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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고 소치 동계올림픽 개막식은 한편의 대서사시. 평창은?

想像 2014. 2. 8.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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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8일 러시아 소치의 해안 클러스터 내 피시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개막식 행사는 동계올림픽 역사상  최고의 개막식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며 러시아가 자랑하고자 하는 역사가 총망라된 한편의 대서사시였다.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러시아어로 '사랑'을 뜻하는 '류보프'라는 소녀가 등장해 관객의 시선을 무대로 끌어당겼다.

러시아 문자 사이로 러시아가 만들어 낸 예술 작품과 문화유산, 과학 발명품 등이 마치 세계에 존재를 알리는 러시아의 모습을 형상화하는 듯 화면을 채웠다.


이어 객석을 메운 관중이 개막을 알리는 카운트 다운을 함께 외치는 가운데 '2014년'을 상징하는 현지 시각 7일 오후 8시14분 본격적인 공연의 막이 올랐다.


'러시아의 목소리'라는 제목의 다음 무대에서는 19세기 러시아 작곡가 알렉산더 보로딘의 음악과 러시아의 전통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러시아를 이루는 다양한 지역과 사람이 형상화됐다.

이 속을 누비는 여정이 시베리아의 추코트카에 닿자 흰 눈이 스타디움에 내려앉고 눈꽃이 올림픽을 상징하는 다섯 개의 원으로 바뀌어 올림픽의 서막을 알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등장하고, 러시아 국기를 구성하는 세 가지 색의 빛이 무대를 수놓았다.

이날의 주인공인 선수들은 다른 올림픽처럼 무대 가장자리가 아닌 중앙에 뚫린 길을 통해 지하에서 올라와 눈길을 끌었다. 바닥에는 각국의 이름이 프랑스어, 영어, 러시아어로 표시돼 거대한 전광판 역할을 하고, 관중석은 색색의 조명으로 빛났다. 88개국 선수가 입장을 마치고 중앙 통로가 닫히고서는 경기장 안팎에서 다시 굉음과 함께 불꽃이 피었다.


 소치동계올림픽 마스코트인 폴라베어가 등장하고 이어 러시아가 생겨날 때부터 피시트 스타디움의 건설까지 역사를 훑은 '러시안 오디세이'가 흐르고 무대에는 혹독한 겨울이 찾아온다.


눈 속에서 '트로이카'(삼두마차)가 공중을 가로지르며 태양을 끌고 오자 러시아의 부활을 알리는 듯 새 봄이 돌아왔고, 모스크바 성 바실리 성당을 형상화한 알록달록 거대한 풍선들 사이로 화려한 군무가 펼쳐졌다.

'표트르 대제'에서는 17세기 후반 러시아의 번성기를 자랑했는데, 바닥에는 프로젝터로 거친 파도가 섬세하게 표현돼 바다에 온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이어진 '나타샤 로스토바의 첫 번째 무도회'는 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의 명작 '전쟁과 평화' 속 장면을 우아한 무용과 발레로 재해석해 큰 박수와 휘파람을 끌어냈다.

이어 증기 기관차와 기계 조각 모양의 작품이 공중에 떠다녀 러시아 혁명과 발전, 개방의 시기인 20세기로의 전진을 표현했다. 경기장에는 실제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지나가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어진 올림픽 개막 선언에서는 개최지를 결정하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영어 연설에 나서는 등 소치 올림픽 유치를 위해 발로 뛰었던 푸틴 대통령이 직접 무대에 올라 겨울 스포츠 축제의 서막을 알렸다.


개막선언이 있은 후에는 러시아 하면 떠오르는 발레 곡인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 선율 속에 '평화의 비둘기' 공연이 이어져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평화의 비둘기'에는 발레리나 다이아나 비쉬네바가 출연하고,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토는 올림픽 찬가를 불러 러시아의 발전한 문화를 대변했다.


