료한 듯 아리송한 느낌의 곡 분위기가 솔리스트의 발언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느낌입니다. 도입부에 가까운 역할을 하는 1악장 이후에는 짙은 안개 같은 음악이 펼쳐지는 2악장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어지는 3악장이 가벼운 간주 역할을 한 이후에 펼쳐지는 마지막 4악장에서 유자 왕의 피아노가 본격적인 시동을 겁니다. 즉흥적인 듯하면서 매순간 대단한 집중력을 보이는 유자 왕의 연주와, 이에 날카로운 사운드로 응답하는 토머스 롤프스의 트럼펫 독주가 마지막까지 불을 뿜습니다.

 

이어지는 <피아노 협주곡 2번>가 쓰인 해는 1957년이었습니다. <협주곡 1번>으로부터 20여 년이 지나 쓰인 이 작품을 쇼스타코비치는 아들 막심의 열아홉 번째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썼는데요. 현악기군에 목관악기와 호른, 타악기가 추가된 구성의 이 협주곡은 하이든이나 모차르트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고전적인 정취가 인상적인 동시에 이곳저곳에서 즐거움을 보이는 작품입니다. 특히 쌍둥이처럼 짝을 이루고 있는 1악장과 3악장의 분위기가 상당히 비슷하죠. 어떻게 보면 고전주의에 대한 열렬한 오마주라 할 수 있는 이 작품에서 가운데 악장인 2악장은 마치 외딴섬과 같은 음악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아주 느리게 시작해 별처럼 반짝이는 독주를 들려주는 피아노 소리를 듣고 있으면 이런 음악은 어디에서도 만날 수 없다는 고요한 확신을 얻게 됩니다.

 

두 곡의 피아노 협주곡 이후에는 독주의 시간이 이어집니다. <24개의 프렐류드와 푸가 Op. 87>에서 다섯 곡, <24개의 프렐류드 Op. 34>에서 고른 ‘프렐류드 5번’. 총 여섯 곡을 연주하는 유자 왕은 협주곡에서 다 보여주지 못했던, 도발적이면서도 파괴적인 쇼스타코비치의 면모를 보여줍니다. 이 독주에서 유자 왕은 완전히 혼자가 되어 짓궂은 미로를 거칠게 통과하는 듯한 피아노 연주를 들려주는데요. 특히 복잡한 푸가를 너무나 쉽게 풀어내는 앨범의 마지막 곡이 대단합니다. 매번 진심을 말하고 싶었지만 사정한 그러지 못했던 작곡가의 마음을 대변이라도 해주는 걸까요? 홀로 피아노와 마주한 유자 왕은 그렇게 거침없이 쇼스타코비치의 마음을 시원하게 연주해 냅니다.

 

(출처 : 지니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