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부산국제영화제 2010] 순수한 사랑, 찐한 감동 장이모우 감독의《산사나무 아래》

想像 2010. 10. 8.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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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7일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 다녀왔습니다. 다소 날씨가 쌀쌀해 무방비로 갔다가 장이모우 감독의《산사나무 아래》를 보는 내내 한기를 느껴야 했지만 가슴한곁에 찐한 감동을 안고 왔습니다.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를 가다


아래사진은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이 열리고 있는 부산 수영만 요트경기장의 모습입니다. 오늘 레드카펫의 최대 주인공은 역히 한류스타 '원빈" 특히 일본인 관광객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습니다. 원빈이 레드카펫에 모습을 들어냈을 때 장내에서는 원빈을 외치는 일본인 관광객들 덕분에 분위기가 한층 고조

아쉬운 것은 부산 수영만 요트경기장에서의 야외상영이 올해로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는 것. 내년부터는 현재 공사중인 PIFF전용관 '두레라움'에서 열립니다. 그래서 마지막 수영장 요트경기장의 야외 상영을 볼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라고나 할까?


장이모우 감독 및 주연배우 무대인사


15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역시 최고의 관심은 역시 개막작인 장이모무 감독의《산사나무 아래》였습니다. 아래사진은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관례대로 개막작 상영에 앞서 무대인사를 하고 있는 장이모우 감독, 라오산역의 두오샤오, 징치우역의 저우동위의 모습.


15분간 개막작 상영지연 해프닝


연례 행사처럼 "기술적인 문제로 영화상영이 지연되는 해프닝"이 올해도 반복되었습니다.(개막식에서 이런 사고가 난 것은 처음) 개막식이 끝나고 주요 VIP 및 영화인들이 빠져나가면서 어수선한 분위기인데다 개막작인 《산사나무 아래》상영까지 15분간 지연되어 조금은 분위기가 썰렁했습니다.

개막작인 《산사나무 아래》는 15분간 상영이 지연된 이유는 개막식 직후 일부 관객들이 빠져 나가는 과정에서 한 관객이 자막 프로젝터 전원 케이블을 어떻게 잘못 밟아 자막 프로젝터 전원공급에 이상이 생겼기 때문이랍니다. 결국 부라부라 원인을 찾아 복구했으나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한 당황한 주최측은 안내방송을 하면서도 연신 당황한 기색이 역력.


개막작《산사나무 아래》를 보고


개막작《산사나무 아래》은 최근 몇 년간 <연인>, <영웅>, <황후화> 연출과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공연연출 등 대규모 작품의 연출에 주력하였던(일부 영화팬들은 이를 두고 변절했다라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장이모우 감독의 작품치고는 너무나 소박한 작품이었습니다. 장이모우 감독의 초창기 작품을 연상시키는 소박한 작품으로 다시 돌아왔다고나 할까?

영화《산사나무 아래》는 아미(艾米)의 원작소설 <산사나무의 사랑 山楂树之恋>을 각색한 <산사나무 아래>는 문화혁명기를 배경으로 연인들의 절절한 사랑을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 우연찮게 소리없이 다가온 사랑. 그리고 너무나 순수한 두 남녀의 애틋한 사랑. 그리고 남자주인공 라오산이 백혈병으로 죽으면서 가슴 아린 생 이별을 할 수 밖에 없는 두남녀의 운명. 스토리만 보면 다소 진부한 러브 스토리인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다 보고 나면 그 누구도 이 영화에 대해 "진부하다", "상투적이다", "신파극같다" 라는 평을 남길 수 없을 듯 합니다. 한마디로 깔끔하면서도 군더더기 없는 장이모우 감독의 연출에 순수한 두남녀의 사랑이야기는 보는 이의 눈물샘을 자극하기에 충분합니다. 한마디로  다분히 상업적이고 정치적 냄새가 나는 영화 <연인>, <영웅>, <황후화>와는 너무 대비되는 아름다운 러브스토리입니다

이 작품에 대한 소개를 보니 아래와 같은 비평이 있더라고요. 이 영화를 보는 순간 이 비평이 얼마나 정확한 평가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장이모우 감독은 징치우와 라오산의 사랑을 통해 순수의 시대를 꿈꾼다. 세월의 무게 때문에, 혹은 사회의 변화된 환경 때문에 이제는 점차 사라져 가는 ‘순수함’ 에 대해 다시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순수함’은 남성 감독의 그것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섬세하고 정감 어린 연출을 통해 표현되고 있다.

신인배우를 발굴하는 데에도 일가견이 있는 장이모우 감독은 저우동위와 두오샤오라는 두 신인배우로부터 감독 자신이 가장 강조하고 싶었던 ‘순수함’의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내고 있다.

대작에서 소박한 사랑의 이야기로 돌아온 장이모우 감독의 행보는, 감독으로서의 자기 자신 역시 초창기의 순수한 작가정신을 잃지 않았음을 항변하는 듯 하다.


이 영화에서 나오는 60대 고전같은  두남녀의 사랑이야기는 요즘 세태에서 보면 촌스럽고 우스광스럽기까지 합니다. 

라오산과 징치우가 마치 빼빠로 먹기처럼 나무가지를 하나를 두고 조금씩 조금씩 다가가 손을 잡게 되는 장면, 두사람이 덮기에는 크기가 작은 외투를 핑계로 라오산이 징치우를 가볍게 포옹하는 장면에서 실제로 관객들은 웃음을 터트렸습니다. 그러나 라오산이 사준 수영복을 입고 부끄러워 그위에 다치 웃옷을 걸쳐 입은 징치우의 모습, 간호사의 기숙사방에서 같이 침대에 눕게 되지만 결국 손만 잡고 자는 라오산의 모습 등에서는 더이상 관객들도 웃지 않았습니다. 장이모우 감독의 믿기 힘들 정도로 섬세하고 정감어린 연출에 모두들 몰입된 듯 합니다. 그리고 장이모우 감독이 연출하고 싶은 "점차 사라져 가는 순수함. 순수한 사랑"에 모두들 동의하는 듯한 분위기였습니다.

이 영화에 대해 또한 높은 평가를 내리고 싶은 점은 115분 내내 영화 어디에도 군더더기라고는 보이지 않는다는것. 이정향 감독의 '집으로'가 연상되었습니다.

두 신인배우의 순수한 이미지와 소박한 연기도 훌륭했습니다. 7,000여명의 오디션을 거쳐 뽑힌 라오산역의 두오샤오, 징치우역의 저우동위 배우는 이 영화와 너무나 잘 어울렸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의 2009년 개막작 '굿모닝 프레지던트'가 관객들에게 상당한 실망감을 안겨줬던 반면 2010년 개막작 '산사나무 아래'는 부산국제영화제의 훌륭한 선택이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이미 현장판매분을 제외하고는 표가 다 매진되어 이번 PIFF기간중 개막작 '산사나무 아래'를 보기는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렵겠지만 그래도 강력추천합니다. 꼭 보시길. 나의 평점은 ★★★★★입니다. 아마 국내에서도 개봉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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