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2016 디토 페스티벌 : 앙상블 디토 시즌 10《혁명가들》공연을 보고

想像 2016. 7. 3.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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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semble DITTO Season 10 'The Revolutionary'



앙상블 디토는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리드 아래 ‘클래식에의 공감’을 모토로 한 프로젝트다.  바이올리니스트 스테판 피 재키브ㆍ다니엘 정, 첼리스트 마이클 니콜라스, 피아니스트 스티븐 린 등으로 구성된 이들은 2009년부터 자신들의 이름을 건 ‘디토 페스티벌’을 열며 중장년층 위주의 클래식 관객 연령을 10, 20대까지 끌어내렸다. 공연에 앞서 화보와 뮤직비디오를 선보이고 게릴라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등 공격적 마케팅을 했고, 미디어아트 등과 협업하며 새로운 공연 문화를 만들었다. 해를 거듭하며 ‘디토 프렌즈’ 협연 형식을 통해 고토 류, 신지아 등 젊은 연주자들을 소개했다.


올해 페스티벌 기간 중 앙상블 디토의 무대는 두 번. 비엔나 체임버 오케스트라, 피아니스트 임동혁, 앙상블 디토의 합동 무대와 <혁명가들(더 레볼루셔너리 The Revolutionary)>이라는 부제를 단 앙상블 디토의 10번째 시즌 공연이다. 이 중 6월 29일 부산학생예술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앙상블 디토 시즌 10《혁명가들》공연을 보고 왔다



Artist

리처드 용재 오닐, 스테판 피 재키브, 마이클 니콜라스, 다니엘 정, 스티븐 린, 대니 구


Program


PART 1 

아르보 패르트                     거울 속의 거울

Arvo Pärt                           Spiegel im Spiegel

제수알도                            나를 고통 속에 죽게 내버려 두오

Carlo Gesualdo                 Moro, lasso, al mio duolo

야나체크                            현악사중주 1번 ‘크로이처 소나타’

Leoš Janáček                    String Quartet No. 1 'Kreutzer Sonata'

 

PART2

베토벤                               피아노 삼중주 ‘대공 트리오’

Ludwig van Beethoven    Piano Trio in B-flat, Op. 97 'Archduke'

 

<더 레볼루셔너리> 1부의 작곡가는 16세기부터 20세기를 잇는 카를로 제수알도, 아르보 패르트, 레오슈 야나체크, 2부는 베토벤의 걸작 피아노 삼중주 ‘대공’으로 꾸며졌다.


제수알도는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의 마드리갈 자곡가로, 대담한 화성법으로 유명하다. 원래 소프라노/알토/테너/베이스의 5성부 곡인 모로 라소는 용재 오닐의 제안으로 이번 공연에서 현악 오중주로 연주한다. 미니멀리즘 음악의 대가 아르보 패르트의 ‘거울 속의 거울’은 세 음만으로 이루어진 특이한 곡이다. 패르트의 곡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곡으로 여러 영화 속에도 삽입되었다. 한 음 한 음 울려퍼질 때의 감동이 패르트의 핵심이다.  소설가 밀란 쿤데라가 ‘표현주의의 정수’라고 일컬은 야나체크의 현악 사중주는 말 그대로 격렬한 감성을 드러내는 걸작이다.



귀가 안 들리는 상태에서 각 악기의 특성을 조합하여 ‘작품’을 만들어 낸 슈퍼 휴먼, 베토벤의 대공 트리오는 베토벤이 공식적으로 피아니스트 활동을 그만둔 마지막 곡이다. 그럼에도 뛰어난 예술성으로 현대에도 가장 사랑 받는 실내악 곡인 대공 트리오는 디토 시즌 10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베토벤의 대공 트리오로 마무리된 부산 공연 뒤 앙코르곡으로는 베토벤 엘리제를 위하여 / 심포니 1번 4악장(현악사중주 버전) / 영화 '시네마 천국' 가 연주되었다.


감상평


우선 시즌 9에 이어 이번 시즌 10《혁명가들》 공연도 부산학생예술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개최된 것부터 마음에 안든다. 부산학생예술문화회관 대극장은 솔직히 클랙식 공연장으로선 함량미달이다. 불행하게도 부산은 공연장들은 많지만 클래식 공연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과 같은 클래식 전용 공연장이 없다. 부산학생예술문화회관도 다목적 공연장이다. 거기다 수준 높은 공연을 위한 공연장으로 지어진 곳도 아니다. 그러다보니 음향 상태가 아주 안 좋다. 거기다 외진 곳에 덩그러니 있는 부산학생예술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앙상블 디토 시즌 10《혁명가들》을 보게 된 것 자체가 유쾌하지는 않았다.


이번 앙상블 디토 시즌 10《혁명가들》 공연은 전반적으로 앙상블 디토 시즌9 '슈베르티올로지'보다 못한 공연이었다. 이번 시즌의 부재가 《혁명가들》 였고 레퍼토리 역시 범상치 않았지만 공연은 그다지 '혁명적'이지 못했다.


첫곡인 소프라노/알토/테너/베이스의 5성부 마드리갈인 Carlo Gesualdo의 "Moro, lasso, al mio duolo"부터 깔끔하지 못했다. 반음계적인 화성을 쓴 마드리갈의 성악적 묘효한 분위기를 현악5중주로 표현해 내는 것 자체가 모험이었던 것 같았다. 아무튼 뭔가 연주내내 '카오스'를 느꼈다.


두번째곡인 Arvo Pärt의 'Spiegel im Spiegel'은 첫번째 곡의 아쉬움을 달래주는 곡이었다. 세 음만으로 이루어진 특이한 곡이었지만 연주내내 아직 가보지 못했던 미지의 세계를 여행하는 듯 했다.


세번째곡인 ‘표현주의의 정수’라고 일컬은 Leoš Janáček의 String Quartet No. 1 "Kreutzer Sonata" 역시 좀 지루한 연주였다. 그러한 지루함을 깨워 준 것이 4번째 Beethoven의 Piano Trio, Op. 97 "Archduke"이었다. 귀에 익숙해서 좋았지만 워낙 유명한 곡이라 오히려 유명한 실내악단들의 연주들과 비교를 많이 하다 보니 왠지 2%가 부족한 감을 느꼈다. 특히 1악장 연주는 뭔가 상투적이고 기계적인 연주 같았다


앙코르곡 첫번째 곡이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여서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지만 두번째곡인 심포니 1번 4악장(현악사중주 버전)은 정말 깔끔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연주였다. 앙코르곡 마지막 '시네마천국'도 공연장 뒷편에 비추어진 영상들과 어울러져 영화속으로 빠져 드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공연을 보고 나오면서 "앙상블 디토가 아직은《혁명가들》들을 뛰어 넘기에는 부족했던 것일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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