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영화 《레미제라블》이 감동적일 수 밖에 없었던 이유

想像 2012. 12. 31.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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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레미제라블 (Les Miserables)》은  158분에 긴 상영 시간과 뮤지컬 영화라는 장르적 특수성에도 불구, 지난 19일 개봉한 이래 5일 만에 100만 관객을 끌어모으고, 8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동원했으며 13일 만에 300만 동원 달성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오락영화들이 판을 치는 국내 극장가에서 이처럼 영화 《레미제라블》이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 역시  영화 《레미제라블》을 보면서 런닝타임 158분. 대사 없이 노래로만 이루어진 뮤지컬 영화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뮤지컬 영화다운 아름다운 음악들과 뮤지컬에서 볼 수 없는 웅장한 스케일의 화면, 그리고 왠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투영된 듯한 스토리에 진한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뮤지컬 영화다운 아름다운 음악과 노래

영화 《레미제라블》는  [오페라의 유령], [캣츠], 그리고 [미스 사이공]와 함께 세계 4대 뮤지컬이라 불리는 [레미제라블]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녹음된 배우들의 노래는 70인의 오케스트라가 만들어낸 장엄한 반주가 덧입혀져 실제 뮤지컬 보다 더 웅장하고 압도적인 사운드를 선사한다.

여기에 각기 뮤지컬 배우로서도 활발한 활동을 해온 휴 잭맨, 앤 해서웨이, 러셀 크로우, 아만다 사이프리드, 그리고 헬레나 본햄 카터는 노래와 연기를 모두 완벽하게 소화하며 영화 <레미제라블> 속 감동을 녹여 내고 있다.   

피겨의 여왕 김연아가 선택한 화제의 그 노래! 'One Day More', 'On My Own' 앤 해서웨이의 애절한 목소리 'I Dreamed A Dream' 영화에서만 만날 수 있는 휴 잭맨만을 위한 스페셜 솔로곡 ‘Suddenly’ 까지 주옥같은 음악들이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들의 심경을 울린다.

특히 앤 해서웨이(판틴)이 애절한 목소리로 부르는  ‘I Dreamed A Dream’ 는 수잔 보일이 불러 더 잘 알려진 노래이지만 우리의 심금을 울리기에 너무나 아름다운 노래이다.

또한 영화 마지막 장면을 장식하면서 판틴과 장 발장이 혁명의 대오와 함께  부르는 ‘Do You Hear The People Sing?’ 노래는 이 영화를 보는 사람들에게 또다는 감동을 가져다 주며 마지막 빙점을 찍는다. 


I Dreamed a Dream

꿈을 꾸었네

There was a time when men were kind,
And their voices were soft,
And their words inviting.
There was a time when love was blind,
And the world was a song,
And the song was exciting.
There was a time when it all went wrong...

남자들이 친절하던 때가 있었네
목소리는 부드럽고
말로 마음을 끌던 때가.
사랑에 분별이 없던 때가 있었네
세상은 노래였으며
그 노래는 얼마나 생동했는지.
모든 것이 잘못된 때가 있었네...

I dreamed a dream in time gone by,
When hope was high and life, worth living.
I dreamed that love would never die,
I dreamed that God would be forgiving.
Then I was young and unafraid,
And dreams were made and used and wasted.
There was no ransom to be paid,
No song unsung, no wine, untasted.

지나간 시절에 꿈을 꾸었네
희망이 있고 살 가치가 있던 때에
죽지 않는 사랑의 꿈을 꾸었네
관대한 용서의 신을.
그때는 젊고 두려움 없었네
꿈은 만들고 소모하고 버렸었고
어떤 대가도 낼 필요 없었고
부르지 않은 노래, 맛보지 않은 술도 없었네.

But the tigers come at night,
With their voices soft as thunder,
As they tear your hope apart,
And they turn your dream to shame.

그러나 밤이면 호랑이가 나와
천둥처럼 부드러운 목소리로
희망을 찢어발겨 버리고
꿈을 수치로 짓밟네.

He slept a summer by my side,
He filled my days with endless wonder...
He took my childhood in his stride,
But he was gone when autumn came!

그는 여름 한 철 내 곁에 잠들었지
날이면 날마다 끝없는 놀라움
어리기만 한 나를 보듬었던 그는
가을 바람 불어닥칠 때 가버렸네.

And still I dream he'll come to me,
That we will live the years together,
But there are dreams that cannot be,
And there are storms we cannot weather!

그가 돌아오는 꿈을 여전히 꾸지
평생 함께할 거라고
그러나 이룰 수 없는 꿈도 있으며
헤쳐갈 수 없는 폭풍도 있으니.

I had a dream my life would be
So different from this hell I'm living,
So different now from what it seemed...
Now life has killed the dream I dreamed...

내가 지금 살아가는 현실과
너무나 다를 삶을 꿈꾸었었네
생각한 것과는 너무나 다른...
삶은 내 꿈을 죽여버렸네.
 
영화이기에 가능한 웅장한 스케일의 대화면

무대 예술인 뮤지컬이 영화로 옮겨지면서 가장 달라지는 것은 바로 웅장한 스케일의 대화면이다. 영화의 첫 장면이 그렇다. 좌초된 목선을 끄는 것으로 시작된 첫 장면은 거두절미한 채 본론으로 진입하듯 시원하고 장쾌하다. 

