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을 앞두고 중국인들에게 ‘반한 감정’이 적지 않게 생겼다는 것입니다. ‘혐한증’이라고 불리는 이러한 반한감정은 이런저런 것들이 쌓여서 이뤄진 것이겠지만, 올림픽을 앞두고 결정타가 된 것은 역시 SBS의 개막식 리허설 장면 보도였습니다. 그런데 역도 이배영 선수가 중국인들의 이러한 혐한증을 불식시키고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데 있어 민간 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중국 CCTV, '올림픽 정신을 빛낸 선수'로 이배영 소개
바벨을 들다 무참하게 꺾여버린 왼쪽 발목. 대꼬챙이로 찌르는 듯한 극심한 통증에 인상은 일그러진다. 온몸을 꼬이게 하는 다리 경련을 다스리기 위해 바늘을 빼들어 찔렀다. 포기할 수 없었다. 입술을 앙 다물고 다시 도전하기를 두 차례. 용상 마지막 3차시기에서 앞으로 넘어지며 4년을 기다린 올림픽 꿈을 접었지만 그의 손은 끝까지 바벨을 놓치지 않았다. 중국 관영방송사인 CCTV가 지난 18일 프라임타임대에 내보낸 '올림픽 정신을 빛낸 선수'라는 프로그램에서 한국 남자 역도 69㎏급 이배영이 보여준 불굴의 투혼을 소개하면서 내보낸 장면이다.
이배영은 꼬리를 물고 이어진 부상을 극복하고 여자 배드민턴 단식 2연패를 달성한 중국의 장닝. 고환암 판정에도 불구하고 올림픽 출전을 감행한 미국의 수영선수 에릭 섄토. 그리고 오른쪽 팔꿈치 아래 부분이 없는 폴란드 여자 탁구선수 나탈리아 파르디카와 함께 2008 베이징올림픽을 빛낸 진정한 영웅으로 선정되었다. 올림픽의 성적 지상주의와 상업화에 맞서 숭고한 스포츠맨십을 회복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이 프로그램에서 이배영은 가장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중국 및 각국 언론, 이배영 선수의 투혼 격찬
신화통신을 비롯한 각국 외신들은 이배영의 ‘쓰러져도 놓지 않았던 바벨’ 을 사진과 함께 비중있게 다루고 ‘진정한 올림픽 정신’이라고 찬사한 바 있다. 국제 역도연맹 홈페이지도 이배영의 투혼을 금메달 선수 사진보다 오히려 크게 다뤘을 정도다.
중국 언론과 네티즌도 이배영의 부상 투혼에 '감동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QQ.com' 스포츠판은 '진정한 올림픽 정신을 보여준 명장(名將)'이라며 '패배자가 아닌 스포츠 영웅'이라고 극찬했다. 한 네티즌은 '정신력으로 봤을 때 이배영은 1위와 다름없다. 그는 진짜 남자'라고 말했고 또 다른 네티즌은 '한국 선수가 온 세계를 감동시켰다'는 소감을 밝혔다.
류상의 기권으로 더욱 빛난 이배영선수의 투혼
18일 베이징 올림픽 남자 육상 110m 허들에서 올림픽 2연패에 도전했던 류샹은 다리 통증을 호소하며 기권했다. 류샹은 이날 트랙에 나타날 때부터 잔뜩 인상을 찌푸린 채 다리를 절룩거렸다. 출발선에 들어선 그는 5번 레인 마르셀 반 데르 베스텐(네덜란드)의 부정출발로 한 차례 출발이 지연된 후 발목통증을 호소하며 스스로 번호표를 떼 버렸다. 영웅을 응원하러 나왔던 중국 관중들은 술렁거렸고 류샹은 인사도 없이 경기장을 떠났다.
류샹의 경기 포기 직후 시나닷컴, 소후닷컴 등 중국의 주요 포털 사이트에는 삽시간에 수만 개의 댓글이 올라왔다. "110m는 기어서라도 갔어야 했다", "시작도 하기 전에 포기하느냐" 등 실망한 중국 네티즌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특히 다리 근육 경련으로 경기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바벨을 놓지 않고 바닥에 엎어진 역도 이배영과 비교하는 글들이 눈길을 끌었다.
부상으로 쓰러지면서도 바벨을 놓지 않았던 이배영 선수의 투혼이 중국을 비롯한 전세계에 크게 강조되면서 ‘쉽게 경기를 포기한’ 류샹과의 비교대상으로 떠오른 것. 중국 네티즌들은 “류샹은 이배영을 아느냐” “이배영은 메달이 없어도 우리에게 감동을 줬다” 라는 현지 목소리가 높았다.
금메달선수보다도 더 한국을 많이 알린 선수
이배영선수는 부상으로 결국 경기에서는 탈락해 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그의 투혼은 금메달을 딴 어떤 다른 선수보다도 한국을 중국 및 해외에 알리는데 크게 기여하였다.(그게 올림픽이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서 대한민국을 홍보하는 데 있어 금메달감은 이배영선수가 아닐까? 그래서인지 다음이 삼성과 함께 운영하고 있는 ‘네티즌 응원방’에 개설된 이배영 응원방에 20일 오후 1시 현재 1만5736명이 격려의 댓글을 남겼다. 다음은 5000명의 응원 댓글이 달린 선수에게 순금펜던트(순금 5돈)를 주기로 해 이배영은 네티즌이 주는 첫 순금펜던트의 주인공이 됐다. 비록 이배영선수는 금메달을 따지 못했고 이번 올림픽이 마지막 올림픽 출전이 될지는 몰라도 우리나라 국민이나 중국국민들은 이배영 선수를 결코 잊지 않고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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