베일에 가려져있었던 2014 소치동계올림픽의 마지막 성화주자는 러시아의 전설적인 스포츠스타였다. 눈을 의심케하는 깜짝 퍼포먼스는 없었다. 하지만 러시아를 대표하는 스포츠 스타들이 서로 힘을 합쳐 성화를 이어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열기가 최고조에 놓은 스타디움에 성화를 들고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 주인공은 여자테니스 스타 마리아 샤라포바였다. 샤라포바는 손을 흔들며 관중들의 환호에 답례한 뒤 여자 장대높이뛰기 스타 옐레나 이신바예바에게 다시 전달했다. 다음 성화 봉송 주자는 러시아의 레슬링 영웅 알렉산더 카렐린이었다. 환한 미소와 함께 이신바예바는 카렐린에게 성화를 전달했다. 샤라포바와 이신바예바도 뒤에서 함께 뛰면서 성화대에 점점 가까이 다가섰다.


이어 성화는 러시아의 리듬체조 스타 알리나 카바예바를 거쳐 러시아 피겨 영웅 이리나 로드니바와 구소련 시절 최고의 아이스하키 골리로 이름을 날린 블라디슬라프 트레티아크에게까지 넘어갔다.


성화 최종주자는 로드니바와 트레티아크였다. 로드니바와 트레티아크는 스타디움 한쪽에 위치한 점화대에 성화봉을 갖다댔다. 성화는 미리 연결된 라인을 타고 스타디움 밖 성화대로 타고 들어가면서 최종적으로 성화대에 불이 붙었다.


성화대에 성화가 점화되는 순간 피시트 스타디움 하늘은 올림픽 개막을 축하하는 수천 발의 불꽃놀이쇼가 펼쳐졌다.

대미를 장식한 성화 점화와 불꽃놀이가 이어질 때는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의 '불새',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 인형' 중 '트레팍'이 울려퍼져 '러시아의 꿈'을 완성했다.


이번 소치 동계 올림픽 개막식은 동계올림픽 역사상 최고의 개막식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올림픽의 상징인 오륜기가 다 펼쳐지지 않는 실수가 발생하고 성화점화 방식이  좀 밋밋했지만 이번 개막식은 한편의 대서사시 같았으며 러시아의 부활을 대내외적으로 알리기에 손색이 없었다.


특히 런던 하계올림픽에 이어 스타디윰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무대로 삼아 자국의 세계적인 문화 콘텐츠 등을 첨단 과학기술에 녹여 보여주는 것은 이미 하나의 트렌드로 정착한 것 같다.


 스타디움 바닥을 프로젝터를 이용해 하나의 스크린으로 이용한 것이나 와이어를 통해 스타디움 상공의 하나의 가상 무대로 꾸민점. 러시아가 자랑하는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와 '발레'를 개막식 공연에 넣은 점. 그러면서도 전체적인 안무나 구성은 현재적인 요소를 가미해 아방가르드풍으로 꾸민 점 등이 그렇다.


또한  선수들이 무대 가장자리가 아닌 중앙에 뚫린 길을 통해 지하에서 올라오도록 한 반짝 아이디어도 눈길을 끌기 충분했다. 


솔직히 이번 소치 올림픽 개막식을 보면서 차기 개최국인 우리나라 평창올림픽의 개막식이 걱정된다. 런던 하계 올림픽이나 소치 동계 올림픽처럼 세계인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만한 쇼를 연출해 낼 수 있을지? 무엇보다 세계인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한국만의 특색있는 콘텐츠를 담아낼 수 있을지가 우려된다. 코딱지만한 '한류열풍' 하나 가지고 식상한 'K-POP 스타'나 불러내 울거 먹는 그런 촌스런 쇼나 연출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몹시 우려된다.


4년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문화강국 '영국','러시아'에 이어 전세계 시청자들에게 기억에 남은 뭔가를 보여줘야 하는 '대한민국'으로선 앞으로 남은 기간동안 지혜를 짜내야 할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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