여기에 약 10주에 걸쳐 200여 명의 목수와 조각가, 페인터들이 작업하여 약 50피트의 높이로 재현한 1832년 파리 거리의 모습이나 <레미제라블> 속 혁명의 상징인 30피트 높이의 바리케이트 등은 영화가 아니면 선사해 줄 수 없는 화면이다


왠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투영

원작 ‘레미제라블’은 번역본이 다섯 권 분량인 어마어마한 대작이다. 빅토르 위고는 이 작품을 17년에 걸쳐 썼고, 소설에서 다루는 시간적 배경은 30년을 훌쩍 넘는다. 

이 때문에 영화 <레미제라블>는 '인류애'를 주제로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19년 옥살이를 한 '장 발장'이 자신을 평생 추적하는 경감 '자베르'를 피해다니는 궂은 운명의 개인사, 장발장이 자신도 모르게 외면해 위험에 빠뜨린 '판틴'의 딸이자 그의 수양딸인 '코제트'와 혁명군 '마리우스'의 러브스토리 위주의 가족사, 마리우스를 비롯한 '앙졸라' 등 젊은 학생들이 사회의 진보를 위해 벌이는 혁명사 등이 함께 얽히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러한 스토리속에서 우리는 또 다른 감동을 느끼게 되는데 그것은 빅토르 위고가 바라봤던 모순적 사회가 과거만의 문제라고 할 수만은 없다는 것. 빅토르 위고가 봤던 19세기의 프랑스는 사실 우리가 앓고 있는 이 세상의 질병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영화 <레미제라블>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영화속 각 인물은 이시대의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오직 법을 통해서만 정의사회를 구현할 수 있다고 믿는 자베르 경감과 과오를 지우고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고 싶은 장발장의 열망,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고아를 돌보는 척 이용하는 사기꾼 부부나 비정한 남자들에게 이용만 당하고 짓밟히는 판틴의 삶이 그렇다. 

고통받는 민중들의 삶. 이 시대의 양극화 현상이다

이 영화속에는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19년 옥살이를 한 '장 발장', '코제트'란 딸을 위해 창녀로 전락할 수 밖에 없었던 '판틴' 그리고 가난과 차별로 고통받았던 19세기 프랑스 민중들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판틴의 육체적, 정신적 쇠락을 보여주는 썩어가는 낡은 배들과 진흙 범벅의 도시의 모습들과 19세기 파리의 빈민촌 모습은 이러한 고통받는 민중들의 삶을 대변하고 있다. 지금 우리사회는 어떤가? 극심한 양극화 현상과 함께 국민의 24%가 절대빈곤층으로 분류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패한 혁명, 그래도 절망속에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

고통받는 민중들 편에서 마리우스를 비롯한 '앙졸라' 등 새로운 정의롭고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혁명을 시도한다. 하지만 이들 젊은 학생들이 벌인 혁명은 파리 시민들의 소극적 참여로 처참하게 실패로 끝나고 만다. 가블로쉬 ( 다니엘 허들스톤)의 죽음은 실패한 혁망. 절망의 상징이다 

그러나 영화 <레미제라블>은 절망이 희망이 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영화 <레미제라블>의 마지막은 판틴과 장 발장이 혁명의 희생자들과 함께  부르는 ‘Do You Hear The People Sing?’ 노래를 합창하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1878년, 프랑스는 역사적인 혁명을 통해 앙시앵 레짐(Ancien Régime)을 종결시키지 못하고 또 다른 군주인 나폴레옹을 맞이하게 되었고 제대로 된 공화국을 이루는 데 거의 백년이란 세월이 걸렸지만 영화 <레미제라블>의 분노한 민중의 노래는 절망 속에서도 새로운 희망이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시대에 미리엘 신부의 '참사랑'은 어디에 있나 

미리엘 신부는 갈 곳 없는 장발장을 하룻밤 재워 주었지만, 장발장은 고마워하기는커녕 오히려 성당에 있는 은접시를 훔쳐 나왔다가 경찰에 잡혀왔다. 그러나 미리엘 신부는 장발장을 보고 화를 내기보다 경찰에게 장발장은 은접시를 훔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은촛대와 함께 직접 준 것인데 장발장이 은촛대를 가져가지 않아서 기다리던 참이라고 변호를 해준다. 즉 도둑질을 할 수밖에 없었던 장발장의 딱한 사정을 알고 사랑으로 감싸주면서 장발장은 새로운 사람으로 살아 갈 수 있었다. 

또한 평생을 쫒아 다니면서 자신을 괴롭히던 자베르 경감을 죽이지 않고 살려 돌려 보냄으로써 장발장은 미리엘 신부가 보여준 '참사랑'을 깨달고 실천한다.

우리시대엔 미리엘 신부가 보여준 '참사랑'을 가진 종교인이 얼마나 될까? 오늘날 종교인들은 '물질 만능주의''세속주의'에 물들어 19세기 프랑스의 종교인들이랑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우리시대 종교인들에게도 '미리엘 신부'와 같은 '참사랑'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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